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태종대 가는 고갯길에 있는 흰여울길
김병기
태종대로 가려고 영도다리를 건넜다. 두 갈래 길이 나왔다. 내비게이션은 우측 도로로 안내했다. 가파른 첫 고갯길, 자전거를 끌고 고개 마루쯤에 있는 흰여울길로 들어가니 묵호항 논골담길에서 보았던 풍경이 펼쳐졌다. 오래된 집 담벼락과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담 사이의 거리는 두 걸음도 채 안 될 듯했다. 담 밑은 깎아지른 절벽.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의 아픔과 시간의 흔적, 가파른 절벽 끝에 매달렸던 삶 속으로 문화마을 영화기록관, 두레박 쉼터, 점집, 작은 갤러리, 카페, 공방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들어섰다. 젊은이들이 가게에 머물거나 벼랑길을 누비고 다녔다.
바다 쪽을 바라보니 배들의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20~30여척의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부산으로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들이 급유를 위해 머무는 '묘박지'였다. 뱃고동 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담벼락 밑 나무데크에 엎드려 졸고 있는 고양이는 기척도 안했다.
다시 험난한 '업힐'이 시작됐다. 중리산(150m)을 넘어 태종산(252.4m) 기슭의 태종대에 오르는 7.2km 구간의 절반은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고개를 넘은 듯했다.
"자전거 못 들어갑니다. 끌고 갈 수도 없어요. 들고는 올라갈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