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가 국경 너머로 버려지는 장면
Telemundo 뉴스 캡처
이렇듯 불법 이민자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해결할 난제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공화당을 비롯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이 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6월 8일,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멕시코 국경을 넘어 비합법적으로 미국 땅에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가 2020년 10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90만 명에 가깝다고 전한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데이터에 의하면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 3, 4월 적발된 17만 건은 20년 만에 최고이기도 하다. 이들 중 40% 이상은 멕시코 국적이지만,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도 적지 않다.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쿠바, 아이티 출신도 늘고 있다. 애리조나주 유마에서만 1만 3천 명의 브라질 출신 불법 이민자가 검거됐다. 에콰도르 사람도 3만 2000명이 넘었다. 돌려보내진 이들이 다시 월경을 시도해 중복 집계도 적지 않지만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의 숫자가 이 정도다.
바이든 정부 들어 급증한 이민자 숫자에 공화당은 바이든의 안이한 대처로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공격한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들에 대한 합법적이고 인도적인 수용을 주장한다. 코로나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는 중남미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캐러반(난민, caravans)의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오지 마(Do Not Come)"
6월 7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취임 후 첫 외국을 방문했다. 미국으로 오는 캐러반들의 주요 길목인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방문한 것. 본인 자신도 인도와 자메이카 이민자의 딸인 부통령은 두 나라 대통령들을 만나 난민 문제를 논의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지 마십시오.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위험한 여행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분명히 얘기합니다. 오지 마십시오."
불법 입국자는 모두 쫓겨날 것이니 국경을 통한 밀입국은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대신 합법 이민의 문호를 열어놓고 이들 국가의 문제 해결을 돕기로 약속했다. 상황이 심각한 중남미 국가들에 식량 문제 해결과 난민 지원 등을 위해 3억 1천 달러를 지원할 것이란 기존의 발표를 재확인했고, 백신 제공도 약속했다. 과테말라엔 50만 회분, 멕시코엔 10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거기에 중남미 국가들의 고질적 병폐인 부패 척결에 힘쓰고 인신매매, 마약 밀거래 단속을 위한 부서 신설도 발표했다.
경제적 인적 지원을 통해 중남미의 빈곤, 질병, 범죄,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도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고향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이에 대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패 척결에 함께 할 현 중남미 정부들이 부정부패 당사자로 국민 심판을 받고 있는데다가 당장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켜주기엔 미흡하다는 비난 등이다. 난민 인터내셔널 단체는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은 미국법에 따른 망명 권리 훼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자에게 영주권 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1990년대 미국에 불법 입국해 인도적 보호(TPS)를 받은 엘살바도르 출신 부부의 영주권 신청을 최종 기각하며 내린 판결이다. 12개국에서 온 40만 명의 사람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