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공사중인 충주휴게소(하)의 캐노피
K 휴게소
최근 신축한 고속도로 휴게소를 보면 캐노피가 없습니다. 도로공사 임대 휴게소뿐 아니라 민자 휴게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캐노피(canopy)란 건축에서 제단 따위의 위에 기둥으로 받치거나 매달아 놓은 덮개를 말합니다. 도시철도 지하역 출입구 중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에는 캐노피가 있습니다. 비나 눈에 에스컬레이터가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캐노피 없는 휴게소는 불편합니다. 우선 캐노피 없는 야외 공간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이용에 영향을 받습니다. 캐노피 없는 휴게소는 1년 중 고작 4~5개월만 야외 공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여름과 겨울 6개월은 너무 덥거나 추워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비가 오는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일수는 100일이 넘습니다. 여름 강수일 40일을 제외한 봄·가을 강수일 만도 50일이나 됩니다.
또 날이 좋은 봄과 가을도 한낮에는 뜨거운 햇볕 때문에 야외공간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것저것 제하면 캐노피 없는 야외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중 60일에 불과하며 그 하루마저도 이용 시간은 5~6시간에 그치게 됩니다.
하지만 캐노피가 있다면 비, 바람, 햇볕의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외부 공간에서 휴식과 소비가 가능합니다. 대략 추정하면 1200시간, 최소 3.5배의 이용 시간과 소비 기회가 늘어나게 됩니다.
휴게소에서 야외공간이란
이쯤해서 휴게소에서 야외공간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어볼 수 있겠네요. 휴게소를 설계한 사람은 "실내 공간을 이용하면 된다"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휴게소를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휴게소를 방문하는 고객의 목적은 '휴식과 재충전'입니다. 운전하는 차 안에서 몇 시간 갇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매장에 가기를 싫어합니다.
휴게소에 오면 더 심합니다. 복잡한 실내보다는 탁 트인 외부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커피 한 잔 곁들여 휴식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고객들에게 매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떠미는 것은 "여행은 왔지만 숙소에만 있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경험적인 예를 들자면 외부공간 제공시 이용 고객이 10명이라면 내부 공간으로 유도할 경우 50~60%의 고객은 이탈합니다. 화장실만 이용하고 차로 돌아갑니다.
게다가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 휴게소 내부 매장은 수시로 영업제한 대상입니다. 근 2년간 명절, 휴가철 등 극성수기 내내 실내 취식 금지였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거나 폐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