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아파트 단지.
권우성
존경하는 유현준 교수님께
최근 출간하신 <공간의 미래> 잘 읽었습니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싶었습니다. 건축과 인문학이 버무려지면 이런 상상력이 나오는구나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주택, 학교, 상업공간 등 대한민국 도시공간이 책에서 들려주셨던 것처럼 바뀐 모습을 상상하며 읽다 보니 가슴이 설렜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이들이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공간은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수님의 책을 읽고 새로운 도시공간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보여서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대한민국 부동산을 꾸준히 들여다본 입장에서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있는가'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드리면 좋겠다 싶어 지면을 빌려 편지를 드립니다.
자가보유 100% 사회는 이상사회인가
교수님께서 쓰신 기존의 책에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불편함을 은연 중에 드러내셨는데, 이번 책에서는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있는가'로 한 장을 할애해서 임대주택보다 자가소유를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집값의 10% 정도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는 미국에서 계약금 5천만 원이 없어 월세를 내며 살았던 교수님과 일가친척이 마련해준 5천만 원으로 집을 샀던 유대인 친구의 10년 후 자산 양극화 현실을 들려주시면서, 월세를 내는 청년은 21세기 소작농과 다름없기에 임대주택보다는 집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p.271).
정부의 부동산 소유 비중이 높을수록 독재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p,277), 미국 임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 슬럼화를 들어(p.285) 임대주택 공급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주택소유자의 비중을 늘리고 무주택자의 비중을 줄여 자가소유와 무주택자의 경계부를 점차 아래로 내릴 수 있도록(p.280) 자가소유 촉진정책에 대해 무게추를 싣고 있습니다.
일단 '정부의 부동산 소유 비중이 높은 국가가 독재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닙니다.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한 정부의 부동산 소유와 국가의 독재 성향은 연관성이 없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10년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미국 컨설팅 회사 Mercer 조사)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주택 중 43%는 영리주택이 아닌 사회주택이며, 사회주택의 절반은 공공임대주택과 정부의 규제를 통해 임대료 제약을 받는 제한영리주택입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시민 75%는 임대주택에 살고 있지만 오스트리아는 독재국가와 거리가 멉니다.
교수님께서 자주 언급하셨던 프루이트 아이고 사례처럼 미국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실패했지만, 북유럽,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국가는 공공임대주택 또는 주거관련 사회적 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주택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재국가 여부의 관건은 국가의 부동산 소유 비중이 아니라, 정부가 권력을 억압적으로 쓰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국민의 역량입니다. 서유럽, 북유럽 국가들은 정부가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더라도 국민들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사용하도록 정부를 잘 통제하고 있기에 억압적 정치제도나 독재정치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