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제도권에 편입돼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양날의 검일 것이다. (휴대폰 화면 갈무리)
김정인
그렇다면 이런 기회에 사람들이 대출까지 받아가며 달려드는 건 늘 있는 일이니까 넘어가면 될까요? 2030은 언론이 무고하게 호명해낸 희생양일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다만 돈 좋아하는 건 일반적인 성향이지, 2021년의 20대와 30대만이 가지는 특성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1950~1960년대 한국에서 주식을 거래하던 일반 투자자들은 높은 확률로 큰 손해를 봤습니다. 증권파동이 일어나 거래소가 파산해 버렸거든요. 아직 증권시장을 운영할 역량이 되지 않는 나라에서 증시거래를 무리하게 도입한 대가였죠. 지금 암호화폐에 무조건 돈을 밀어 넣는 2030도 손해를 볼 확률이 높습니다. 그 시장은 제도권에 자리 잡은 시장이 아니라 폰지게임(Ponzi Game: 빚으로 빚을 갚는 행위를 뜻하는 말) 정글이니까요.
지금 코스피나 코스닥 등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퇴직금제도도 퇴직연금제도로 바뀌어서 회사들은 종업원의 퇴직금을 매달 증시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증권시장이 발달하고 있지요? 이제는 1950년대에 한국증권거래소 앞에서 돈을 싸 들고 노숙하던 사람들처럼, 손가락질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물론 암호화폐가 앞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올지, 저러다가 사라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도권 안에 들어온다면 지금 울고 웃는 2030이 용감한 개척자로 평가받을 수도 있는 게 시장의 역사라는 거예요. 그러니 일반적인 특성을 한 세대의 특징처럼 몰아가는 건,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도움이 안 됩니다.
기성세대로서 사회 문제에 한 마디 얹을 권리와 책임이 동시에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무엇이 당연하고 무엇은 아닌지 가르마를 타주세요. 진짜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디테일을 챙깁니다.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편향돼 있다면 보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죠. 물가가 치솟는다고 할 때는 부동산 가격도, 주가도, 암호화폐 가격도 모두 포함되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고삐 풀려 돌아다니는 시장에 부동산 폭등과 증시, 각종 금융상품 가격 폭등이 별개라면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요?
이 모든 현상을 합쳐서 '돈이 복사된다'고들 하지요. 맞는 말입니다. 이런 말이 주는 풍자적 효과는 뛰어납니다. 좌절과 분노를 나타내고 공감하는 데 이토록 재치 있는 말이 또 어디 있겠어요. 남의 돈이 마구 복사되고 있는 때에, 제 돈은 덩치가 귀엽기 그지없어서 시시때때로 가슴이 답답하단 말이지요.
그러나 누군가는 차분한 대응 또한 보여주어야 할 겁니다. 특히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나 기득권이라면 더 그렇지요. 청년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며 양극단으로 동조하는 감정적 목소리만 여기저기서 들리네요. 경제 현상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미래를 위해 이 돈들을 활용해야한다면, 비교적 제도권 안에 있는 투자시장이 좀 더 편리하고 친절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또 누군가 200억을 벌면 200명이 1억씩 잃는 폰지게임 정글이 아니라, 투자를 할수록 부가가치가 커져서 모두가 이익을 나눌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해줄 수도 있겠죠. 아니면 2030이 맞닥뜨린 극심한 수도권집중현상, 저성장선진국의 노동환경, 달라진 경제공동체로서의 가족형성문화에 더 집중해 돈 문제를 풀어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