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와 가장 먼 거리는?

코로나시대, 세상에서 가장 멀고도 가까운 여행을 떠나는 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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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천(anessdue79)등록 2021.12.06 09:49

사람은 누구나 여행자 오늘은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 픽사베이

 <편집자님~위의 사진은 기사 표출 이미지로 추천합니다. (작가 주)>


세상을 이루는 가장 기본단위는 원자(atom)라고 중학생 시절 과학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원자와 원자가 다양하게 뭉치고 배열하면서 물도 되고 단백질과 같은 기본 영양소가 되고 세포도 되고 그 세포가 모여 동물도 식물도 된다. 이렇게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물질인 원자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지는데 이 둘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물은 더이상 쪼개지지 않은 알갱이로 이루어졌다는 원자의 기본적인 개념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가 처음 제시하였다. 19세기 초반, 과학자 돌턴 역시 데모크리토스와 비슷한 입장이었고, 톰슨은 원자 안에 전자가 건포도처럼 박혀 있다는 모형을 제시한다. 영국의 핵물리학자 러더퍼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전자가 원자핵에서 일정거리로 떨어져 핵 주변을 돌고 있다고 가정하였는데, 훗날 원자의 구조는 원자핵 주위를 전자들이 원형 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고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수정하여 이를 '보어-러더포드 모형'이라고 부른다. 현대의 모형은 전자가 다니는 궤도는 따로 없고 전자가 발견될 확률만 예측할 수 있다. 

 

보어-러더퍼드 원자모형 보어는 전자가 원자핵 주변의 일정한 궤도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제시하였다 ⓒ 픽사베이

 
보어가 제시한 원자 모형을 보면 태양계가 연상된다. 태양계에서 태양이 중력으로 행성들을 끌어당기듯이, 보어 모형의 원자핵은 전자기력으로 전자들을 끌어당긴다. 만일 태양의 중력이 지금보다 더 커지거나 약해진다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던 지구나 화성, 목성 등 행성들의 궤도가 달라져 충돌하거나 태양계를 이탈해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어 모형에서도 원자핵과 전자는 서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서로 너무 가까워지거나, 너무 멀어져 버리면 에너지가 불안정해지면서 원자로서의 구조가 깨어져 버린다. 그래서 서로는 에너지적으로 가장 안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공존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볼 수 있는 원자핵과 전자도 사실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는 한 몸인 것처럼 보이는 아주 작은 입자들조차도 서로간에 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자못 흥미롭다.
 
그래서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라는 책에서 이렇게 노래했던 것일까. 

    
그러나 당신 부부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들어
그대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이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구속하지는 마라
오히려 당신들 영혼의 해변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두어라
각자의 잔을 채워라. 그러나 한 잔으로 마시지는 마라
각자의 빵을 주어라, 그러나 같은 덩어리의 빵은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
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마음을 주어라. 그러나 상대방의 세계는 침범해 들어가지 마라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서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고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 예언자 중에서 '결혼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은 물리학을 알았던 것일까?!

인간관계에서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부부 사이에도 이렇게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한 것은 아마도 우리를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 구조인 원자의 영향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다. 

원자뿐만 아니라 원자와 분자, 분자와 분자, 세포와 세포들 간에도 구조를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한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태양계의 별들도, 심지어 지구와 달도 서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적으로 안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의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원자도, 분자도, 세포도, 심지어 별들도 그러할진대 사람이라고 별 수 있을까. 존재함으로 저절로 생겨나는 고독은 실은 존재하기 위한,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안드로메다 은하 우리 은하와 이웃한 은하이지만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 ⓒ 픽사베이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물리적인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아마 우주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이웃은 안드로메다 은하인데 우리 은하에서 약 254만 광년 떨어져 있다고 한다. 1광년은 빛의 속도로 1년간 가는 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길이로 환산하면 대략 9.5조 킬로미터이다. 그러니까 1년에 9.5조 킬러미터를 가는 빛의 속도로 254만년 달려가야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사촌 우주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은하나 안드로메다 은하 같은 은하가 우주에는 수 천개가 존재한다고 하니 우주의 거리는 현대의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너무나 멀고 먼 거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쉽게 다룰 수 있는 '가장 먼 거리'가 있다. 

고 신영복 교수는 저서 <담론>에서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여행' 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물리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마라톤처럼 일생에 거쳐 해야 하는 여행이기에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거리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아닌가 싶다. 신영복 교수는 또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 이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라고도 밝히면서,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가장 최고의 도구는 '시읽기'라고 덧붙이기도 하였다. 

우주에는 웜홀이라는 가상의 통로가 존재한다. 우주 공간이 휘고 뒤틀린 상태에서 터널처럼 관통하는 웜홀은 우주의 지름길 역할을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기 위해 박사들이 이용한 우주의 길도 바로 웜홀이다. 

'머리에서 가슴' 까지의 멀고 먼 여행을 할 때 웜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지름길이 하나 있다. 바로 독서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낡은 생각을 깨뜨리고 나의 이성과 감성이 최대한 가까워지도록 해주는 데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코로나로 사람들간의 물리적 거리도, 심리적 거리도 한층 멀어진 요즘이다. 날씨마저 추워져 스산하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데, 이럴때일수록 동네 서점에 들러 시집 한권 손에 들고 오는 것을 어떨까. 가까운 카페에 들러 따듯한 까페라떼를 시키고 시집을 펼쳐 보자. 시 한수에 담긴 사랑과 이별, 삶의 아픔을 그리는 사색을 통해 오늘은 내 머리에서 가슴까지 멀고도 가까운 여행을 한번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추신- 입자물리학에 따르면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쿼크나 경입자와 같은 페르미온 입자, 보손 입자 등)의 존재를 예측하거나 실험적으로 증명해 오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세상의 가장 작은 물질을 원자라고 가정하고 작성하였다. 물리학도들은 평범한 나의 물리학 지식에 조금 눈감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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