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파산위기인 우이신설경전철, 도대체 원인이 뭔가?

[위기의 우이신설 경전철] ① 민간투자사업이라는 정책공모의 책임을 묻는다

검토 완료

김상철(nilblue)등록 2021.08.23 09:41
오는 8월 말이 되면 다시 우이신설경전철의 역에서 광고를 보게 된다. 2017년 9월 우이신설선이 개통되기에 앞서 고 박원순 시장의 요청사항으로 추진된 '우이신설선 경전철 문화예술광고 사업'이 4년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되는 것이다. 최근 문화예술철도 사업을 진행해왔던 서울시 문화본부는 <우이신설경전철 광고사업 재개에 따른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작품철거 계획>(디자인정책과-9107)이라는 공문을 통해서 8월 31일까지 역에 설치된 전시품들을 모두 철거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우이선설 문화예술철도 작품철거 계획 표지 서울시는 해당 계획을 통해서 8월 31일까지 우이신설역에 설치된 문화예술광고들을 모두 철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김상철

 
이에 따르면 철거계획은 2021년 2월 경전철 운영사의 영업적자가 누적이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재정사업의 일환으로 광고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1년 3월 서울시 교통본부 도시철도과는 '우이신설설 광고사업 실시 안내'를 발송하고, 해당 사업을 총괄하고 있던 문화본부에서 철거계획을 수립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우이신설경전철의 누적적자는 1,8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공간에서 상업광고를 최소화하면서 시민들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던 사업이 우이경전철 사업의 악화로 인해 전격적으로 취소되기에 이른 것이다. 도대체 우이신설경전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반복되어온 민간사업자의 사업중단 발표

우이신설경전철의 현황을 살펴보는데 단서가 될만한 기사가 있는데 지난 6월 28일자로 인터넷에 올라온 <중앙일보>의 '[단독]우이신설선 이대론 파산 ... 오세훈 선택에 운명 갈린다'라는 기사다. 이 기사는 국민의 힘 송석준 국회의원의 자료를 통해서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애초 수요예측이 잘못되었고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경영이 악화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사업 재구조화 밖에는 없는데 '비용보전방식'을 통해 수입이 실제 발생한 운영 비용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사실상 수많은 특혜 논란 속에서 사라진 '최소운영수익보장'제도의 부활인 셈이다. 그러면서 사업자가 제안한 방식으로 "남은 차입금과 차량 교체비만 서울시가 지원해주면 나머지 운영 관련 비용은 모두 책임지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명확하게 서울시로 하여금 최소운영수익보장의 변형인 비용보전방식을 택하던지 아니면 민간사업자가 진 빚을 서울시가 탕감하고 차량 비용을 책임지라는 양자택일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에 앞서 이미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와 '우이신설선 정상화 합의서'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이해 우이신설선 사업정상화 협상단을 만들어 운영했고 최근에는 재정지원 방안에 대한 검토회의도 열렸다. 그러니까 <중앙일보>의 기사는 서울시가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중간 단계로서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방법으로 우이신설경전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우이신설경전철은 애초 사업 초기부터 가다 멈추다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우이신설경전철 주요 연혁(기공식에서 개통까지)
2008년 10월 31일 : 기공식
2009년 4월 9일 : 실시협약 체결 및 사업시행자 지정
2009년 9월 3일 : 실시계약 승인
2009년 9월 15일 : 착공
2011년 6월 1일 : 실시계획 변경 승인
2012년 11월 : 공사중단(제3공구 건설사인 고려개발이 워크아웃)
2013년 3월 : 전체 4개 공구에서 공사 재개
2016년 8월 5일 : 우이신설경전철주식회사 외 10개 출자사의 사업 협약 해지 요구
2016년 8월 26일 : 공사 재개
2016년 12월 1일 : 운영사로 우이신설선경전철운영 주식회사 설립
2017년 9월 2일 : 우이신설선 개통

위에서 보듯이 우이신설경전철은 공사 중에도 2차례나 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 2012년에는 사업시행자 중 한 곳이 자금부족으로 워크아웃이 되면서 벌어진 일이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사업시행구조의 부실 때문으로 볼 여지가 있다. 고려개발을 빼고도 10개가 넘는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었고 대주주가 포스코건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에도 공사를 중간에 멈추는데 이유는 사업시행자가 만든 금융투자가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아서 였다. 그전까지는 전체 사업분담 구조에서 서울시가 분담한 비용으로 공사를 해왔고 이제 민간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차례였는데 정작 부담해야 할 측에서 '사업구조가 부실해서 투자를 못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사업을 중단한 민간사업자가 내놓은 요구는 1,300억원 정도의 대출금에 대해서 서울시가 지급보증을 해달하는 것이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총 6,465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는데 이중 국비가 776억원, 서울시비가 2, 222억원이어서 공공재정이 전체의 46.4%에 달한다(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 공공사업 감시평가 결과보고서(우이신설도시철도재정지원), 2021. 8.). 

애당초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인 민자경전철 사업인데도 해당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하는 민간사업자의 부실로 인해서 2차례나 공사가 중단될 정도였다. 그렇게 보면 2021년에 다시 불거진 우이신설경전철의 파산론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부실하게 추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앞서의 <중앙일보> 기사로 돌아가서 적자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을 짚어보자. 

수요예측과 무임수송은 누구 탓인가?

