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의 본질과 전쟁의 움직임

중국의 잇단 패착

검토 완료

배상열(panoksun)등록 2021.11.22 09:56
   요소수는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에 장치된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에 사용하는 촉매제이다. 그 요소수가 품절에까지 이른 원인은 중국에서 찾아야 한다. 국내에서도 요소수가 생산되었으나 저렴한 중국산에 밀리는 바람에 2010년 이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태였다. 그동안 중국에서 수입하던 요소수가 중국정부에 의해 중단됨에 따라 극도로 부족하게 된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과 호주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야기된다. 호주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할 목적으로 주도하고 일본과 인도의 4개국 협의체 '쿼드'에 참여한데다, 올해는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도 참여한 3자 동맹 '오커스'에도 가입했다. 게다가 작년 4월에는 호주의 스캇 모리슨 총리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한 국가의 정상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에 대한 국제적 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주창하기도 했다.
   그러한 호주의 행보는 중국의 심기를 극도로 자극하게 된다. 2020년 5월에 중국의 관영통신 환구시보는 "호주는 중국의 신발에 붙은 씹던 껌에 지나지 않는다, 돌로 문질러 떼어버려야 한다"는 극도로 무례한 내용을 실었다. 게다가 이틀 뒤에는 "호주에 대해 중국은 가만있으면 안 된다"는 논조를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은 호주에서 수입하는 석탄의 전량을 금수(禁輸)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호주를 때리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을 뒤흔들고 유럽에까지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에 가장 괴로운 것은 호주일 수밖에 없다. 호주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석탄과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가 국가경제에 큰 몫을 차지하는 상태였다. 그뿐 아니라 전면금수 조치가 철광석에까지 확대될 것이 예고되는 등등, 선전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은 이전에도 원자재를 이용하는 전쟁을 치른 적이 있었다. 2010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극에 달하자 일본에 수출하던 희토류의 전량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한 것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일본이 굴복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게 되었다. 수출을 금지하던 수입을 금지하던 당사자들에게 크게 불리할 결과를 가져올 것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중국이 예상한대로 흐르지 않았다. 석탄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홍수가 발생하는 바람에 자국의 광들이 침수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산업의 동력인 발전이 크게 저하되었다. 그로 인해 공업지대의 가동률이 저하되면서 대도시들까지 느닷없는 정전에 시달리는 등등, 오히려 중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되었다.
    중국에 전반적으로 퍼진 생산 가동의 저하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이 동절기에 밀을 재배하는 농가들에 공급할 비료의 생산에도 빨간불이 켜지자 고육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 수출하던 비료와 원료들은 별도의 검역이 필요 없었다. 그러던 10월 11에 '요소와 칼리 등등 29개 품목에 대해 검역을 실시하는 조치'가 공표되었다. 실제로 시행한 날짜가 10월 15일이었는데, 요소를 비롯한 원료와 비료들의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었다.
   호주와의 갈등에 의해 취해진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 때문에 발전이 저하됨에 따라 요소수 대란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중국에서 요소와 비료를 수입하던 인도 같은 국가들이 당하는 피해는 우리와 비교조차 되기 어렵다.
    중국이 수입을 무기로 사용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은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사자인 미국은 자신들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한 의도로 받아들였으며 실제로 그런 의도였다.
   농산물 가운데는 콩, 축산물에서는 돼지고기가 대표적이었으며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는 돼지고기다. 쇠고기를 우육(牛肉), 양고기는 양육(羊肉), 닭고기는 계육(鷄肉)으로 표기하는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그냥 육(肉)으로 표기할 정도로 즐겨먹는다. 또한 콩도 돼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식용유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콩깻묵이 돼지의 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연간 15억 달러 이상이나 수입하고 있었다.
   미국이 주력으로 수출하는 농축산물에 대해 중단에 가까울 정도로 제한했던 의도는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전 세계의 돼지고기 가운데 4분의 일이나 소비하는 중국은 다른 나라로 수입을 돌렸다. 그러나 미국에 미치지 못했던 데다, 수입했던 돼지고기에서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콩의 경우는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 수입하려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미국에서 수입할 때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주어야 했는데, 그 콩들은 미국이 브라질에게 판매한 것이었다. 돼지고기 역시 비슷한 광경이 연출되었는데, 의도했던 타격은 전혀 입히지 못하면서 지출이 증가하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되기에 이르렀다.
   이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호주에 타격을 입힐 목적으로 석탄의 수입을 금지했던 조치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당했다. 게다가 호주는 철광석의 수출도 제한할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호주에서 안정적으로 수입하던 철광석이 부족해지면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하던 입지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다. 이미 석탄에 의한 위기를 자초한 상태에서 철광석까지 가세하면 결정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위기가 계속 자초되고 있다. 호주는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의 조약까지 파기할 움직임마저 보였다. 2015년 11월, 호주 북부의 항구도시 다윈이 중국의 랜드브리지그룹에 5억6,000만 호주달러(4천억 정도)에 99년간 조차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 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노던 주정부였는데, 당시 호주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태평양과 대서양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위치에 있는 다윈이 99년간이나 중국기업에 조차되는 자체가 문제인데다, 군사적으로도 문제가 야기되었다. 미 해군이 수시로 드나드는 다윈의 인근에는 공군기지까지 존재했다. 실제로 다윈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공격할 정도로 군사적 가치가 높았다. 당연히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주목했다. 민간 기업을 앞세워 운 중국이 다윈을 수중에 넣게 되면 벌어질 사태에 대한 미국의 경고를 받은 호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석탄은 물론 철광석 등등의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윈을 99년 조차하는 조약을 백지로 돌릴 것까지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전쟁을 공언했다. 대만을 공격하려는 중국의 무력은 워낙 압도적이어서 "일주일내에 끝낼 수 있다!"는 위협은 현실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승리를 확신했던 경제전쟁에서 연전연패를 자초한 중국이 실제 전쟁에서, 그것도 미국까지 상대해야 할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게다가 미국과의 전쟁은 정규전을 의미한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것은 비정규전에 의했을 뿐, 환히 드러난 상태에서 대만을 공격하고 상륙을 시도하는 중국을 격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전경험을 갖추지 못한 중국과의 전쟁은 후세인의 이라크를 붕괴시켰을 때보다 훨씬 수월할 수 있다.
   물론 중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패배하는 날에는 패배로 그치지 않을 것도 알고 있음에도 전쟁을 입에 담는 것은 절박한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쟁의 주요한 목적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에 있다는 점에 대입하면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공군력까지 갖춘 우리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현명한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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