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타임(TIME)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타임>은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집요한 대북 화해 정책은 구체적 성과가 없는 답보 상황에서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싶은 유권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주택 공급 계획의 난항, 성희롱에 이은 자살 사건 등으로 집권당의 지지가 하락했으며 그것은 일부분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타임>은 지적한다.
결국 남북문제에 참신한 아이디어는 없으며 30년 동안 관여-협상-도발-소원-화해라는 순환을 그리고 있는 것이 남북문제고, 또 다음 시도가 있더라도 권태 섞인 한숨이 함께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자의 주관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 인터뷰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깨달음이 그의 진정한 유산이 될지 모른다."
과장된 해석과 왜곡... 외신물신주의
글 내용 가운데는 한반도 문제, 남북문제, 그리고 국내 일부 이슈와 관련해 심각한 오류와 몰이해도 발견되지만 본래의 취지에 집중하기 위해 그 문제는 생략하기로 하자. 문제는 이 기사에 대한 국내의 반응이었다. 외신 보도에 대해 유독 민감한 것이 한국 여론이지만 과장된 해석과 왜곡에 근거한 편중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외신을 둘러싼 광적으로 민감한 반응은 지속돼 왔다. 이번 기사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의 힘 소속 윤희숙 의원의 반응. 그는 페이스북에 '우리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데도 청와대는 자랑만, 정상적인 나라 어렵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의원은 "청와대가 자랑하길래 내용을 들여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면서 홍보전략으로 이 인터뷰를 추진한 청와대가 현실감 없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 보도를 청와대가 자랑을 했다'는 것. 그리고 윤 의원에 따르면 그 망상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대통령에 대해 숨기고 싶어 했던 점을 (해당 보도가) 정확히 집어'냈다는 것이다. 이어 '문 정부는 2017년에도 아무 근거 없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보증을 섰'다면서 우리나라가 우습게 됐다고 주장한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리 대통령이 망상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기자의 말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본문에는 '다수의 북한 관측통의 시각으로' 그렇다고 쓰여 있다. 이 말을 윤 의원은 마치 해당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망상이라고 보도한 듯 옮겨놓고 있다.
국제사회에 북한 보증을 서 우리나라가 우습게 됐다는 말도 근거가 이상하다. 윤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의 내면에 대해 보증을" 섰다면서 그 근거로 "말살·고문·강간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김을 문대통령은 '정직하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다고 표현한 것은 그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솔직하고, 아주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면서 국제적 감각도 있다"도 대답했다. "하지만 혹시 잊을까 해서 밝혀 두자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하게 살해했으며 ……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야기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말한 건 <타임> 기자다. 윤 의원은 기자의 이상한 논리를 따라 대통령이 반인권적 보증을 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국에서 국내 정치, 특히 대통령 관련 외신의 보도는 유독 민감하다. 유사한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경우는 좀 유별난 듯하다. 여기에는 한국인들의 정치적 감수성이 큰 이유도 있지만 국내 언론의 부정적 책임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외신 보도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국내 주요 언론들은 정보 접근에 유리한 특권을 이용해 심심치 않게 국내 독자들에게 외신 보도를 왜곡 전달해 왔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을 비롯해 정보 접속을 용이하게 해주는 수단들이 늘어가면서 과거와 같은 노골적 왜곡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국내 언론 보도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많은 독자들은 외신보도에 눈을 돌렸고, 한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외신의 보도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방송 매체에서도 외신보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물론 외국에도 외신보도를 전문으로 소개하는 언론들이 있다. 외부의 다른 시각을 통해 국내 이슈를 객관적으로 읽기 위해서다. 프랑스의 <쿠리에 앵테르나시오날>(Courrier international)이 대표적 사례로, 언론의 사회적 기여와 상업적 성공이라는 두 토끼를 다 잡은 성공 케이스다. 이 언론이 성공했던 이유는 시각의 다양성, 관점의 풍요로움을 극대화하려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