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임된 오스트리아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에 관한 <데어 슈탄다드>(Der Standard) 10월 7일 자 기사
데어 슈탄다드
오스트리아는 국제적으로 대서특필되는 일이 많지 않다. 혹시 그런 경우라도, 긍정적인 일에 연루되는 일은 거의 없다. 현재 오스트리아에 집중된 관심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의 유력 일간지 <데어 슈탄다드>(Der Standard) 10월 7일자 기사의 한탄이다. 최근 해임된 오스트리아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에 대한 이야기다.
10월 초 오스트리아는 쿠르츠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 쿠르츠가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타블로이드 신문 <외스터라이히>(Österreich)에 쿠르츠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여론조사와 사설을 보도하게 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제·부패 사건 검찰'(die Wirtschafts- und Korruptionsstaatsanwaltschaft, 이하 '검찰')은 이것이 실제로 여론에 영향을 미쳤고, 쿠르츠가 총리 자리에 오르기까지 짜여 있던 시나리오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매체들은 보도했다.
쿠르츠는 누구?
'세계 최연소 총리'라는 타이틀을 가진 쿠르츠는 1986년생으로 오스트리아 보수 정당인 국민당(Österreichische Volkspartei) 청년 대표로 2009년 정치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외무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2017년에는 당대표가 되었다. 2017년 총선에서 11년 만에 제1당으로 올라선 국민당은 우익이자 민족보수주의 정당으로 분류되는 자유당(Freiheitliche Partei Österreichs)과 연립정부를 수립했고 쿠르츠는 만 31세의 나이로 총리에 올랐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가 '유럽 보수주의자들의 골든 보이'라고도 칭한 쿠르츠의 정치 이력은 일견 엘리트 정치인의 탄탄대로로도 보이지만, 이번에 드러난 내막을 보면 거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준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는 어떻게 오스트리아의 총리가 되었나(Wie Sebastian Kurz zum Kanzler von "Österreich" wurde)'라는 제목의 <데어 슈탄다드> 10월 7일 자 기사에 따르면 이렇다.
총리 자리를 위해 쿠르츠가 영향력 있는 "친구들"을 동원해 체스판 위의 말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외무부 장관으로 있던 때다. 당시 오스트리아 총리는 사회민주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Österreichs) 소속의 크리스티안 케른(Christian Kern)이었다. 당시 제1당이던 사회민주당은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이루고 있었다. 당시 국민당의 대표였던 라인홀트 미터레너(Reinhold Mitterlehner)가 쿠르츠의 첫 타깃이 됐다.
미터레너를 밀어내고 당대표 자리에 앉기 위해 쿠르츠와 친구들은 <외스터라이히>지를 창간한 볼프강 펠너(Wolfgang Fellner)와 함께 조작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자유당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Heinz-Christian Strache)가 34%의 지지율로 가장 크게 앞서고, 당시 총리였던 케른은 그 다음 순위를, 미터레너는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국민당은 방향 전환을 해야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사설도 함께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