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에서도 학생선수의 학습권 침해를 옹호하는가

스포츠서울에 실린 유승민 위원의 의견 <유승민 IOC 선수위원 분노 폭발...교육부 스포츠혁신위 '대회 출전 제한'에 항의>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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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mlponty)등록 2021.11.24 11:00
평소 진취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유승민 위원에 대해 앞으로 대한민국 스포츠 분야를 선도할 인물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품어왔다. 하지만 유승민 위원의 이번 발언은 그 포용력의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전문체육 분야에 종속되어 지낸 수많은 학교운동부 담당 당사자들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어서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반론을 위한 반론이 아닌 앞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더 넓은 리더십과 포용력을 갖춘 인물로서 유승민 위원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게재한 기사임을 밝혀둔다.
 
전문체육이 우리나라를 집어삼킨 지 반세기가 넘어가는 오늘날까지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배출되었다. 대부분 스타는 성공한 운동선수로서 자신의 성공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수히 스러져간 낙오자, 포기자, 열등한 자들에 대한 감수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참여가 없이 어찌 자신의 성공이 그토록 빛날 수 있었겠는가.
 
"스포츠대회 참여도 중요한 교육의 일부"라는 주장에 대하여

스포츠대회 참여가 교육의 중요한 일부임을 누구도 부인한 적 없다. 스포츠대회 참여가 운동선수로 성공하고 체육특기자로 진학하기 위한 도구가 된 현실에서 그 참여는 승리만을 위한, 결과만을 위한 맹목적 경쟁으로 전락했다. 유승민 위원은 그 현실을 진정 모르기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성공이 그러한 과정을 거친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실패 위에 빛나는 성공임을 깨달아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패배에 의한 비교육적 결과를 교육적으로 순화시키기 위해 아이들이 기본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이자 교육부 정책의 취지이다. 그것을 외면한다면 패배자가 서 있는 비교육적 결과에 참담한 현실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겠다. 유승민 위원이 어떤 교육을 말하는지 모르지만, 교육자인 내게 그것은 교육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저 패배자의 어려움을 아직 전혀 모르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환상을 심는 이야기로 이해된다. 승리만을 바라보고 승리자만을 대상으로 고민하는 리더십은 모두를 포용할 수 없다.
 
"선수들은 운동장, 체육관에서 시간이 되면 쫓겨나듯 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유승민 위원에게는 학교운동부가 '운동선수'들의 집합체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반세기를 운동선수를 키워내는 비교육적인 일을 학교운동부에서, 학교체육에서 해왔다. 그 결과로 지금 학교운동부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최근 학교운동부에서 벌어진 수많은 인권유린 사건들이 그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제껏 극소수의 국위선양자와 메달리스트를 만들어내려고 그 오랜 세월을 학교체육과 학교 교육은 암울함을 감수하며 희생해온 것이다.
 
그래서 이제 그 희생을 줄이고자, 아이들에게 과도한 훈련, 단순히 승리하고 이기기 위한 맹목적 훈련을 줄여 교육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선수들 마음껏 훈련'시켰던 그동안의 결과는 수많은 낙오자를 양산하고, 과도한 훈련이 만들어낸 부상과 조기 은퇴, 그리고 경기력에서조차 정작 성인기에는 최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 비과학적 결과를 만들고 있다. 이것들 모두가 그동안 '마음껏' 과도하게, 이길 수 있을 때까지 훈련한 결과이며 부작용이 너무나 막대하다. 나아가 모두가 그렇게 훈련과 승부에 몰입한 결과로 운동부의 비교육적인 위계질서가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는 암울한 현실을 만들어온 것은 치명적이다.
 
그리하여 쫓겨내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학교운동부를 지배해온 비교육적 계기들이며, 그 자리에 교육적 계기들이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곧 학교운동부의 교육적 정상화를 위한 혁신위의 권고이며, 교육부의 정책적 노력인 것이다.
 
