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현판을 하사했던 경북 울진군 근남면 망양정.
권우성
"하늘의 가장 끝을 결국 못 보고서 망양정에 올라서니/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득 성난 고래 뉘께서 놀라게 했기에/ 물을 불거니 뿜거니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은산(파도)을 꺾어내어 온 세상에 뿌리는 듯/ 5월 창공에 백설(파도의 물거품)은 어찌된 일인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망양정에서 내려다 본 동해바다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목이다. 관동팔경을 유람한 숙종이 망양정에 남긴 어제시도 현판으로 걸려 있었다.
"여러 골짜기 겹겹이 구불구불 열리고/놀란 파도 거센 물결은 하늘에 닿아 있네/지금 이 바다를 술로 만들 수 있다면/어찌 단지 삼백 잔만 마실 수 있으리오"
정철이 본 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숙종이 노래한 해변의 파도도 제대로 조망하긴 힘들었다. 안내판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고려 말에 지어진 망양정은 이 자리가 아니라 남쪽으로 더 내려가 기성면 망양리 현종산 기슭에 있었단다. 조선 철종 때 이 자리로 이전했고, 2005년에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 했다.
동해를 바라보며 산 정상에 날듯이 앉아 있는 누각. 그 기둥에 기대어서 눈을 감고 한동안 서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를 때 흥건해졌던 온몸의 세포 속으로 갯바람이 침투하는 게 느껴졌다. '업힐'은 계속되겠지만, 지옥은 결코 아니다.
▲ 기암절벽, 쪽빛 바다... 비경 속에 '폭'박힌 사람들 해안선 1만리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첫 행선지는 강원도 고성통일전망대부터 부산 을숙도 생태공원까지. 이 영상은 7편으로 맹방해수욕장에서 망양정까지 두 바퀴 인문학 여정을 담았다. 이 영상과 관련한 자세한 기사를 보시려면 “기암절벽, 쪽빛 바다... 장호항 비경 속에 박힌 사람들” 기사를 클릭하시면 된다.
ⓒ 김병기
[내가 간 길]
맹방해수욕장-장호항-임원항-왕피천-행곡교회-망향정
[인문·경관 길]
장호항 : 장호어촌체험마을은 해양레저형 체험마을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기암절벽 사이에서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경관도 수려하다.
왕피천 : 1급수에만 서식하는 버들치, 연어, 황어 등 어종이 풍부하다. 왕피천 유역은 국내 최대 금강송군락지이며 환경부는 왕피천 유역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행곡교회 :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에 있는 교회 건물. 국가등록문화재 제286호이다. 1917년경에 한옥으로 건립한 울진 지역 최초의 교회 건물이다.
망양정 : 경북 울진 근남면 산포리에 있는 정자로 관동팔경의 하나이다.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주춧돌만 남았었는데 2005년 기존 정자를 완전 해체하고 새로 건립했다.
[사진 한 장]
장호항의 기암괴석과 쪽빛 바다
[추천, 두 바퀴 길]
왕피천 강변 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