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미국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의사봉을 들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2019.12.18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의원이 첫 여성 하원의장이 되자 무시가 노골화된다.
"그녀가 언제 져서 부엌으로 돌아갈지 궁금하네요. 여보세요 펠로시씨, 당신은 멀티 태스크죠. 아이들이 무릎에 앉아 있는 동안에 젖을 먹이고 발톱을 깎고 하원을 지휘할 수 있잖아요, 그렇죠?"
그는 오바마를 '하우스 니거'라고 불렀고, 성폭행 피해자를 조롱했다. 진보적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암 진단에 낄낄댔고, 산아 제한에 찬성하는 조지타운대 법대생을 창녀라 불렀다.
노숙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연민 파시스트"고, 낙태권을 옹호한 여성은 "페미 나치"였다. 지구 온난화는 속임수일 뿐이었다.
그는 아무도 하지 않는 언사를 구사하며 언론과 워싱턴의 정치 엘리트들을 비난했다. 그에게 열광하던 보수적 남성 청취자들은 자연스레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로 연결됐다. 트럼프는 절친이자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던 러시 림보가 죽자 <폭스 뉴스>에 전화를 걸어 그를 추모하는 인터뷰를 한다. 러시는 전설이었고 매일 그의 말을 듣는 사람들에겐 종교적인 체험 같았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CNN은 러시 림보를 트럼프 이전의 트럼프라 지칭했다. 라디오로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극우 청취자들을 자극해 트럼프에 환호하며 투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한 트위터리안은 그가 방송 중 했던 막말 목록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라디오를 바꿨고 토크쇼를 바꿨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하여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퍼트렸습니다. 그가 죽었다고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 림보의 후예들
림보의 성공으로 그를 모방한 수백 개의 보수적 토크쇼가 만들어졌다. 그중 돋보인 숀 해니티, 글렌 벡, 마크 레빈 같은 이들이 림보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러시 림보 사망 사흘 후인 2월 20일 <뉴욕타임스>는 누가 러시 림보를 대신해 우파 언론의 거장이 될지 자문했다. 신문의 대답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당신이 트럼프를 좋아한다면 브라이트바트(Breitbart)와 뉴스맥스(Newsmax)가 있습니다. 온건한 공화당원이라면 더 블워크(The Bulwark)와 찰리 사이크스(Charlie Sykes)가 있고요.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25~26세의 보수파 젊은이들의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왕인 왕국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밋 롬니의 언론 보좌관이자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하는 이의 말처럼 러시 림보가 채웠던 600여 개 방송국 시간은 그의 옛날 방송들을 다시 틀어주며 서서히 다른 진행자들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보수 TV 채널이라는 독점을 누렸던 <폭스 뉴스>조차 극우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는 <뉴스맥스> 같은 신생 라이벌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말한다.
지금은 '너무 많은 플랫폼과 너무 많은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 말고도 팟캐스트, 스마트폰 주문형 음악과도 경쟁해야 한다. 더불어 이젠 러시 림보처럼 누군가를 조롱하고 폄훼하고 악의적 네이밍에 인신공격하는 방송은 적극적인 시청자와 광고주들의 압박에 버티기 힘든 시대가 됐다.
러시 림보조차도 조지타운대 여학생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광고주들이 빠져나가자 정식으로 사과했다. "내가 선택한 단어는 최선이 아니었고 재밌게 하려다 전국적인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플러크씨를 향한 모욕적인 단어 선택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많은 언론들이 러시 림보를 이을 단 한 사람으로 꼽는 이가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그도 퇴임 후 언론 관련 사업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사당 폭력 사건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스스로도 림보를 따를 생각은 없다 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