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전문가가 만나 이야기하는 '소유'와 '점유'

참여형 청년 리더십 학교 3차 온라인 공론장, 청년주거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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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수(koreaymca100)등록 2021.09.30 15:24
  

참여형청년리더십학교 포스터 사는(BUY) 것인가, 사는(LIVE) 것인가 ⓒ YMCA

 
9월 13일 <민주적 공론장을 통한 청년 리더십 학교>의 세번째 온라인 공론장이 열렸다. 9월 공론장에서는 청년 주거권을 주제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이사장 시도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공론장은 '청년 주거권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주거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을 목적에 두고 진행됐다.

전문 퍼실리테이터와 함께했던 이전 공론장과 달리, 3차 공론장에서는 지난 달 열린 <참여형 청년 리더십 학교-퍼실리테이션 교육>을 수료한 학생 퍼실리테이터들이 직접 진행을 맡았다.

 

전문가 발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시도 이사장이 발제하고 있다. ⓒ YMCA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2011년 창립된 '민달팽이 유니온'이 운영하는 시민단체다. 민달팽이 주택 협동조합과 민달팽이 유니온은 집이 없는 '민달팽이'와 같이, 주거 취약 계층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당사자들이 '청년 주거권 보장'과 '주거 불평등 완화'를 위해 직접 나서며 시작됐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세입자 네트워크 구축','주거복지상담센터 운영','청년 주거 실태 조사','표준 원룸 관리비 가이드 라인','청년 주거 상담사 양성 과정' 등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다. 반면에 이후 설립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비영리 주거 모델인 '달팽이집'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대안적 공동체의 역할을 겸한다.
  '느리더라도 꾸준하고 분명한 변화'를 지향하는 이들은 2014년 창립 이후 청년 주택 20채를 공급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는 17곳의 청년 주택을 운영 중이며, 2021년 기준 492명의 조합원과 263명의 입주조합원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 '청년 고립' 문제가 급조명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세입자 연대로서 자치와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매달 열리는 반상회를 통해 주거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함께 한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전면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송년회나 운동회와 같은 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민달팽이 협동조합의 이사장 시도 활동가는 "청년 주거권을 통해 모두의 주거권으로"라는 주제로, 20대 참가자들에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거권을 헌법ㆍ주택법ㆍ주거기본법에 근거해 보다 명확히 소개했다. 덧붙여 한국에서 집의 의미가 보금자리에서 계급 상승과 자산 축적을 위한 투자의 대상으로 퇴색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비췄다.
  주거권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존의 주거권은 주택이 건설되고 수요자에게 공급되는 건축ㆍ물질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있었다면, 최근의 주거권은 적절한 주거요소와 함께 주변 인프라, 안정감과 같은 정서적 요소, 국가의 의무와 법적 보장제도 등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변화를 촉구하는 연대의 목소리로 이어지면서, 주거의 기본 요건도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논의가 주거기본법이라는 법을 통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시도 활동가는 우리나라 주택공급이 신혼부부나 가족단위 유주택자와 같은 주류 수요자에 치중되어 있는 것에 대해 "앞으로의 논의는 장애인ㆍ노인ㆍ반려동물ㆍ무주택자 등 수요자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발제를 마친 뒤 첫번째 분임토론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새로 알게 된 점과 느낀 점을 공유했다. 한 참가자는 "강연을 통해 주거사다리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며 "앞으로 나의 삶도 주거사다리에 맞춰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 했다.
  반면 "주류에 편승해 내 집 마련을 삶의 목표로 삼고, 평생을 투자해 주거사다리를 따라 오르는 것이 과연 맞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해당 참가자는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인 집이 삶의 목표가 된다는 건 목적이 전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반드시 내 집을 사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집을 사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 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도 주거 형태의 다양성이 확보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시장 경제에 편입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을 보고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말했다.
  평소 주거 문제가 어렵고 생소하게만 느껴졌다는 한 참가자는 "주택 임대차 보호법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최근 법안이 개정되어 기존 계약기간보다 2년 더 보장된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새롭게 알게 된 점을 공유했다. "당연히 다른 국가도 우리나라처럼 보증금이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리 어느 국가에서는 보증금이 월세의 6배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는 등 대체로 합리적인 가격임을 알게 되어 놀랐다."며 우리나라도 주거 비용에 있어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첫번째 분임토론을 마친 뒤 참가자와 활동가 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이외에 전세보증금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위법건축물을 지어준 건축가들은 처벌받지 않는 것인지','사람들이 돈을 모으려면 전세를 해야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위법건축물 문제에 대해 이행강제금 외에 다른 처분은 없는 것인지' 등 심도있는 질문과 답이 오갔다.

