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찬성 156, 반대 10, 기권 1표로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유성호
"본 안건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국회 본회의장에 울린 목소리. 2019년 1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함께 상정된 '만18세 청소년 선거법'이 통과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과물을 이뤘다는 생각에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나는 투표장에서 교복 입은 유권자를 볼 수 있었다. 성인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정치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투표장 밖에서 부모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선거연령 1살 낮추는 데 강산이 변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만21세였던 선거연령은 1960년 만20세로 하향된 이후 40년 넘게 변화하지 못하다가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만19세로 하향됐다. 선거연령 두 살 낮추는데 약 6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는 민주주의의 한 가운데서 성장을 멈췄다. 왜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청소년 시기에는 금기시... 그런데 '성숙한 어른'을 바란다
우선 학생은 대학과 취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팽배한 사회적 인식 아래 주도적인 정치주체로 성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기에 학업과 관련 없는 다른 관심사를 찾아보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었다. 체육이나 예술 분야에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은 냉랭한 사회적 인식과 부딪혀야만 한다.
그리고는 청소년 시기가 지나고 갓 성인이 됐을 때, 사회는 어느 누구보다 성숙한 어른을 기대한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제도, 지금의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행 교육 없이 성숙한 어른을 바라는 것은 또 다른 무리수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선거권도 없었고, 당사자도 없었다. 특정 분야의 정책적 발전을 위해 정치권은 선거기간동안 당사자 정치인을 육성하거나 영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당 분야의 정책적 공백을 보완한다.
하지만, 청소년 참정권의 필요성에 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이 극명하게 나뉘어지는 상황에서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추진하기에는 매우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법률은 바뀌지 않았고, 당사자 정치인은 만들어질 수 없었다. 청소년 정책은 전적으로 정치권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18세 선거권이 통과되기까지
사실 내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만18세 선거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았다. 선배 활동가서부터 꾸준히 주장하는 주제였지만, 그저 산적한 여러 해결과제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청소년이 광화문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