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권우성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아파트 장만을 일생의 목표로 살아간다. 내 집에서 이사 다닐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파트가 투자가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주거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반면, 획일적인 구조와 유사한 면적이 오히려 자산으로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고유의 특성인 개별성이 희석되는 대신, 가격의 변동이 쉽게 포착되고 비교가 용이하고 환가성이 커서 투자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 특히 아파트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에 대한 강고한 믿음을 토대로 2030 자녀세대에게도 아파트 투자를 권하고, '엄마아빠 찬스'를 통하여 매수를 돕기도 한다. 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증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아파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대물림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지난 4월 기준으로 11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7년 3월 6억17만원에서 4년만에 거의 2배 가까이 폭등했으니 이만한 수익률을 주는 투자 자산이 또 있을까?
기획부동산의 땅 쪼개기와 비슷한 아파트 거래
아파트라는 주거 수단의 소유와 이용 형태를 법제화한 것은 1984년에 신규 제정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의 제정으로 아파트와 같은 구분소유건물의 소유·이용 관계가 명확히 규정됨으로써 관리가 편리해졌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업자의 입장에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돼 아파트가 상품성 있는 투자자산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아파트는 토지 위에 고층건물을 올리는 방법으로 이용밀도를 높여서 수익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수십 내지 수백 채로 쪼개서 각 호별 독립적인 소유권을 인정하고,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게 하여 구매 수요자의 접근성 또한 높였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1주에 200만원일 때는 매수하기가 어려웠으나, 주식 분할로 1주가 5만원이 되면 매수 장벽이 낮아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200억원짜리 토지와 건물을 구매할 수 있는 수요자를 찾는 것보다는 2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수요자 100명을 찾는 것이 훨씬 더 쉽다. 투입 원가 2억원보다 25% 정도 높은 가격인 2억5000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수요자는 향후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감만 있어도 쉽게 매수에 나선다.
기획부동산의 투기수법인 지분 쪼개기 또한 원리는 비슷하다. 개발이 불가능하여 쓸모 없는 광대한 면적의 임야를 헐값에 사들인 후에 공유지분을 쪼갠다. 수만 평을 평당 3만원에 사들여 100~150평 규모로 쪼개서 평당 20만~30만원 정도에 되파는 것이다. 쪼개진 땅의 가격은 서민들이 쌈짓돈으로 갖고 있을 만한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가 되도록 맞춘다. 땅의 사용가치와는 무관하게 매수자가 지불할 만한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여기에 온갖 개발호재, 도로 개설 계획, 신도시 건설 등의 이유를 들어가며 투자가치가 큰 것처럼 현혹하는 게 기획부동산의 수법이다.
아파트와 같은 구분소유건물도 토지를 가장 수익성 높은 방향으로, 사고 팔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여기에 불안과 투기 심리라는 약간의 양념만 더해지면 가격은 무섭게 올라간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담보대출이 더해지면 구매자의 지불능력까지 높아진다. 레버리지라는 이름으로 상품 판매자는 구매자의 미래 소득까지 당겨온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레버리지는 투자자에게 유용한 투자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판매자에게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다. '이거 사, 돈이 없어? 그럼 빌려줄게.'
실거래가를 추종하는 부동산 가치 평가의 위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