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중
Netflix Korea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화제다. 저마다의 경험으로 저마다의 맥락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볼거리만큼 읽을거리도 많은 드라마다.
2016년의 일이다. 늦깎이 군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오랜 폭언과 위협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 동료 병사들이 간부들을 고소하고 싶어 했다. 도울 수 있는 바를 도왔다.
그러자 '결국 힘들어지는 건 군에 남을 후임들일 것'이라며 고소 취하를 설득해보라는 회유가 있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자리에 모아 사과와 용서를 요구하던 간부도 있었다. 겉으로 위로를 건네며 뒤에선 괘씸히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분분한 와중에 전역을 했다. 마음이 쓰여 종종 소식을 묻곤 했다. 형사 사건은 합의가 되었고, 가해자들은 중징계를 받았더랬다. 그런데 소식을 전하던 친구 중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냥 참고 지낼 걸 그랬습니다."
지금도 그 말을 이고 산다
가해자들은 떠났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고, 간부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알게 모르게 부대 생활에 어려움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철책 울타리 속에서나 통할 한 줌도 안 되는 알량한 권력은 참지 못하는 이들을 참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그 말을 이고 산다. 부당함은 맞서 싸우는 것보다 참는 것이, 힘든 일은 털어놓기보단 앓는 것이 당장은 힘들어도 오래도록 편하고 현명한 삶이라는 말. 갓 스무 살을 넘긴 평범한 청년의 입에서 나왔던 그 말을 머리에 이고 산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군대에서 체화한 이 지저분한 삶의 지혜는 "군대를 가야 사람이 된다"는 교훈이 되어 세대를 타고 끝 간 데 없이 전해진다. 집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그렇게 군대가 만들어낸 '사람'들이 침묵을 요구받고, 또 요구하며 살아간다.
매년 백여 명의 꿈이 군대에서 진다. 군대를 가서 사람이 아니라 흙이 되어 돌아오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 이 중 7할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떠난 이는 말이 없고, 대부분 남겨둔 글도 없어 유가족의 답답함이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내가 일하는 군인권센터에는 그 답답함으로 전화를 주시는 유가족이 많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고인의 삶을 기록으로 접할 때마다 드는 허망한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이 군대를 가지 않았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죽음의 원인을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서 드라마 'D.P.'에서 가장 와닿았던 대사는 주인공 안준호(정해인)의 "군대에 오지 않았다면 탈영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였다.
극 중에 나오는 탈영병은 다섯 명이다. 더 참을 수도, 참지 않을 수도 없는 이들은 언젠가 잡힐 걸 알면서도 부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침묵의 비디오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놓곤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죽거나, 자거나, 도망가거나, 시간을 벌거나, 복수하거나. 그러나 이내 체포되어 다시 재생되는 삶에서 바뀐 건 잠시 멈춰 섰던 이들의 꼬여버린 인생뿐이다.
거대한 군대는 낡은 수통처럼 바뀌지 않는다. 극 중의 군인들에게 탈영병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잡아와야 할 '실적'에 불과하다. 실적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야 계속 오른다는 점에서 탈영병 잡는 D.P.는 변하지 않는 군대를 표상하는 역설적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군대에 오지 않았다면 탈영할 일도 없었을 것이란 주인공의 말은, 군대가 존재하면 탈영도 계속되리란 씁쓸한 자조다.
우리 군대의 진짜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