"방학에만 대회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말대회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무려 수십 년 동안 학교운동부는 학기 중에 대회에 참가하여 수업결손은 물론 학업 단절을 당연시해 왔다. 그러다 보니 방학에만 대회를 하라는 것처럼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아마도 주말에 대회를 하게 되면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소리가 이어질 것이다. 휴식권은 운동과 훈련, 대회 참가 이후에 대한 휴식권이지 공부에 대한 휴식권이 아니다. 주말 대회에 참가했으면 당연히 이튿날 쉬거나 가벼운 회복 훈련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런데 주중에 대회를 나가서 학업을 쉬고, 주말에 또 쉬는 방식으로 그동안 해왔던 편의를 계속 누리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편의를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바꿔야 한다면 마땅히 교육자로서 바꿔야 할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이유가 그저 졸업장 따려는 것이라면 이제는 아니라면 어느 정도 제대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방학은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다. 물론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오히려 운동과 훈련 때문에 아이들이 놀지 못한다. 그래서 운동과 훈련이 노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 스포츠 활동은 노는 활동이 될 때 비로소 교육적 활동으로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운동부는 노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즐겁지 않다. 승리하면 우월감으로 패배하면 열등감에 사로잡힐 뿐이다. 운동선수가 되기 위해 일찍부터 시작한 노동이며, 체육특기자로라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즐거운 스포츠 활동, 스포츠대회에 참가하면서 방학 기간을 즐겁게 놀고 또 즐기면서 지내야 한다. 그렇게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교육적인 일인가.
 
지엽적인 내용이지만 학기 중에 국가를 대표하는, 혹은 그에 준하는 국제대회가 있다면 당연히 참가를 허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적 의미가 있고 개인에게 교육적 체험의 계기가 된다면 충분한 교육적 효과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학습 보충은 당연하다. 지금처럼 경기실적과 메달을 따기 위해, 경기력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무분별하게 주중에 대회를 개최하는 것과는 좀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일이다. 주중 대회 참가 제한의 교육적 취지에 대해 국제대회까지 운운하는 것은 유 위원의 발언 무게를 고려할 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운동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린다면, 아이가 포기하고, 탈락하고, 도태되는 상황에 대해서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왜 포기, 탈락, 소외되는 대다수를 위한 분노는 없는가
 
이 부분은 정말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왜 도태되고, 탈락하고, 포기하고, 소외되는 대다수 학생을 위한 분노는 치밀지 않으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몰빵'을 하며 오로지 경기력 향상에 매몰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분노를 표출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스포츠 스타로 성공하고, 직업선수로 진출하는 극소수 1~2%를 위해 모두가 경쟁하지만, 대다수가 겪게 되는 탈락의 비애가 단지 경쟁의 결과라는 논리로 학교에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유 위원에게 묻고 싶다. IOC 헌장에서도 극소수 성공할 스포츠스타들을 위해 대다수가 출구없이 운동에만 '몰빵'하다 어쩔 수 없이 포기, 탈락, 소외되는 학교운동부의 현실을 옹호하는지 말이다. 또한 대다수가 탈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면서도 성장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운동과 훈련에만 매몰되도록 용인하고 있는지 말이다. '대한민국 교육부가 일부 편향적이고 정치적인 목소리에 휘둘려서 출구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수의 학생이 겪는 비교육적 문제들을 개선하고 비록 운동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이 되도록 하기 위한 교육적 정책으로 이해해야 한다.
 
'학생선수들의 꿈을 더욱더 혼탁해지게' 만드는 것은 대다수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을 좇다가 지쳐 포기했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는 '몰빵'의 처절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게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학생선수들이 마땅히 꾸어야 할 '꿈'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그런 환상을 유포하는 소위 성공한 자칭 '체육인'들과 몇몇 상업 미디어에서는 적어도 교육의 영역에서는 자제가 필요하다.
 
학교운동부가 전문체육에서 벗어나야 스포츠 저변확대가 될 것
 
직업선수가 된 이후는 자신의 노동이 곧 자신의 경기력이기에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증명하는 책임 또한 자신에게 걸려 있는 문제이다. 그 논리는 교육의 논리일 수 없기에 학교운동부의 학생선수들을 마치 직업 선택한 것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 직업선수와 거의 동일하게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선수의 현재 일상은 교육 활동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곡해이며 대한민국 입시교육의 문제보다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교육에서는 설사 운동선수의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도 포기가 아니고, 탈락이 아니며, 소외가 아닌 얼마든지 자신의 적성과 미래의 비전을 찾아가기 위한 일이다.
 
스포츠 스타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누려온 혜택이 어디에 토대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혜택을 얻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성공의 결과들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빛나는 성과물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육의 기본을 무시하고, 과거에 그랬기에 지금도 예전처럼 운동에 '몰빵'하는 것을 '학생선수들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들의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바로 그것 때문에 대다수 학생이 운동부를 외면하고, 운동부에 참여한 대다수 학생이 운동을 그만두면서 좋지 않은 마음을 갖게 된다. 학교운동부는 지금도 고립되고 단절되어 가고 있다. 그것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안 된다. 소수 정예 방식은 실효를 다하고 있다. 개방성과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교육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운동부, 아니 학교체육이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 더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작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큰 대양을 받아들이는 큰 포용력과 개방성이 가져올 새 시대의 비전을 만들어갈 리더의 등장을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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