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 기자회견 <경동건설 故정순규 유가족>

산재사망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닌 나에게도 나의 가족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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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채(dancezhang)등록 2021.04.28 16:46
 

경동건설 추락사 故정순규 유가족 대표 정석채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 기자회견에서 발언 ⓒ 정석채

 
2019년 10월 경동건설에서 추락사한 故정순규님의 아들 정석채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 사건을 아시는 분들이 만약 계시다면 조금만 들여다 보셔도 아주 이상합니다. 저희 아버지 사건은 목격자, CCTV 모든 것이 없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의식이 없었고, 심장이 뛰지 않았고, 뇌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119신고 녹취록엔 1m에서 추락했다고 경동건설이 최초로 신고합니다. 그리고 목격자, CCTV 모두 없는데 경동건설과 노동부와 산하기관인 산업안전공단은 "아버지가 수직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던중 몸의 균형을 잃고 2m에서 추락"이라며 마치 목격자가 본듯이 조사했고, 기소했고, 아직까지 수직사다리로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셔도 너무나 이상하지 않나요?

노동부 산하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기업의 산재보험료로 운영되는 기관이라고 합니다.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공단에게 일종의 고객이라고 답하기까지 합니다. 대한민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기업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관리 감독 해야하는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도, 저희와 같은 유족들은 직접 스스로 기업의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게 지금 한국의 현실입니다.
 

경동건설 추락사 故정순규 유가족 대표 정석채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 기자회견에서 발언 ⓒ 정석채

 
저희 아버지께서는 온몸에 여러 골절상들과 안전모를 썼음에도 머리 위쪽 뇌가 보일정도로 자상이 두군데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잘 못 돼도 너무나 잘 못 됐다고..
 

경동건설 추락사 故정순규님의 안전모 혈흔이 묻은 안전모 ⓒ 정석채

 
경동건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버지 사건경위조차 설명하지 않았고, "우리가 죽였냐"며 그들의 메뉴얼대로 유족들에게 악행을 저지르고, 작년 국정감사 이후 국감 관련 기사 쓴 언론사들에게 경동건설이 하루에 3~4번씩 전화해 기사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故정순규는 술 먹고 죽은거라고 말하며 경동건설은 안전조치 완벽하다며 악성 댓글작업 또한 시작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후에 아버지의 필적과 싸인까지 위조해서 "아버지가 모든 안전책임과 과실"이 있다며 위조문서인 '관리감독자지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고, 경동건설은 최근 KBS시사직격 68회 인터뷰에서 위조는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며 고인을 수없이 현재도 또다시 기업살인 하고 있습니다.
 

국감 강은미 경동건설 정신못차리나 언론 댓글 작업으로 사건은폐 정황 악성댓글 시작한 경동건설에게 강한 유감 표명 ⓒ 정석채


유족들의 말엔 어떠한 힘도 없겠지만, 저는 군생활을 해군 헌병대수사과에서 전역 했습니다. 우리 사회로 따지면 강력계 경찰과 같습니다. 수많은 시신, 부검을 많이 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저는 헌병대수사과에서 추락사 사건들을 접했었지만 아버지 시신검시때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렸어도 아버지의 몸을 기억하려 끝까지 보려했습니다. 

유족들은 부검을 처음엔 원했습니다. 미망인이 되신 어머니께서 처참하게 돌아가신 남편의 부검을 끝끝내 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산 경찰서를 통해서라도 이미 부검은 불가능했습니다. 그 때 담담형사는 "유족이 원한다고 부검이 가능하진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의심스러워서 그러냐?" 믿지 못하시겠지만 지금 말씀 드린 담당형사의 녹취록은 언젠가를 위해 현재도 유족이 여러명이 나눠서 보관중입니다. 

아버지 '시신검시' 사진만으로도 법의학자들이 조사가 가능할 수 도 있다고 합니다. 재조사, 재수사를 위하여 저희 유족들은 앞으로 부산 사법부에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요청드릴 것 입니다. 

