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화천대유' 사무실.
이희훈
이 사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검찰권력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형 비리 사건의 중심부에 종종 검사 출신들이 눈에 띈다. 바꿔 말하면, 그들이 우리 사회의 부와 권력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검사 출신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다. 조직에 있을 때 '명성'을 떨친 소수 인사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니까.
검찰에서 이른바 잘나가는 검사는 전체의 2% 남짓이다. 정원이 2200명이니 50명 안쪽이다. 이들은 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법무부를 오가면서 특수, 공안, 기획 등 노른자위 보직을 차지한다. 재직 중 요직과 고위직에 오르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개업해서도 권력과 부를 누리며 평범한 변호사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한다.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법조 카르텔'이라는 용어가 오르내린다. 사업 주체인 화천대유의 자문·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법조인이 8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하나같이 검찰과 법원의 고위직 출신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썩어 문드러진 대한민국 법조 부패 카르텔은 특검이 아니고는 밝힐 수 없다"고 일갈했다. 유승민 캠프 이수희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화천대유 김만배 법조 카르텔의 동조자가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말이 법조 카르텔이지, 거론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검찰 카르텔'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빼고는 모두 검사 출신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검찰 카르텔은 내가 자주 쓰는 '검찰 패밀리'와 통하는 단어다.
검찰 패밀리는 검사 출신 변호사,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 등 검찰과 끈끈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정치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정부기관, 대기업, 대형 법무법인 등 이른바 힘쓰는 자리에 포진한 이들은 검찰권력을 공유하고 향유한다. 검찰의 든든한 우군으로서 유사시 '친정'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조국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내밀한 수사내용이 이들을 통해 바깥으로 흘러나가고 언론에 전달되기도 한다. 미처 알려지지 않은 피의사실이나 예민한 개인정보 등을 흘리거나 공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검사 출신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도 기자 시절 그랬지만, 언론이 검찰 패밀리를 통해 수사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부 언론인은 단순히 수사내용을 받아쓰는 차원을 넘어 검찰 논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전파한다. 대체로 법조 출입 경력을 가진 기자들로, 범검찰 패밀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전‧현직 검사들과 남다른 친분을 유지하면서 정치부나 논설위원실로 옮겨가서도 친검 논리를 펴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도 한몫했다.
화천대유와 인연을 맺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모두 7명. 박영수 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최순실 변호인으로 활약한 이경재 변호사,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김기동 전 부산고검장,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하나같이 쟁쟁한 이력을 가진 검찰 패밀리다.
직원 10여 명의 작은 회사가 거액의 급여를 주면서 이 거물급 변호사들을 영입한 이유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한마디로, 해결사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실질적 지배권력인 검찰을 움직이는 힘과 인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 회사로부터 아들이 받은 '50억 퇴직금'으로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를 맞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역시 검사 출신이다. 그것도 박근혜 정부 때 검찰을 뒤에서 조종하던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성골 검찰 패밀리다.
'석열이 형' 논란의 본질
화천대유 설립자 김만배씨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이들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형님들로 대가성은 없었다"고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정신적으로 많이 조언해주는 분들"이라면서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 말인 듯싶다. 전형적인 언론인 검찰 패밀리의 말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