 

2차 분임토론 소그룹 별 브레인스토밍 결과이다. ⓒ YMCA

  두번째 분임토론에서는 '청년들이 인간적인 환경에서 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작에 앞서 참가자들은 청년들의 인간적인 거주를 방해하는 요인과 관련해, 본인 또는 지인이 주거와 관계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응답은 역시 높은 집 값과 매물 부족 문제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부모의 지원 없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비싼 월세를 충당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보였다.
   학기 중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장거리 통학을 해야했던 한 참가자는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시간을 매일 허비한다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였다."며 "주거 문제로 학습권마저 침해 당하는 느낌이였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서울 보증금 가격이 너무 높아 대학가 주변에서 구하지 못하고, 외곽이나 경기도에 집을 구하는 경우을 보았다."며 "대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서울권 주거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외의 응답으로는 치안, 대학가의 월세 담합, 제한적인 기숙사 수용인원, 전세 사기, 지저분하고 노후된 건물, 임대인의 갑질 등이 있었다. 한 참가자는 " 정확한 관리비 금액 및 사용 내역을 예고받지 못한 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적법하게 청구된 금액인지 의문스러웠다."는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조별 브레인스토밍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이 응답한 '청년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청년주택 공급량 확대 및 입소기준 완화

-행복주택ㆍ청년주택ㆍ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

-전국 토지를 균형있게 개발, 서울 포화현상 해결

-불법쪼개기ㆍ허위 거래 등 위법에 대한 강력한 처벌 (지속적 모니터링)

-세입자 보호 구제 제도 강화 (세입자와 임대인의 수평적 관계 형성)

-현실적인 집값을 위해 보증금 및 월세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마련

-세입자를 보호하고 구제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

-양심적인 임대인과 부동산 중개업자

-적절한 수준의 전월세와 보증금

-더욱 철저한 건축재 점검 (부실건축 제재)

-수도/환기/일조권/방음/소화 시설 및 비상구/주차 등 기본적 요소부터 보장

-최소한의 크기, 침실과 부엌의 분리

-수요자의 다양성 고려 (반려동물ㆍ장애인 등)

-치안 문제 해결 (사각지대 cctv 설치, 공동현관문, 접근금지명령과 같은 특수상황 법률 강화)

-주거 인프라 개선 (직장ㆍ학교ㆍ병원ㆍ문화시설ㆍ교통수단과의 접근성)
 

공론장 마무리 참가자들이 3차 공론장 소감을 공유하고 있다. ⓒ YMCA

  두 차례의 분임 토론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공론장에 참가한 소감을 공유했다.
"비록 비대면이지만 한 주제에 대해 청년들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지했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고, 앞으로 더 큰 관심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슈에 대해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해볼 수 있는 점이 좋아요."

"공론장 이슈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공유해주시고 관련 질문이 주어져서, 토론에 임하기 전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이슈 토론에 효과적인 방법이네요."

"뭐든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요."

"토론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부분들이 토론을 진행하면서도 바뀌거나 발전함을 느껴요. 이슈에 대한 제 생각이 구체화되는 것 같아서 이런 토론장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 및 청년들과 즉각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라 좋아요."

 

이번 공론장을 구성하고 진행한 청년 퍼실리테이터들도 소감을 전했다.
 
"퍼실리테이터가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는데, 참가자 분들이 적극적으로 임해주신 덕에 논의가 잘 된 것 같아 감사했어요."

"지난 공론장에 참가자로 참여했을 때는 몰랐던 지점들을 확인하게 된 시간이였습니다. 논의가 잘 이뤄지도록 촉진하는 것 외에도 기획이나 시간 체크 등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더라고요.여러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기가 어려워 놓치게 된 부분들은 아쉽지만, 한번 해보고 나니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시도 이사장은 "이번 공론장이 막연하게 느껴졌던, 혹은 나 혼자 해결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주거 문제가 사실은 모두가 함께 해결 해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소비자로 살아왔던 것 같다. 내 시간과 가치를 돈으로 교환하고, 내가 나라는 존재로 사는 것인지 사회가 주입한 욕구로 사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이런 공론장을 계기로 서로가 서로의 존재로 만날 수 있는 삶에 대해 고민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마무리했다.

 
**청년 리더십학교는 올 겨울까지 진행된다. 마지막 공론장인 4차 온라인 공론장은 11월 8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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