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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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규(kimsea6)등록 2021.07.28 11:48
                                      나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하나.
전염병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기원전 3천년 경 고대이집트의 미이라에서는 천연두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펠레폰네소스전쟁 중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장티푸스로 추정되는 역병의 유행으로 전체 인구의 1/4이 죽었다. 14세기 중엽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페스트)은 발병 후 5년 동안 2천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고, 그 후 수백 년 동안 1억 명 이상이 사망했다. 흑사병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던 곳은 동방무역이 발달했던 이탈리아였다. 특히 문화예술도시로 유명했던 피렌체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흑사병으로 죽었다.
유럽 사람들은 '콜럼부스는 아메리카에 천연두를 전해주고, 유럽에는 매독과 담배를 전했다'고 말한다. 천연두는 인류 최초의 전염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님, 마마, 포창, 호역 등으로 불렀다. 고대의 전염병은 전쟁으로 인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도 나·당연합군에 의해 삼국이 통일되면서 전염병이 창궐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쟁으로 나라가 망하고 유·이민들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전파되기도 했고, 일본에서 유행한 천연두는 백제가 불교를 전해주면서 전파되었다는 설이 있다. 콜럼부스가 아메리카에 전파한 천연두는 찬란했던 잉카제국과 아즈텍문명을 단기간에 붕괴시켰다. 유럽인들이 다녀간 뒤 아즈텍 인구의 1/3이 천연두로 사망했고 일부 부족들은 몰살되었다고 한다. 유럽에 전파된 매독은 성적(性的)으로 문란했던 유럽 상류사회를 강타했다. 매독균에 감염된 사람은 2단계쯤에는 부분탈모현상이 나타나고 나중에는 성기가 썩어 들어갔다. 17~18세기 유럽의 상류층이 '위그'라는 가발을 즐겨 썼던 것도 매독에 따른 탈모를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근대 전염병으로는 콜레라와 스페인 독감을 들 수 있다. 콜레라는 감염되면 몇 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높은 치사율로 19세기 중·후반 전 세계를 공포에 빠지게 했다. 영국은 콜레라로 수십만 명이 죽었고, 콜레라의 진원지였던 인도에서는 3,8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9세기 전반 우리나라도 콜레라의 대유행으로 4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스페인독감은 본래 '미국독감'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주둔 중인 미군병영에서 시작된 이 독감은 2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어 2,500만~5,000만 명 사이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미국에서는 1차 대전 후 참전했던 군인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전파되어 약 50만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영국은 15만 명, 우리나라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 이상이 죽었다.
조선시대에는 천연두나 장티푸스, 홍역 정도만 파악되었을 뿐 콜레라를 비롯한 다른 전염병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그래서 역신(疫神)이 전해주는 병이라고 해서 '역병(疫病)'이라고 불렀다. 역병에서 역(疫)은 '염병'을 의미한다. 전라도 사람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염병할 놈'이라는 욕에는 '역병 걸려 죽을 놈'이라는 무서운 저주가 담겨 있다. 예방의학이 발달하지 않고 의료혜택을 받기 힘들었던 조선시대에 '역병'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 과학에 의존할 수 없었던 서민들은 매년 마을제를 지내며 전염병이 비껴가기를 기원했고 정월에는 대문간에 엄나무 가시를 매달아 역신(疫神)의 출입을 막아보려 애썼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의 옷가지를 나뭇가지에 걸어두어 역병(疫病)이 들어오는 것을 예방하기도 했다.
서양에서 예방의학이 발달하고 오늘날과 같은 위생관념이 생긴 것은 순전히 전염병 때문이다.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 도시들의 위생 상태는 극도로 불량했다. 화장실과 목욕탕이 갖춰진 집들은 매우 드물었으며 서민들이 살던 마을에서는 하수구가 없어서 길바닥에 함부로 오물을 버렸다. 유럽에서는 18, 19세기 과학혁명의 영향으로 예방의학이 발달했다. 유럽 사람들이 주목했던 전염병은 천연두였다. 제너는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천연두에 강하다는 것에 주목하여 우두(牛痘)를 발명했다. 19세기 후반 파스퇴르는 광견병 백신과 콜레라 백신을 발명했다. 20세기에는 인플루엔자, 홍역과 같은 질병의 백신들이 발명되었다. 동양에서는 우두(牛痘)보다 인두(人痘)가 발달했다. 500여 년 전 중국의 의사들은 천연두에서 발생하는 딱지를 떼어 가루로 만든 뒤 환자가 코로 흡입하게 하여 치료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 우리나라도 정약용 등이 인두(人痘)에 기반한 치료법을 연구한 적이 있다. 서양의 우두법을 처음 시행한 사람은 19세기 후반의 지석영이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환자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
 
둘.
7월 26일(월) 오후 3시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다행히 집 앞에 있는 365연합의원에서도 접종을 실시한다고 해서 서둘러 예약했다. 마음으로는 독감백신이나 비슷하겠지 생각했지만 접종 날짜가 다가오자 은근히 긴장되었다. 접종 시간은 오후 3시, 집에서 입던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병원으로 갔다. 접수하고 문진표를 작성했다. 10분쯤 지나자 순서가 왔다. 간호사는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왼쪽 팔뚝을 걷어 올린 뒤 깊숙하게 바늘을 찔렀다. 통증이 제법 있었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주사바늘이 두껍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상 주사를 맞고는 손바닥으로 한참동안 문지르는 것이 통례였지만 코로나 백신은 문지르면 안 된다고 했다. 접종 후에는 가슴에 딱지를 붙여 줬다. 1차 접종을 했다는 증표라고 했다. 가슴을 확인했더니 파란 바탕에 '화이자'라고 쓰여 있었다. 접종 신청을 할 때는 모더나라고 하더니 아직 수입이 되지 않아 화이자로 바뀌었다고 했다.
