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덴마크 코펜하겐의 중심 쇼핑가인 스트뢰에가를 걷고 있다. 2021. 9. 3
연합뉴스
지난 13일부터 덴마크 정부는 다시 백신 패스를 도입했다. 실내 200명, 실외 2000명 이상이 모이는 곳에 입장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이나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마스크 쓰기도 조만간 다시 도입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처는 백신 접종률이 높고 주민들이 정부 방침을 잘 따르는 덴마크에서도 '위드 코로나'가 실패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보고 배울 것들이 많다.
한림대 이재갑 교수는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충분하게 예방 접종하고 충분하게 (코로나19에) 걸려서 코로나가 독감 수준의 사망률이 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여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사람들 사이에 면역력이 상당히 쌓여 독감처럼 코로나19와 지낼 수 있게 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덴마크에서 앞서 시도한 방역 해제 혹은 위드 코로나는 이재갑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어쩌면 여러 번 반복하게 될 과정의 시작점이다.
한국이 가야 할 같은 길
같은 날 '덴마크에 코로나19 돌파 감염은 얼마나 많나?(How many 'breakthrough' Covid-19 infections are there in Denmark?)'라는 제목의 <더 로컬> 덴마크 판 기사는 11월 첫째 주까지 덴마크의 코로나19 감염 중 돌파 감염 비율은 0.93퍼센트였다고 보도했다. 10월 넷째 주까지, 마지막 2주를 제외한 통계에서는 돌파 감염 비율이 0.5퍼센트였다. 돌파 감염이 매우 드물지만 감염 확산세가 커지면 돌파 감염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보호 효과가 낮아지는 것도 의미한다.
부스터 샷을 맞은 사람들 중에서 돌파 감염 비율은 0.1퍼센트다. 국립혈청연구소의 발렌티너 브란트(Valentiner-Branth)는 위 기사에서 "지난달 감염 확산이 높았고, 부스터 샷을 맞은 사람들이 노령층과 취약층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백신 접종을 한 경우 중증의 증상이나 입원에 이르는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도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질병관리청에서 부스터 샷 접종을 권장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노령층과 취약층 위주로 부스터 샷 접종에 속도를 내 중환자실 비중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자 기사 '덴마크가 주는 신뢰와 팬데믹에 관한 가혹한 교훈 (Denmark's Hard Lessons About Trust and the Pandemic)'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덴마크의 특징을 언급했다.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7개국과 미국의 4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설문을 분석한 결과, 덴마크인들이 정부와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방역 방침에 90퍼센트 이상의 덴마크인들이 신뢰한다고 답했고,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정치적 분열이나 잘못된 정보가 횡행하는 일이 드물며, 그들에게는 "공동체 정신이 있다"고도 표현했다. 때문에, 잠시 록다운이 시행되었을 때도 큰 반발이 없었고, 국민들의 신뢰에 기반해 통금도 없었고, 사적 모임에 대해서도 법규화 할 필요 없이 권고 수준으로 통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신뢰는 정부의 투명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 기사에서는 지난 3월 백신 캠페인이 한창이던 때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부작용 논란으로 덴마크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중단했다가 나중에는 사용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린 때에도, 덴마크인들은 동요 없이 결정을 따라 이어진 계획을 따라 접종을 마쳤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