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 한일전, 또 다른 키워드는 '청소년 대표 출신' 활약

강민호부터 원태인까지 주축 선수 12명이 청소년 대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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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eugenephil)등록 2021.08.04 09:30

2018년 청소년 대표팀 선수단 현재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중에서 청소년 대표팀을 경험한 이들이 무려 12명에 달한다. 이들은 실제로도 대표팀에서 중용되고 있다. ⓒ 김현희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주최국 일본이 심혈을 기울인 종목 중 하나가 바로 야구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경험했던 이나바 감독을 일찌감치 선임한 것을 비롯하여 대표팀도 최정예 멤버로 구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국가 스포츠'인 야구만큼은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두 번이나 패하면서 '노 메달'에 그쳤기 때문에 이번만은 그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몇 차례 위기를 겪기는 했어도 현재 참가국 가운데 유일하게 무패 행진을 기록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팀은 일본을 만나게 됐다. 승리한다면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면서 결승 무대에 직행할 수 있지만, 패한다면 다시 패자부활전을 치러야 하는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더구나 대표팀은 2019년에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일본에 두 번 모두 패하면서 초대 대회 우승팀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본다면, 대표팀이 일본에 비해 열세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한일전의 또 다른 키워드, '청소년 대표팀 출신' 활약

그러나 단기전 승부에서 객관적인 전력은 참고 자료가 될 뿐이지, 그 자체가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일전이라는 경기 외적인 요소가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만 살펴보더라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대표팀은 일본에 확실한 우위를 점했던 것은 아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대표팀 구성의 특징이다. 오승환, 강민호(이상 삼성), 김현수(LG)처럼 2008년에 이어 올해에도 2연속 올림픽에 참가하는 베테랑들도 있지만, 이의리(KIA), 김진욱(롯데)처럼 베이징 올림픽 당시 불과 6살에 불과했던 만 19세 선수들도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은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팀'을 경험한 선수들도 다수 포진해 있으며, 이들 대부분 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호하는 대표팀 선수단 한일전에서도 이렇게 선수들이 포효하는 모습을 보기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 WBSC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표팀 유격수 오지환(LG)은 2008년 청소년 대표팀 출신이다(당시 경기고 3학년). 야구 국가대표팀이 전승 우승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오지환 역시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4번 타자 겸 구원 투수로 투-타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오지환 외에도 역시 유격수 멤버로 당시 고교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허경민(두산, 당시 광주일고), 외야수로서 좋은 모습을 선보인 박건우(두산, 당시 서울고)가 세계 청소년 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다. U-18 야구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2008년 대회가 거론되는 것도 이때 이후로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승 문턱까지 갔었던 경험도 있었다. 대표팀 4번 타자로 낙점을 받았던 강백호(kt)가 청소년 대표로 맹활약했던 2017년의 이야기다. 당시 대표팀은 타이완, 일본, 캐나다, 쿠바 등을 연달아 격파하며 결승 무대까지 오른 바 있다. 다만, 최정예 멤버를 구성한 미국 대표팀에 우승을 내어 주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강백호는 당시 베스트9에 선정되면서 WBSC가 주목하는 유망주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강백호의 청소년 대표 경력은 고교 2학년이었던 2016년에 먼저 시작됐다. 세계 대회에 앞서 타이완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 참가했기 때문. 그리고 그 당시 고교 3학년 멤버로 활약했던 청소년 대표팀 출신이 바로 이정후, 김혜성(이상 키움), 그리고 투수 고우석(LG)이다. 다만, 당시 청소년 대표팀은 타이완전 슈퍼라운드에서 1루심의 명백한 오심으로 인하여 억울한 1패를 기록, 결승무대까지 오르지 못하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또한, 일본과의 대전에서도 1-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 당시 청소년 대표팀 출신들이 일본전 필승을 다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부터 비롯됐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5년간 청소년 대표팀을 경험했던 이들 외에도 김현수, 최주환(SSG)도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2005년 당시,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대표팀에 선발됐던 이들은 일본 스지우치 다카노부(前 요미우리)의 구위에 밀려 우승을 목전에 놓친 바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경험하기 전까지 이들도 일본전에서 큰 재미를 못 봤던 셈이다. 반면, 이에 앞서 포철공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됐던 베테랑 강민호는 2003년 열린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청소년 대표에 발탁된 이후 일본전과 관련하여 좋은 기억을 가진 이도 있다. 조별리그 이스라엘전 첫 경기에 등판했던 원태인(삼성)이 그 주인공이다. 2018 청소년 대표팀으로 선발됐던 원태인은 당시 열린 한일전에서 3-1로 승리, 대표팀 우승을 이끄는 한 축으로 활약한 바 있다.

물론, 청소년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프로 무대에서 100%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교 시절 태극 마크를 달았던 경험이 선수 개개인에게 좋은 영향을 발휘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이 올림픽 한일전에서도 발휘될지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 대표팀 멤버 중 '청소년 대표팀 출신'은 누구?

강민호(2003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표팀, 당시 포철공고 3)
김현수(2005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표팀, 당시 신일고 3)
최주환(2005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표팀, 당시 광주동성고 3)
오지환(2008년 U-18 야구 월드컵 대표팀, 당시 경기고 3)
허경민(2008년 U-18 야구 월드컵 대표팀, 당시 광주일고 3)
박건우(2008년 U-18 야구 월드컵 대표팀, 당시 서울고 3)
박세웅(2013년 U-18 야구 월드컵 대표팀, 당시 경북고 3)
이정후(2016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표팀, 당시 휘문고 3)
김혜성(2016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표팀, 당시 동산고 3)
고우석(2016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표팀, 당시 충암고 3)
강백호(2016년~2017년 청소년 대표팀, 당시 서울고 3)
원태인(2018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표팀, 당시 경북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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