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스 존스 기사가 실린 1932년 신문
위키커먼스
<맨체스터 가디언>의 모스크바 특파원 토마스 맬컴 머거리지(Thomas Malcolm Muggeridge, 1903-1990)는 검열을 더 심각하게 생각하던 이였다. 그는 존스보다 한발 앞서 우크라이나 기근을 취재했다. 소련 당국의 여행 허가 없이 우크라이나 행을 감행했고, 기사를 검열 대상에서 제외되는 외교행낭(diplomatic bag)에 넣어 신문사로 보냈다. 이 내용은 3월 25, 27, 28일에 보도되었으나, 당시 정치범 수용소를 만들고 반유대인 정책을 추진하는 히틀러에만 관심이 집중돼 주목 받지 못했다.
일부 반론에도 불구하고, 듀런티의 해석인 "배고픈 러시아인들, 그러나 굶주림은 아니다"가 정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스탈린의 5개년 계획이 성공할 경우 미-소 무역을 통해 미국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으로 소련과 공식 외교 관계 수립을 원했던 루스벨트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결국 미-소 정식 수교는 1933년 11월 이루어졌다. 소련 대표단과 같이 뉴욕에 도착한 듀런티는 만찬에도 참석, 미-소 관계 수립에 대한 공로로 박수갈채까지 받았다.
반면, 소련은 개러스 존스의 소련 입국을 금지했다. 일본 군국주의로 관심을 돌린 존스는 1935년 일본을 경유하여 일행과 만주국으로 들어갔지만,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살해됐다.
오판인가 왜곡인가
의견과 사실의 부정적 표현인 오판과 왜곡은 가짜 뉴스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다. 잣대는 의도로, 의도가 있다면 왜곡이고 의도가 없으면 모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판단 착오가 된다.
듀런티의 글에서 고의적 사실 왜곡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듀런티는 존스가 알아낸 사실을 해석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존스가 영국 수상과 일했던 경력, 관찰이 몇 지역에 국한되었다는 부분성, 과정과 결론을 혼동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그의 주장을 희석화시켰다.
하지만, 1933년 듀런티의 행보에 담긴 의도는 당시 그와 같은 입장을 취했던 <유피아이>(UPI, United Press International)의 모스크바 특파원 유진 라이언스(Eugene Lyons)를 통해 드러났다. 라이언스는 미국으로 돌아온 후 저술한 <유토피아에서의 과제>(1937)에서 특파원들이 우크라이나 기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체포된 영국 기술자 재판에 대한 기사를 쓰려면 검열 당국과 우호적인 관계가 필요했기 때문에 "애매모호하게 얼버무리기"로 존스를 버리기로(throw down) 했다고 했다.
또 듀런티와 특파원들은 특파원 여행 금지 조치가 해제된 후 우크라이나를 돌면서 마을의 실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직접 우크라이나를 본 후에도 듀런티는 침묵했고 1941년까지 모스크바 특파원 생활을 했다.
해외 교류가 쉽지 않았던 20세기, 특파원은 한 사회의 내부 사정을 독립적으로 외부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현지 체류자로서 정보 접근에서 다른 이보다 유리했지만, 이들에겐 고급 정보를 줄 내부 사회와의 연결이 필요했다. 특파원들의 중요성과 약점을 간파한 스탈린은 회유와 강제, 두 방법을 섞어가며 이들이 소련에 유리한 기사를 쓰도록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듀런티는 소련의 '특파원을 활용한 사실 왜곡' 프로파간다에 순응해서 부와 명예를 얻은 경우였다.
1차 사료가 역사가들의 손으로 넘어간 1980년대 이후, 존스의 우크라이나 기근 보도는 '과장된 거짓'이 아닌 '미완으로 남은 진실'로 밝혀졌다. 이후 상황은 재역전된다.
존스의 보도가 과장된 거짓 정보였다는 누명을 벗으면서 듀런티의 퓰리처상 수상을 취소하라는 요구도 정식으로 제기되었다. 2003년 퓰리처상 측은 1933년에 듀런티가 저지른 오류를 인정했다. 하지만, 듀런티의 1931년 기사에 근거하여 상을 준 것이기 때문에 상을 취소하지는 않겠다고 결정했다. <뉴욕타임스>는 듀런티가 스탈린의 프로파간다를 읽지 못해 지속적으로 스탈린의 잔혹성을 과소평가했고 사실을 밝히려는 동료를 폄하했다고 성명을 냈다.
사실과 거짓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던 1933년, 그 해의 독립된 지성은 개러스 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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