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와 남양주 지역 아파트 단지.
권우성
그런데 부자 증세가 아니라 '부자 감세'를 폐지한다면 어떨까? 이미 실행하고 있는 부자 감세를 폐지하는 것은 조세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 아닌가.
혹시 문재인 정부가 부자 감세 정책을 시행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집 부자들에게 감세 특혜를 베풀어왔다. 그것도 세계에 유례가 없을 규모다.
2014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실상은 집부자에 대한 대규모 감세였다. 그 규모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재산세를 최대 100% 감면하고, 종부세도 100% 감면했다. 양도세도 10년 이상 임대할 경우 100% 감면해주고,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의 60%를 감면한 다음 산출한 세액의 75%를 또 감면해준다. 주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세금을 거의 안 내게 해주었으니,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서도 이에 비견될 국가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집 부자 감세'를 즉각 폐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를 계승했다. 단지 계승만 한 것이 아니라 누락된 부분을 찾아 감세를 더 추가하는 섬세함마저 보였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료 80% 감면을 추가했다. 어떤 국가유공자에게도 제공하지 않는 건강보험료 80% 감면을 추가함으로써 "지구상에 유일한 집 부자 감세 천국"을 완성했다.
증세 아니라 감세 폐지 먼저
이런 집 부자 감세정책으로 국가가 포기한 세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감세 대상 주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감면액만 해도 매년 5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에게 최대 10조원이 넘을 수도 있는 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세수 손실은 양도세 감면에서 발생한다. 지난 6년여 서울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이상 폭등했다. 빌라나 다가구주택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에 등록된 50만 채 임대주택이 평균 2억원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전체 시세차익이 100조원에 달한다. 3주택자 이상에게 부과되는 양도세율은 75%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지속할 경우, 포기해야 할 양도세 세수는 대충 계산해도 약 60조원에 달한다. 전국의 160만 채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포기는 이 금액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다.
향후 부자 증세에 대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집 부자 감세정책을 폐지하는 것에 비하면 세수 증가가 조족지혈에 불과할 수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부자 증세의 일환으로 3000억원 이상의 법인소득에 대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당시 기재부는 해당 기업이 77개이며, 법인세 증가액은 약 2조3000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국가채무를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위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서 증세를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의 증세 없이도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집 부자 감세'를 폐지하면, 경기에 악영향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 100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초거대기업에 대한 증세로 얻은 세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세수를 집 부자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 감면을 폐지하여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집값이 정상 수준으로 하락하여 무주택 국민과 20~30대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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