접종 후 병원 로비에서 20분 대기했다. 들어올 때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사람들이 접종 후 대기자들이라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20분 후 아무런 증상이 없자 무리한 운동과 음주는 안 된다며 주의를 준 뒤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오후 5시쯤 되자 팔뚝이 묵직하고 몸이 쳐졌다. 침대에 누워 1시간 반쯤 잠을 잔 뒤 아내의 전화에 눈을 떴다. '괜찮냐'는 안부전화였다. 열은 나지 않는데 두통이 있고 몸이 조금 무거워서 힘들었지만 아내가 걱정할까봐 괜찮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는 접종한 왼쪽 팔뚝에 통증이 제법 있었다. 머리도 어지러웠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렇게 무사히 1차 접종을 끝냈다. 2차 접종은 4주 뒤에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건강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지역감염자가 10명, 20명쯤 발생할 때는 1명만 발생해도 발생지역 근처에 가지 않던 사람들이 요즘에는 20명, 30명씩 발생한다는 소식에도 그러려니 한다. 휴가철에 동해안과 서해안으로 피서를 떠난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 청정지역이라던 제주도에서도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집중되었던 환자들이 요즘에는 전국에서 골고루 발생한다. 홍해 근해에 파견된 청해부대에서는 군함에 탑승한 군인들 대부분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난리다.
유럽에서는 델타변이바이러스가 이전보다 훨씬 강한 전염력으로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서는 코로나 통제를 완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 통제를 낮추는 이유는 경제회복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망하기보다 경제난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캐나다와 유럽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하위 30%의 소규모 영세 상인들에게는 약 9천만 원 가량의 지원비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유럽도 1, 2천만 원 정도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하위소득 85%에 대해 1인 25만원 지원정책이 보수야당의 반대로 오랫동안 국회에 계류 중이다가 며칠 전 통과되었다. 우리나라의 정책 기조는 소비촉진을 통한 소상공인 경제회복정책이다. 그래서 지원금사용도 소상공인 가게들을 중심으로 소비하도록 했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친 데다 4단계 거리두기 정책으로 소비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배달위주의 가게 외에는 혜택이 적을 전망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것은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것은 과거 전염병이 창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 인도나 동남아사아의 빈민층들은 '굶어죽나 코로나로 죽나 마찬가지'라면서 자포자기상태라고 한다. 과거 에이즈 창궐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코로나나 에이즈 같은 전염병에 연연하면서 살 수 없다. 우리나라도 쪽방촌이나 독거노인들은 어디 갈 데가 없어 우울증이 심해지고 사회적 지원책도 줄어들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소식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에서는 보건의료체계도 부실해서 코로나 증세가 발생해도 병원비가 없어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선교사로 가 있는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친구는 백신 값이 비싸서 부자들은 웃돈을 주고 접종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구할 수조차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대한민국이 얼마나 보건체계가 잘 되어 있는지, 일부 병원과 기업들이 주장했듯이 미국처럼 의료기관의 기업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근래 자영업은 위기 상태다. 일부 배달 업종을 제외하고는 파산 위기에 처했다. 평택대학교 동문 앞의 갈비집은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장사가 잘되던 가게였는데 근래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어 문 닫을 지경이다. 그 옆의 양갈비집도 자리가 없어 음식을 팔지 못했는데 최근 손님이 크게 줄었다.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도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에는 매장 판매와 배달로 근근이 버티지만 떡볶이 가게는 매출이 확 줄었다. 매출이 줄었다고 가게 임대료나 인건비,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정부의 지원책으로 임대료나 세금부담만이라도 덜었으면 좋겠는데 내년 대통령선거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무조건 반대하는 보수야당 때문에 그것마저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쉰다.
아침 뉴스에 3주 째 코로나 환자가 1,000명대를 넘어섰다고 보도한다. 사실 1,000명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1,300명~1,600명대를 오르내렸다. 오늘 아침에는 무려 1,896명이라고 보도되었다. 1만 명대 이상인 유럽이나 몇 만 명대를 유지하는 미국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코리아 방역이 잘 유지되던 몇 달 전하고 비교하면 놀랄만한 숫자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델타변이바이러스 환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오늘 뉴스에도 델타변이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될 거라고 하였다. 정부는 수도권 4단계 조처를 전국 대도시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시는 오늘부터 4단계로 격상했다. 낮에는 4명까지 모여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오후 6시가 넘어서면 2명 이하만 가능하다. 술집들도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식당들도 배달은 가능하지만 매장 내 영업은 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끝날 듯 끝나지 않자 미래를 낙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화가선생님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곧 우리의 일상이 되찾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예방백신 계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근대교통망에 의해 급속히 전 세계로 확산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 계발된 백신이 좀 더 향상되고 전 세계인이 값싸게 접종할 수만 있다면 코로나도 독감이나 감기와 다를 바 없어질 것이다. 다만 강력한 전염성을 동반한 새로운 인플루엔자가 계속 나타났을 때 과연 대처할 준비가 되었느냐, 전염병의 근본 원인인 지구환경개선을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계발한 옥스퍼드대학교의 조처처럼 백신계발을 일부 강대국 제약회사에게 맡기지 말고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가 계발하여 저개발국가나 저소득층에게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 중심, 가진 자 중심의 이기적 욕망을 극복하고 평화와 평등세상 구현을 위해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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