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는 방법

서울특별세법을 만들어 법인세를 두 배로 내게 하자.

검토 완료

장용창(pdnote)등록 2021.11.29 10:57

1. 같은 평수 아파트, 서울은 통영의 10배 가격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실제 아파트 가격을 검색해봤습니다. 2021년 10월에, 84제곱미터(약25평) 아파트가 서울에선 약 32억원에 거래된 반면, 경남 통영에선 약 3억 2천만원에 거래되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의 가격은 통영보다 10배나 비쌉니다.
 
통영에 사는 저는 그전에 서울로 이사를 갈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을 접었습니다. 많은 지방 사람들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거주 이전의 자유는 서울 아파트의 10배 되는 가격이라는 성벽에 막혀 실현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은 인재가 있어도 서울 집값 때문에 구직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것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나쁜 소식입니다. 서울 사람들은 그만큼 주거 비용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이자율을 5%로 가정한다면, 서울 사람들은 25평 아파트에 살기 위해 연간 1억 6천만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서울의 아파트가 지방의 아파트보다 10배나 비싼 현재의 상황은 서울과 지방의 모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과 통영의 아파트 가격 비교. 25평짜리 아파트 가격이 통영에선 약 3억2천만원인데 반해, 서울에선 약 32억원으로 10배이다. ⓒ 장용창

 
 
2.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기존 대책들의 단점
 
서울 집값을 낮추기 위한 기존의 대책들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서울에 아파트를 더 짓는 것인데요, 땅값도 워낙 비싸니, 초고층 아파트를 짓자는 제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울에 아파트를 더 지으면 자원의 서울 집중화 현상이 더 심해집니다. 서울 집값이 높은 이유는 기업과 정치 권력 등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서울에 아파트를 더 지으면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집니다. 또한 서울이라는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는데요, 그렇게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서민들과 부유층의 생활 격차가 더 심해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초고층 아파트를 더 지어도 서민들이 그 아파트에 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문재인 정부에서 많이 사용했던 방법으로서 부동산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서울만이 아닌 지방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서울 집중을 막기 어렵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그대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서울의 집에 대한 수요를 낮추지 못합니다.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기존 대책들의 한계 ⓒ 장용창

 
 
3. 서울 집값의 근본 원인: 서울 집중과 집값 상승의 악순환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그것의 근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기 바랍니다. 서울에 기업이 많고 일자리가 많으니, 사람들은 서울에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서울의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고, 그래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비쌉니다.
 
그러다보니 서울에는 부유한 사람들만 살 수 있게 되고, 그 부유한 사람들은 보통 경제적 권력뿐만 아니라, 언론 권력과 정치 권력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서울에 모여 살면서, 계속해서 그들의 권력을 강화할 방안만 모색하다보니, 서울은 점점 더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됩니다. 그렇게 서울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의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서울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의 악순환 ⓒ 장용창

 
4. 서울 집값 잡는 방법: 노무현보다 더 노무현답게
 
이런 점에서, 서울의 집값을 잡으려면 근본적으로 서울에 살고 싶게 되는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서울의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노무현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도 서울의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싶어했지만, 그것을 정부가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했던 것입니다.
 
저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원했던 것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은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네 가지입니다.
 
(1) 국가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
 
먼저, 국회, 청와대, 대검찰청, 대법원 등 국가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합니다. 이것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못했지만, 국회가 법률을 개정하면 합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2) 기업(언론사 포함)들의 지방 이전을 촉진한다.
 
둘째로는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들에게 지방으로 이전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지만, 법을 통해 이를 촉진할 수는 있습니다. 이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지금도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일시적으로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일시적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영업을 하려는 기업의 의 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려면,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서울에서 영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할 정도의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것은 <서울특별세법>입니다. 이것은 서울에 있는 기업과 개인이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납부할 경우, 지방의 기업이나 개인이 납부하는 세금보다 2배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어떤 서울의 기업이 법인세를 1천억원 내고 있다면, 이 법을 만들어서 2천억원을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한 두 해가 아니고 영원히 그래야 한다면, 기업들은 정말로 지방으로 이전하기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특별세법은 개인에게도 적용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기업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개인들도, 만일 서울에 살면 지방보다 2배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 자신의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서울에서 사원을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더더욱 지방으로 이전하기를 원하게 됩니다.
 
특히, 언론사들도 기업이라는 것을 우리는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중앙 언론사들이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합니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런 중앙 언론사들이 바로 망국적인 서울 집중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그것에 기대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그것을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고, 권고하는 방법은 세금밖에 없을 것입니다.
 
(3) 서울에 있는 대학교의 지방 이전
 
세번째를 서울에 있는 대학교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의 인력 수급과도 연계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금은 주요한 대학교들이 서울에 많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서울에서 인력을 얻기 쉬워서 더욱 서울에 있고 싶어합니다. 그러므로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도 서울 집중을 막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서울에는 국립대도 있지만, 사립대도 많기 때문에, 이런 사립대들까지 정부가 마음대로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정부는 다만, 사립대를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권고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권고 수단이 바로 대학교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입니다. 교육부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대해서는 학생 장학금과 교수 연구비 등 모든 재정 지원을 서서히 끊고, 그것을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만 집중하겠다.>라고 공표하는 겁니다. 그러면 서울에 있는 사립대들도 서서히 지방으로 옮겨가기를 바라게 될 것입니다.
 
(4) 지방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마지막으로 지방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현재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기본소득을 서울 사람들에겐 주지 말고 지방 사람들에게만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서울 사람들이 더더욱 지방으로 이사 가기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을 막는 방법 ⓒ 장용창

 
 
5. 결론
 
(1) 어설픈 대책은 효과적이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들을 지방으로 유치하겠다고 지난 수십년간 난리를 쳐왔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정책과 정치인들의 공약으로도 기업들의 서울 집중을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방에서 일자리를 책임지던 굴지의 기업들이 계속 도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설픈 대책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의 GDP가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의 총 기업의 수와 총 일자리의 수는 일정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지방이 기업을 유치하려고 별 생쇼를 벌여봐도 소용없는 짓입니다.
 
(2) 서울 집중이라는 망국병을 막으려면 미친 정책이 필요하다.
 
제가 오늘 이 글에서 제안한 정책들을 보고 누군가는 미친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조차 저런 미친 정책을 추진하다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것 아닐까요? 하지만, 서울 집중은 노무현 때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서울 집값이 지방의 10배라, 이제 웬만해선 지방에 살던 사람이 서울로 이사도 못 가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겁니다.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심각한 상태를 개선하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네 가지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이 나라를 구하고 싶은 누군가가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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