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발표를 하는 이주천 원광대 명예교수.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신생 취약국가 대한민국의 건국과 남로당의 무장폭동 - 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주천 원광대 명예교수는 분단정부를 반대하고 통일정부를 추구하고자 궐기했던 제주도민들의 희생을 폄하했을 뿐 아니라 4·3을 모스크바와 연결하는 방법으로 그 의의를 깎아내리고자 했다.
뉴라이트(신우익) 학자인 이주천 교수는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5·18 북한 개입설을 확산시킨 일로도 알려져 있다. 일례로 5·18 제33주년을 닷새 앞둔 2013년 5월 13일에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북한군이 5·18에 개입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5·18 제29주년을 앞둔 2009년 5월 7일에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현대사 재조명 토론회'에 참석해 '전두환 장군으로 인해 눈물을 흘렸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날 발행된 <오마이뉴스> 기사
"촛불은 광주사태 일으킨 좌익세력의 선동"(http://bit.ly/zjxsS)에 따르면 그의 발언은 이렇다.
"김영삼 정부 때, (19)80년 국가의 혼란을 수습했던 전두환 장군을 위시한 신군부 인물들이 반란 모의자가 돼 평생 국가를 위해 봉사한 과정에서 얻은 훈장까지 박탈당했다. 그들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며 목숨을 걸고 싸워온 무공훈장까지 박탈당했다. 나는 그 판결문을 눈물이 나서 읽을 수가 없었다."
다시 2021년 현재로 돌아와서, 이주천은 학술대회 발표에서 5·18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4·3을 바라봤다. 광주시민들을 외부세력과 연관시키듯, 제주도민들도 바깥 세력과 연계했다. 이 사건의 의의를 소련 스탈린에 대한 추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4·3항쟁의 성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이것은 북한의 무력 남침, 적화통일의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점이 2년 뒤에 있었던 6·25 남침 전쟁으로 판명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일성의 적화통일을 위한 준비 작업이 바로 4·3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주 4·3사건은 미군정과 유엔의 건국 작업 실행에 대한 폭동이자 도전이었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속된 무장투쟁이었기에 반란으로 규정해야 마땅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 뒤 문제의 소련 발언이 나왔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보면, 제주 4·3 사건이 자주적인 통일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논리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이 자주적 통일정부의 구성이란 것이 미군 철수를 유도하여 향후 공산화된 통일정부를 지향하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들의 사상적 조국이 공산주의 소련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그들이 충성을 한 인물은 공산주의 독재자 스탈린이었다는 것입니다. 철저한 스탈린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주 4·3이 소련과 연관됐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전에 이주천이 강조한 것이 두 가지 있다. 그는 4·3이 진행되던 1947년 하반기에 소련이 남한의 무장투쟁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4·3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1947년 하반기에 미국이 유엔을 통해 한반도 총선거를 실시하는 계획을 추진하자 이에 맞서 소련이 아래와 같이 대응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 당시 소련은 어떻게 하느냐? 유엔 위원단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서 남한에 있는 좌익과 남로당에 지시를 해서 파업·폭동·무장테러를 전개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해방정국에서 대한민국 건국을 직접 방해한 세력은 남로당이고, 그 남로당의 배후에는 소련군정이 있었습니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은 해방 전부터 활동한 자생적 공산주의자들을 묶은 조직이었다. 소련과 연계된 것은 김일성에 의해 조직된 이북 공산주의 세력이었다. 단순히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남로당과 소련을 연결하는 것은 한국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한다. 남로당이 소련의 지원을 받는 막강한 조직이었다면, 그들이 김일성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주천은 '1947년 하반기에 소련이 무장폭동을 지시했다', '4·3 주역들이 충성을 바친 대상은 소련 스탈린이었다'라고 말하면서도, 4·3이 소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학자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다.
잔인하고 무책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