덧 붙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동건설 하청에서 유족을 상대로 "감금, 폭행, 협박" 으로 고소했었습니다. 유족들은 작년 여름에 무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올해 1월 경동건설 하청의 항고로 재기수사가 확정났습니다. 장례식장에 KBS시사직격팀이 촬영하고 있었던 것도 알면서, 장례식장 CCTV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KBS시사직격팀 진술조사조차 안하면서! 부산 사법부는 재기수사를 결정했습니다. 제가 재기수사 사안을 왜 말씀드리는 줄 아십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문현동 경동리인아파트' 입주자들이 몇달전 저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경동건설이 부산에서 수많은 악행들을 저지르고, 시공기술사에게 의뢰해 부실공사를 증명한걸 아무리 제보해도 알리기 어렵다며 저에게 경동건설 하자점검과 하자사례들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입주자 한 분이 말씀하시길 경동건설과 대화중 CCTV가 다 있었는데도 "특수협박, 폭행"으로 경동건설이 입주자를 고소해서 700만원 벌금을 냈다고 합니다. 입주자분도 명예훼손으로 경동건설을 고소하니, 경동건설은 고작 벌금 50만원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저희 유족을 고소한것과 모든게 정녕 경동건설 메뉴얼이라고 생각치는 않으신가요? 부산에서 경동건설 카르텔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모두가 그들을 비호하는 걸까요? 이런 현실인데 경동건설에서 추락사한 故정순규 저희 아버지 사건이 부산에서 과연 알려질 수 있을까요?
 

경동건설 추락사 故정순규 유가족 대표 정석채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 기자회견에서 발언 ⓒ 정석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부산운동본부에서 함께 해주시지만, 1년 6개월동안 저는 서울과 부산을 수없이 오가며 정말 많은 곳에 아버지 사건을 알리려 발로 뛰고, 제보하고, 정부기관, 수사기관, 수많은 단체들과 활동가들에게 호소드리고 도움을 요청드렸지만 정말 많은분들이 외면했습니다. 하여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저희 아버지 사망사건은 아직까지도 많은 부산 시민분들이 모르십니다. 

죽음에도 차별이 있다는거 아시나요? 저희 아버지가 젊은 청년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어서, 저희 아버지가 노조에 가입돼있지 않아서, 그렇게 아버지 사망사고는 우선순위와 의지의 문제로 항상 차별받고 있습니다. 기업을 상대로 유족이 대책위조차 없이 한 낯 개인이 싸운다는건 지치고 정말 힘겨운 일입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제 삶은 180도 바꼈습니다. 제가 생업을 포기하고 싸우고 있지만, 아버지 사건을 저조차도 만약 포기한다면,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원인조차도 모르고 묻히고 잊혀질 것 같습니다. 

비단 저의 아버지일이 아니라 경동건설 48년 역사에 유가족들이 다 포기하며 생업으로 되돌아갔으니 경동건설의 패륜적인 악행들이 반복된다고 확언합니다. 부산,경남지역에 수많은 건물들을 올리고, 글로벌 기업 이케아 동부산점 시행사가 경동건설이고, 부산언론도 장악해서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부산 시민들을 끝까지 모르게 하려는게 경동건설입니다.

오늘은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입니다. 죽음의 무게와 슬픔을 그 누구도 정할 순 없겠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와 상처가 "배우자상"이라고 합니다. 그 어떤 부부보다 애틋하셨기에 저희에게 20살 차이나는 늦둥이 동생도 태어났었습니다. 비록 앞에선 혼자서 싸우고 있는것 처럼 보이시겠지만, 여전히 항상 울고 계신 엄마, 돌아가신 아버지가 항상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경동건설이 기업살인한 故정순규 아버지 사건을 부디 많은분들께서 기억해주시고 관심가져주시길 감히 바랍니다.
 

세계산재사망 추모의 날 포스터 오늘 모든 산재사망 유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세요 ⓒ 정석채

 
마지막으로 오늘도 아버지 사건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늘 그렇지만 김해공항 활주로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막히고, 숨이 가쁘고 항상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제 고향 부산은 마치 사악한 범죄도시 같습니다. 여기 모든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은 "대구 참사 후 18년동안 싸우고 있는 유가족들 덕분에 전국민이 지하철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겁니다." 산재사망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닌 나에게도 나의 가족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감히 자각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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