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버이날, 선호씨의 친구들로부터 카네이션을 받고 눈물을 흘리시는 선호씨의 아버지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사고는 뭔가 정상적이지 않을 때, 즉 뭔가를 잘못했을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에 있어서 선호씨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단 하나의 잘못도 없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 왜 그럴까? 잘못은 선호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현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FR컨테이너가 애초에 고장 나 있었다. 그러니까 사용하면 안 되는 컨테이너를 계속해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원래 FR컨테이너의 날개는 안전장치가 다 있다. 유압식이든, 판스프링방식이든, 갑자기 넘어지지 않게 안전장치가 다 돼 있다. 그러나 사고 컨테이너는 그런 안전장치가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없진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손실됐을 테고, 그 뒤에 보수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보수하지 않은 채 사용됐다.
3월 1일부터 인력들의 업무가 통폐합됐다. 3월 1일 이전까지 선호씨는 동식물 검역 업무만 맡았었다. 그러나 3월 1일 이후로는 동식물 검역, CFS 등 기존의 업무만 수행하면 되던 인력들이 당일 선박의 사정에 따라 동식물 검역도 했다가, CFS도 했다가 온갖 필요한 업무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원청사에서 요청하는 일을 그때그때마다 수행했다. 그러다 보니 작업숙련도가 맞지 않는 일에 투입되기도 했다. 4월 22일의 FR컨테이너 날개 해체작업도 그랬다.
산업안전보건법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업주는 노동자를 채용할 때와 작업내용을 변경할 때에는 그 노동자에게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작업에 필요한 안전보건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선호씨는 1년 4개월이 넘도록 일하면서 안전에 대한 교육을 일절 받지 못했다.
지게차와 관련해서도 위반사항이 많다. 지게차는 적재, 하역을 하는 용도 이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고 당일 지게차의 앞발을 이용해서 FR컨테이너 날개를 접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정해진 용도 외에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은 것 역시 당연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