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상좌도병영성.
권우성
수많은 백성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을 성곽도 도망치는 장수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부산진과 다대포를 점령한 일본의 제1선봉인 고니시 유키나가와 동래부사 송상현(宋象賢,1551~1592)이 주고받은 편지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부산 동래읍성을 겹겹이 포위한 뒤 고니시 유키나가가 송상현에게 항복을 권고했다.
"싸우려면 싸우고, 싸우지 않으려면 길을 열어라."(戰則戰矣不戰則 假我道)
이에 동래부사 송상현 장군은 이런 답신을 보냈다.
"죽기는 쉬워도 길을 열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
당시 경상좌병사 이각(李珏)은 울산군수 이언성(李彦誠)과 함께 동래성으로 출전했지만 부산진성과 동래성이 무너지자 이에 놀라 퇴각했다고 한다. 최전선에 위치한 울산 병영성에도 영남의 13개 고을의 관군이 모였으나 좌병사 이각이 탈출하는 바람에 힘없이 함락됐다.
400여년 전, 비운의 역사를 간직한 곳은 평화로웠다. 연인들이 함께 걸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도 있었다. 지팡이를 들고 숨을 몰아쉬며 걷는 할머니도 있었다.
"아저씨,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어요?"
5~6명의 고등학생들은 성곽 끝에 앉아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굳이 과거 역사를 곱씹지 않아도 해발 45m 이하의 낮은 구릉을 이용해 타원형으로 쌓은 성곽길을 홀로 걸으면 바람 위에 올라탄 듯하다. 평균 시속 15km의 속도로 달려온 나는 깊은 숨을 들이 마시며 느릿느릿 여행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왕비의 릉' 가는 길, 공룡 화석 등뼈에 올라탔다 해안선 1만리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첫 행선지는 동해안 고성부터 부산까지. 이 영상은 11편으로 문무대왕 수중릉에서 울산 병영성까지 두 바퀴 인문학 여정을 담았다. 관련기사를 보시려면 “'왕비의 릉' 가는 길, 공룡 화석 등뼈에 올라탔다”(http://omn.kr/1w6ax) 기사를 클릭하시면 된다.
ⓒ 김병기
[내가 간 길]
문무대왕 수중릉-경주 양남 주상절리 전망대-강동몽돌해수욕장-정자항-주전몽돌해변-대왕암공원-울산병영성
[인문·경관 길]
양남 부채골 주상절리 :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주상절리군이다. 2012년 9월 25일에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되었다. 신생대에 이 지역의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됐다.
강동몽돌해변 : 울산시 북구의 어물동에서 신명동까지 이어지는 해안가이다. 울산12경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동해에서 흔하지 않은 몽돌 해변으로 유명하다.
대왕암공원 : 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100에 있는 해변 공원이다. 울기등대와 대왕암, 용굴, 탕건암 등의 기암괴석과 수령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 숲이 일품이다.
울산 경상좌도 병영성 : 울산에 있는 조선 시대의 성이다. 태종 17년(1417)에 쌓았다. 사적 제 320호이며, 산책로이기도 하다.
[사진 한 장]
대왕암공원의 기암괴석
[추천, 두 바퀴 길]
주전몽돌해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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