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생인권의 연대를 제안하며

상상도 못 한 연대가 학교를,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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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민(mingoodnice)등록 2021.04.16 08:10
 

연대의 힘은 강력하다. 세상을 바꾼 사람들 곁에는 늘 연대가 있었다. 나도 그런 의미에서 교권과 학생인권의 연대를 제안한다. 교권과 학생인권의 연대는 교권도, 학생인권도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 픽사베이

 
교권과 학생인권의 연대를 제안한다는 제목이라니 이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상하게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한국교총을 비롯한 보수 시민단체는 교권침해의 원인을 학생인권에서 찾고, 심지어는 이를 근거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기도 하는,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교권과 학생인권을 바라보고자 한다. '권리'의 시점에서 두 권리를 바라보면 교권과 학생인권의 연대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보통 교권은 교원의 수업권, 학생인권은 학생이 가지는 인권을 말한다. 나는 이런 정의에 충실한 시각에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나는 학생인권 존중을 위해 나름의 활동을 해왔지만, 교원의 수업권도 함께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분명히 우리 사회에는 교원의 수업권도 존중되어야 하고, 학생도 시민으로서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존재한다.
 
교권과 학생인권의 연대를 제안하기에 앞서 학생인권과 교권이 충돌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넘어서야만 한다. 따라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교권침해의 종류와 학생인권의 연관성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2020년 교육통계시스템은 교원지위법 등 관련법에 따라 교권침해 유형을 10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교육통계시스템은 상해와 폭행, 협박,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공무 및 업무방해, 모욕 및 명예훼손, 손괴, 성폭력 범죄, 정보 통신망 이용 불법정보 유통,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 기타 유형으로 교권침해의 유형을 분류했다.
 
교권침해의 유형만 살펴보아도 학생인권이 교권과 충돌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교권과 학생인권이 아니라, 교권침해와 학생인권이 충돌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학생인권은 학생에게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학생을 동료 시민으로서 인정하고 동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인권은 교권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료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교권침해와 반대되는지도 모른다.
 
교권침해 유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교육통계시스템 2019년 5월호는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유형 1, 2, 3위를 각각 모욕 및 명예훼손,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 상해 및 폭행이라고 소개한다. 모욕 및 명예훼손은 동료 시민을 모욕함으로써 반인권적이고,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 역시 동료 시민의 업무에 대해 부당한 방해를 가하는 것이기에 반인권적이며, 상해 및 폭행은 동료 시민을 존엄한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행위이기도 하다. 교권침해야말로 정말 반인권적인 것인데, 그 원인을 학생인권에서 찾는 것은 모순이다.
 
인권은 특정 집단에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권은 자연권이며 천부인권이다.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하늘이 부여한 권리가 바로 인권이다. 이런 인권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헌법에 따라 보호된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학교의 현실은 어떤가.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는 자유와 권리는 학교의 교칙 혹은 반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너무나도 쉽게 제한된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말이 유명하다. 배경내씨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여전히 대한민국 학교에서 유효하게 작동한다.
 
지금 대한민국 학교의 현실은 두발 규정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숏컷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금지하는 학교, 투블럭컷을 금지하는 학교, 어깨를 넘으면 머리를 묶도록 하는 학교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 사회에서 숏컷, 투블럭컷, 어깨를 넘는 머리를 하고 다닌다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답지 않으니까'라는 이유로 너무나도 간단히 제한된다. 이 모든 권리가 법률도 아닌 일개 학교의 교칙으로 인해 제한당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현실 속에서 교권과 학생인권의 연대를 제안한다. 누군가에게는 황당한 주장이겠지만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학교에서는 교권도 소중하고, 학생인권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모욕이나 명예훼손, 부당한 간섭, 상해와 폭행 없이 수업할 수 있는 권리와 학생이 사회를 구성하는 동료 시민으로서 살아갈 권리는 이미 맞닿아있었는지도 모른다. 연대란 한 덩어리로 서로 결속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교권과 학생인권은 연대해야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나는 연대를 좋아하고 또 연대의 힘을 믿는다. 세상을 바꿔온 사람들 곁에는 늘 연대가 있었고 지금도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상도 못 한 연대, 교칙과 학생인권의 연대로 학교를 바꾸고, 모두가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 교권이랑 학생인권 연대 어때요?
덧붙이는 글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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