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뿐 아니라 휴게소 운영사가 만든 자체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휴게소 편의점은 안정적이고 높은 매출로 인해 관심 받는 매장 중 하나다.
K 휴게소
그 다음 상품입고 과정에서는 매일 여러 업체의 배송차량을 일일이 확인해서 검사하고 창고에 물건을 내린 후 수불장을 발행하고 전산에 입력해야 합니다. 상품을 판매하려면 창고에 있는 물건을 꺼내 진열해야 하는데 상품이 조금만 판매돼도 진열장이 비어 버리므로 하루 2번 이상은 진열해야 합니다. 이렇게 매일 진열 작업에만 몇 시간이 걸리죠. 게다가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면 유통기한처럼 반드시 관리해야 할 업무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마다 판매사원 식사교대도 해야 하고, 수시로 찾아오는 고객 응대도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죠. 민원인도 상대해야 하고, 시설과 재고도 관리해야 합니다. 하루 근무시간 내 모든 업무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수작업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휴게소와 달리 시중의 브랜드 편의점은 이 업무가 분업화·체계화·전산화되어 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런 시스템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상품관리자 혼자 이 업무를 다 해야 합니다. 높은 이직률은 필연적인 결과로 "업무를 배울 만하면 퇴사"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됩니다.
잘 팔리는 것만 취급
둘째,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는 약 220개의 휴게소가 있습니다. 여기에 상품을 납품하는 벤더사(도매업체)가 있고요. 제조사가 만든 제품, 예를 들어 캔커피가 있다면 누군가는 이 캔커피를 물류창고에서 받아서 휴게소에 배송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조사가 한두 개가 아니죠. 캔커피만 해도 종류가 얼마나 많습니까? 게다가 과자·유제품·생수·생활용품 등등 수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상품을 모두 취급할 능력이 있는 벤더사는 없습니다. 그래서 A사는 맥스웰, B사는 롯데, C사는 스타벅스, 이렇게 특판권을 가지고 휴게소로 영업을 다닙니다. 커피만 해도 몇 개 밴더사가 있는데 과자는, 유제품은, 생수는, 생활용품은?
결국 벤더사는 취급 상품을 줄여서 잘 팔리는 것만 취급하게 됩니다. 즉 시중에 제조된 상품은 넘치지만 고속도로 유통과정에서는 일부만 선택되어 공급되는 거죠.
휴게소 간 거리가 멀다 보니
셋째, 물류비용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휴게소 간 거리는 최소 15㎞에서 최장 60㎞에 이릅니다. 상품을 운반하려면 물류비(인건비·기름값·차량유지비)가 발생하죠. 그런데 상품 판매는 한정되어 있는데 배송을 자주해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고정비용이 너무 커서 적자가 발생할 테죠.
그러므로 벤더사는 가능한 유통기한이 길고, 잘 팔리면서, 가격이 비싼 제품 위주로 납품하려고 할 것입니다. '2주마다 1회만' 휴게소 밴더사(납품사)가 가장 선호하는 납품 주기입니다.
1주 1회 배송은 안 되냐고요? 가능하긴 합니다. 하루 배송차량 한 대가 들를 수 있는 휴게소는 많아야 7~8군데를 넘기 힘듭니다. 그러니 1주마다 200개 휴게소에 1번씩 납품하려면 매일 5대의 차량이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합니다. 아마도 배(이익)보다 배꼽(비용)이 더 클 겁니다. 특히 도시락, 김밥, 햄버거 등 신선식품을 휴게소에서 취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물류 때문입니다.
그 외 편의점 공간이 비좁은 이유도 있습니다. 지금 고속도로 휴게소는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에 즈음해 신축된 건물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도 많지 않았고 휴게소의 상업 가치에 대한 인식도 낮았습니다. 그냥 '휴식을 위한 필수공간' 이었죠. 따라서 휴게소 건물도 작고, 휴게소 내 필수매장인 편의점의 적정 크기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습니다(이런 비전문성은 2021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속도로 휴게소는 최근 CU, GS25, 이마트24 등 '브랜드 편의점'을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브랜드 편의점은 1일 1배송이므로 물류 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가 취급하는 수백만 가지의 상품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취급상품이 적은 벤더사의 한계를 극복하며, 유통기한까지 관리되는 우수한 영업관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어 관리 효율성까지 있으리라 봤기 때문입니다.
맥 못추는 브랜드 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