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취수부
노을공원시민모임
새로운 방식의 숲 만들기
강 처장은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무심기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수나 후원금 등이 현저하게 줄었다"라며 코로나 여파로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토로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고안한 새로운 활동이 '집씨통'이다.
지난해 4월 어느 기업에서 "직원들이 집에서 싹을 내어 공원으로 가져가 다시 심을 테니 도토리를 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아들여 도토리를 배송하다 보니 배송 과정에 너무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집씨통'이라는 씨앗 키우는 통나무를 만들어 최소한의 쓰레기만 발생하도록 하면서 씨앗에서 묘목을 키울 수 있는 방식을 고안했다. 집씨통으로 씨앗을 전달하고 싹 틔운 집씨통을 돌려받아 숲에 심어 비대면으로 숲을 조성하려는 활동이다.
노을공원시민모임 카페에는 집씨통이 만들어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싹을 틔운 집씨통을 다시 돌려줄 때 어떻게 포장해야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지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강 처장은 "처음 집씨통을 돌려받을 때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포장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좋아지고 있다. (포장이나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중요한 숙제이다"고 말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코로나 국면에서 비대면 숲 만들기, 집씨통 활동이 발굴한 새로운 가치를 강 처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집씨통 활동으로 심는 나무는 전체 활동으로 심는 나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집씨통을 정성껏 관리해서 싹을 틔우는 과정이 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 같다. 집씨통을 받아 본 분들이 그런 부분을 좋아하고 그래서 호응이 높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과 함께 조성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 공원 및 석면 피해자 추모 숲은 사회적 참사 피해자와 연대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새로운 형태의 숲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숲은 2016년 조성에 들어갔고 최근 석면 피해자 추모 숲을 만들고 있다.
강 처장은 "가습기 피해자 분들이 서로 위로하고 하소연 할 사무실이나 장소가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피해자와 당사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이자 피해자를 추모하는 장소로써 숲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나 당사자가 추모 숲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무를 심으면서 추모숲이 가진 치유의 가능성이 발현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지구상의 동물이나 다른 생명체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얻고 쓰는데, 사람은 과도하게 써요. 나무를 심는 것은 이것을 보상하는 활동이라고 봅니다. 나무를 심는 것 말고도 각자 개개인의 생활 태도에서 자신이 쓰는 물건, 먹는 먹거리가 자연을 해치며 나에게 온 것이 아닌가 물어보고 고민했으면 합니다. 과도하게 에너지를 쓰지 않도록 삶의 태도나 생활 면에서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 처장이 생각하는 일상의 생태적 삶의 태도이다. 씨앗의 싹을 틔우고 나무를 심는 일은 임박한 거대 위기에 비해 사소한 일처럼 보이고 이런 활동을 통해 생태를 복원하겠다는 결심은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이지 않으면 숲은 형성되지 않는다. 누군가 혁신적이고 시급한 처방으로 기후 위기와 생태 위기에 대응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느리지만 '정통적인' 방식으로 자연과 대화해야 하지 않을까. 강 처장이 강조했듯 숲은 자연이 만들고 우리 인간이 해야할 몫은 이 자연적인 흐름에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아닐까.
글
- 안치용 ESG연구소장 겸 '생활ESG행동' 시민본부장
- 노수빈 바람저널리스트
사진
노을공원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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