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성연대의 '댓글 좌표 찍기' 파헤치기

[주장] 여성혐오 좌표 찍기 백래시,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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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민(mingoodnice)등록 2021.08.03 08:22
 이런 기사가 있다. 7월 31일에 최종 수정된 기사이다. 이 기사에는 8월 2일 오후 8시 34분에 587개의 댓글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후 9시 3분에 4,434개의 댓글이 등록되어 있었다. 이틀 전에 올라온 기사가 이틀 뒤,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약 4천 개의 댓글이 등록된 것이다. 이 기사의 제목은 '국민의힘 김태호 "안산 여성혐오, 부끄럽고 우려스럽다"' 이다.
 
또 다른 기사도 있다. 7월 29일에 최종 수정된 기사이다. 이 기사는 나흘이 지난 8월 2일 오후 8시 44분에 3,463개의 댓글이 달려있었지만, 8월 2일 오후 9시 6분에는 6,897개의 댓글이 달렸다. 나흘이 지난 뒤 3천 5백여 개의 댓글이 달린 이 기사의 제목은 '장혜영 "이준석, 안산 메달 취소하라는 공격 중단시켜달라"' 이다.
  

남성연대에서 운영하는 '우리가 남성연대 쉴드다' 서버의 공지사항. 채널 안내에서 볼 수 있듯이 기사 링크를 공유하여 편파적인 여론을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언론정화팀이 운영되고 있다. ⓒ 디스코드 화면 캡처

   

신 남성연대 배인규 대표가 언론정화팀 채널에 기사 '윤석열,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라는 기사를 공유하고 있다. ⓒ 디스코드 화면 캡처

 
게시된 뒤 한참이 지나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기사. 최근의 젠더 갈등과 관련된 기사이다. 이렇게 수많은 댓글을 달도록 한 것은 '신 남성연대(이하 남성연대)'이다. 남성연대에서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언론정화팀'을 꾸렸다. 이 언론정화팀 채널에 기사가 올라오면, 서버에 접속한 사람들이 링크에 접속해 댓글을 작성한다. 소위 '좌표 찍기'를 통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있는 셈이다.
  
  

신 남성연대의 대표 배인규 씨가 네이버를 점령하겠다면서 서버에 기사 링크를 전송하고 댓글을 달도록 유도하는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배 대표가 기사의 댓글을 확인하는 모습. ⓒ 신 남성연대

 
남성연대의 대표 배인규 씨는 좌표 찍기와 동시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라이브 방송에서는 기사의 좌표를 찍고, 댓글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실제로 배인규 씨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오케이, 베댓(인기 댓글) 먹었다"라고 말하는 등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있다. 유튜브의 영상 제목을 보아도 "지금부터 네이버를 점령 해보겠습니다." 나 "네이버 댓글 전쟁" 등의 어구를 사용함으로써 조직적인 여론 형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남성연대 언론정화팀 채널에 기사 링크가 올라온 직후인 20시 44분과, 그로부터 22분 뒤인 21시 6분의 댓글 상황 비교. 4%에 불과하던 10대의 댓글 작성자 비율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45%였던 남성 댓글 작성자 비율도 매우 크게 증가하였다. ⓒ 네이버 댓글 캡처

   

남성연대에서 링크를 언론 정화팀 채널에 올린 이후, "페미니즘은 정신병"으로 채워진 한 기사의 댓글을 순공감 비율로 정렬한 상태이다. 남성연대의 '좌표 찍기'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 네이버댓글캡처

 
실제로 남성연대의 '좌표 찍기'는 그들의 관점에서 성공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댓글이 '좌표 찍기'가 이루어진 기사의 댓글을 공감 비율 순으로 정렬했을 때 상위에 정렬되어 있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편파적인 여론'을 바꾸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남성연대 관계자가 기사 혹은 청원 링크를 공유하는 것은 여론조작이 아닌 잘못된 여론 바로잡기라고 주장하는 모습. 괜히 짠하기도 하다. ⓒ 디스코드 화면 캡처

 
남성연대가 말하는 편파적인 여론이란 페미니즘과 직결되어 있다. 페미니즘을 정신병으로 치부하며 무작정 비난하는 그들의 댓글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나친 여성혐오 성향을 띠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여론조작이 아닌 '잘못된 여론을 바로잡는 것'으로 정의한다. 심각한 오만이며 오판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여론을 '잘못된 여론'으로 정의하는 것이 남성연대의 오만이다. 설사 남성연대의 오만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좌표 찍기를 통해 댓글의 방향을 돌리는 것은 오판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여론조작을 하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저 말을 올렸을까.
 
이러한 좌표 찍기는 민주주의의 공론장을 파괴하는 심각한 행위이며, '백래시(성 평등에 대한 반발성 공격)'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혹자는 '소수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오늘의 댓글 좌표 찍기는 이 문제를 소수의 문제로 치부하며 넘길 수만은 없음을 보여준다. 남성연대가 '잘못된 여론을 바로잡는다'는 오만에서 빠져나올 때도, 정치권에서 여성 혐오에 가담한 정치인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건을 바라볼 때도, 무엇보다도 이제 백래시를 멈출 때도 되었다. 백래시에, 차별에, 혐오에 맞서는 것이 오늘의 정의이다.
  

연대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연대의 힘으로 백래시를, 차별을, 혐오를 넘어설 수 있음을 굳게 믿는다! ⓒ 픽사베이

 
덧붙이는 말. 기사를 마감하려고 하는데 배인규 남성연대 대표가 하나의 메시지를 서버에 전송했다. "배인규(남성연대 대표)입니다. 오늘 정말 저도 놀랐습니다. 언론정화팀 란(채널)에 기사를 공유할 테니 늘 즉각적으로 대응하시면 됩니다. 페미들아. 너네는 우리 못 이겨요." 천만의 말씀. 우리는 연대의 힘으로 백래시를, 차별을, 혐오를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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