 

우이신설선 일일 예상수요와 실제수요 <중앙일보>가 국회 송석준 의원의 자료와 서울시의 자료를 통해서 보도한 내용을 전제한 것이다. ⓒ 중앙일보


 
애초 민자사업을 추진할 때 예상했던 수요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물론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상수요와 실제수요 사이의 간격은 매우 넓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우이신설경전철의 문제를 다루는 보도는 많지만 정작 왜 수요예측이 맞지 않았는지에 대해 다루는 사례는 거의 없다.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오히려 민간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는 사업방식을 강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쟁점일 뿐, 애초 민자사업을 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놓은 수요예측이 왜 과장되었는가라는 것의 답이 되진 않는다. 가장 단순한 답은 민자사업의 특징 상 수요를 과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투자사업의 구조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우선 민간투자사업의 경우에는 기존의 회사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건설투자자와 금융투자자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이 만들어지고 여기가 사업시행자가 되어 사업을 제안하고 추진한다. 애초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생리 상 손해를 보는 투자사업을 할리가 없고 민간투자사업 역시 그렇다. 그렇다면 누적 적자가 1천억원이 넘었다고 하는 우이신설경전철 사업에 투자한 포스코건설 등 건설사들이 적자를 보았을까? 그렇지는 않다. 통상 건설투자자의 경우에는 해당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시공비용을 민간투자사업 시행자로부터 받는다. 따라서 건설투자자의 이익은 초기 건설과정을 통해서 확보된다. 금융투자자의 경우에는 운영이익의 배분과정에서 보장된다. 금융투자자들은 자기가 참여하거나 투자하기로 한 특수목적법인에 대출을 해주고 이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환수한다. 그러면 누적 적자는 뭔가? 그것은 바로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의 적자일 뿐 해당 법인을 만들어놓은 개별 기업들의 적자는 아니다. 그렇게 보면 <중앙일보> 기사에서 포스코 건설이 제안을 했다고 하는 '서울시가 차입금을 갚아주면 좋겠다'는 것은 우이신설경전철에 투자한 금융투자자들의 원금과 이자를 서울시가 갚아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되면 건설투자자도 금융투자자도 이익을 보면 봤지 전혀 손해가 아닌 상태가 된다.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명목상 사업시행자인 특수목적법인일 뿐이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민간투자사업은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할 수록 유리하다. 당연히 하려는 입장에서는 투자상품을 포장해야 한다. 그 결과가 과장된 수요예측이 된다. 우이신설경전철의 경우 애초에 제안된 수익보장도 없어지고 요금결정권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조건이 부여된 것은 2006년 서울시가 제3자 공고를 냈을 시기이다. 만약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수익보장과 요금결정권이 결정적이었다면 이 때 사업제안을 하지 않았으면 된다. 그런데도 해당 제안에 응한 것은 경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사업의 경우에는 일단 시작을 하면 손실회피가 용이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자사업자는 2007년 4월에 사업계획서를 내면서 일평균 12.2만명의 수요를 내놓는다. 

그러면 무임승차 이슈는 정말 몰랐을 까?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2013년에 기존의 도시철도기본계획을 개선하면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망구축계획'의 585쪽에는 다음과 같은 표가 나온다. 
 

서울시 도시철도기본계획(2015년 수정) 상 무임승차 이용비율 추산 근거 서울연구원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평균적인 무임승차 비율을 특정지역에 집중된 경전철에 단순 대입했다. ⓒ 김상철

 
그리고 본문에 "연간 요금수입은 전체 수요에 대한 각 거리 가중평균 요금을 적용하여 총수입을 산정한 후 주말수요를 보정하기 위해 연평균 평일 대비 비중분(89.2%)을 고려하고 이 중 무임승차수요분(13.12%)을 제외한 후, 할인 손실분(2.1%)과 버스환승 손실금을 고려하여 산정함."이라고 적어두었다. 그러니까 서울연구원은 강북지역에 특수한 교통수단인 우이신설경전철의 노인무임승차 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서울시 전체를 다니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비율을 그대로 대입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노령화 정도를 고려한 연도별 가중도 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하면 예상되는 수익의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재무적 타당성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 초기에 재무적 타당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후 정작 사업이 실행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간단한 검색만 해보아도 서울에서 가장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곳이 강북구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6년에 15% 정도였던 노인비율이 2021년에는 20%를 넘어섰다. 따라서 수요예측의 실패도, 무임승차의 비율도 그리고 수익보장제도나 요금권한의 제약 역시 예측불가능한 위험이 아니라 사업의 시작 초기부터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아마도 우이신설경전철을 둘러싼 논란은 서울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 같다. 서울시의 선택지에도 다른 사업자를 찾아보거나 아니면 기존 사업자를 설득해 운영하는 것 외에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의 편익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즉 애당초 민간투자사업이 아니면 추진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업이 민간기업의 이윤과 서울시의 무리한 사업추진 욕구 때문에 억지로 추진되어 예상치못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으면 또 다시 우이신설경전철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가 또 불거질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우이신설경전철의 문제는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사업 초기에서부터 반복적으로 나타난 문제이기 때문이며, 지금의 서울시 대응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덮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명확한 책임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도 예정된 신림경전철 등 민자경전철 사업에서 나타날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출발점은 '과연 민간투자사업 방식이 적절했는가'라는 질문이 될 수 있다. 이미 서울교통공사가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노선을 개별 사업시행사들이 건설하고 또 별도의 운영사들이 실제 경전철을 운영하는 구조는 누가 보더라도 고비용의 구조다. 운행 방식이 유사한데도 중복적인 경영비용을 발생시킬 필요가 없다. 

다음의 연재글에서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현재의 우이신설경전철의 운영구조가 변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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