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뜬다. 브이로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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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bluesoo)등록 2021.04.28 14:48
좋은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소주 한잔하는 게 간절한 시대다. 모두가 고독한 언택트 시대, TV속 연예인들의 솔직한 일상을 다룬 방송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스스럼없어 화장기 없는 얼굴을 드러내고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공감을 줬다.

하지만 최근, 몇몇 방송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이런 기대감들이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이런 부조리속에서 더욱 빛나는 스타들이 있었으니 바로 유튜버들이다. 폰카메라로 공유하는 그들의 브이로그는 진정성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몇몇 인기 브이로거들을 살피면서 그 의미를 찾아보겠다.

시골소통tv 준아

해맑은 미소와 솔직한 화법이 특기인 그는 이미 수십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대인기스타다. 친구들은 하나 둘 상경하고, 시골에서 혼자 농장일을 하다가 심심해서 폰캠을 켠 게 방송의 시작이었다. 흔한 먹방이지만 그의 스케일은 차원이 다르다. 화끈한 토치불로 돼지 머리털을 홀랑 벗기고, 바닷가에서 잡은 게들을 기름에 튀기고, 거북이를 숯불에 통째로 굽는 등 식욕 왕성한 이 싸나이의 대범함은 이 방송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다.
 

생태계 교란종, 붉은 귀 거북 요리 ⓒ 유튜브 준아

 
또 하나의 볼거리는 정겨운 게스트들이다. 애견이 난입해서 고기 한 입을 훔쳐 달아나거나, 마당을 거닐던 흑염소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등 모든 돌발장면들이 사랑스럽다. 가끔 곱디 고우신 BJ어머니의 쿡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애정이 듬뿍 담긴 아침 해장라면을 끓이면서, 과음을 한 아들의 뒷통수에 따가운 충고 한마디를 던지시기도 한다. 허나 우리의 주인공은 아랑곳하지않고 어머니의 아침상에 소주한병을 몰래 곁들이며, 천방지축 애주가의 모습도 보이기도 한다. 그가 원 샷 할 때 소주 이모티콘으로 '맞잔'을 하는 시청자들의 센스도 방송의 훈훈함을 더해준다.
 

깜짝 게스트들이 많다 ⓒ 유튜브 준아

 
케인tv
누구나 오락실에서 게임 몇 판 지고 분한 마음에, 상대방에게 욕 한마디 날리고 기판을 힘차게 내려치고 싶지만 체면상 참았던 기억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유튜버 케인은 그런 옹졸한 마음을 솔직하고 유쾌한 방법으로 풀면서 시청자들과 교감한다. 고전명작게임을 주제로 재야에 숨은 고수들과 분투하는 그의 '찌질이 격투 게이머' 캐릭터는 마냥 밉지만 않고, 묘한 중독성까지 있다.
 

늘 연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케인의 리액션이 재미를 자아낸다 ⓒ 유튜브 케인tv

 
유명 드라마의 인기캐릭터를 흉내내는 것도 그의 특기 중 하나이다. 폭군 궁예의 '관심법'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어 보면서 대전게임에 매진하는 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면 포복절도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그는 3040게이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게임BJ이자 옛날 아케이드 게임장의 향수를 소환하는 아이콘이 됐다. 매일 저녁마다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랜선 오락실 부흥회'를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응답하라 1988'이다.
 

정성가득한 코스프레와 범상치 않은 연기력도 그의 장점중에 하나 ⓒ 유튜브 케인tv

 
독거노총각
필자는 이 유튜버의 초창기부터 지켜보면서, 과연 남루한 일상공유가 의미가 있는지 의아해했다. 마흔 꺾인 아저씨가 소박하게 장을 보고 저녁 한끼와 고독을 씹으면서 아무 말 잔치를 벌이는 게 말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홀아비 냄새가 폴폴 나는 방구석에서 건조하게 흐르는 그의 독백은 이제는 최신 유행어가 됐다. 결국 모두의 예상을 깨고, 10만구독자 돌파의 성공까지 이뤘다. 이 평범한 아저씨가 스타가 된 배경에는 거짓으로 점철된 TV속 '진짜 세상'에 대한 염증과 반발심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아저씨의 ‘찐’ 라이프 영상에는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 유튜브 독거노총각

 
가끔 여자는 '허상과 신기루'라고 스스로 다그치면서 해탈한 척하지만, 정작 본인이 애인타령을 제일 많이 하는 BJ가 돼고야 만다. 이 웃픈 장면들은 많은 솔로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또한 1주일에 한번 김밥 두줄로 얻는 그만의 식도락은,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소확행이다. 그는 1여년전, 구독자 300명기념 소감영상에서 10만돌파하면 장가갈지도 모른다는 기대심을 피력했었다. 인기 유튜버로서의 성공이 현실이 된 지금, 어쩌면 그만의 짝을 만나 해피엔딩의 방종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김밥 두 줄의 특별함 ⓒ 유튜브 독거노총각

 
히피이모
지난 세월, 열정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품었던 그녀는 생업과 피아노연습을 병행했다. 그렇게 세상 풍파를 다 겪으면서 버티다가, 일을 다 내려 놓고 훌쩍 배낭여행을 떠났다. 장엄한 히말라야 산맥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고 돌아와, 조금은 불편하지만 고요한 달동네로 안착하여 무소유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시장에서 노각 한 봉지를 사서 무침을 해먹고, 이른바 '차박 여행'이라는 카캠핑을 즐기며 그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모습엔 낭만과 철학이 물씬 묻어난다.
 

차박 다음날 아침, 따끈한 라면 한 그릇의 여유 ⓒ 유튜브 히피이모

 
집수리, 다리부상, 황혼에 든 어머니 모시기 등 일상의 문턱 하나하나가 버겁지만, 긍정의 힘으로 하나씩 극복하는 그의 모습에는 배울 점이 꽤 많다. 특히 오랜 꿈을 내려놓지 않고, 파트타임 작곡일과 피아노 연습을 하며 되새기는 그의 독백은, '거위의 꿈'을 지닌 평범한 우리들에게 범상치 않은 교훈으로 다가온다. 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히피이모의 다짐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히피이모의 다짐 ⓒ 유튜브 히피이모

   

히피이모의 다짐 ⓒ 유튜브 히피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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