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선정 차세대 리더 2위 최준호? 황당한 모의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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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민(mingoodnice)등록 2021.04.09 09:35
 

중고생 5,063명이 참여해 선정한 '나라를 이끌어갈 차세대 젊은 정치 리더'의 투표 결과. 1위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2위는 무소속 최준호, 3위는 국회의원 류호정이다. 2위를 차지한 무소속 최준호 씨가 눈길을 끈다. ⓒ 4.7 서울.부산시장 중고생모의투표 추진위원회

 

 지난 8일 오마이뉴스에 '서울-부산 중고생의 4·7 재보선 모의투표 결과는?' (관련 기사: http://omn.kr/1ss2m)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에서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등 7개 시민단체와 중고생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중고등학생 모의투표 추진위원회'가 발표한 모의투표 결과를 소개했다. 추진위 측은 모의투표 결과 서울시장 박영선, 부산시장 김영춘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중고등학생을 위한 여론조사'로 한국 나이 39세 이하의 주요 정치 활동가 10인을 선정해 '젊은 정치인 차세대 리더 지지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준석 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1위를, 그리고 최준호 전 2016 촛불 집회 중고생대표가 2위를 차지했다.
 
나는 이러한 모의투표는 더 많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선거운동도 할 수 없고, 투표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강력한 수단이 모의투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모의투표에서도 실제 선거 결과와는 다른 청소년들의 생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젊은 정치인 차세대 리더 지지도 조사'에서 무소속 최준호 전 2016 촛불 집회 중고생대표가 2위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분명 이상하다. 물론 정말로 최준호 씨가 청소년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을 수도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적은 인물이기 때문에 설문조사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추진위원회는 5,063명이 참여한 여론조사에서 14.04%가 최준호 씨를 젊은 정치인 차세대 리더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결과가 사실이라면 대략 710명에서 711명 정도의 중고등학생이 최준호 씨를 차세대 리더로 지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모의투표 추진위원회, 구성이 이상하다?
 
모의투표 추진위원회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7개 단체가 연합하여 결성된 단체이다. 기자는 7개 단체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취재해보았다. 그 결과 구성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중고생학생 모의투표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7개의 단체. 모두 최준호 씨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 4.7 서울.부산시장 중고생모의투표 추진위원회

 
7개 단체를 하나씩 살펴보니 모두 최준호 씨와 연관이 있었다. 최준호 씨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따르면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상임대표는 최준호 씨, 촛불혁명기념사업회의 상임대표도 최준호 씨, 중고생 사회참여동아리 너랑낭랑의 대표지도선배는 최준호 씨, 중고협 – 전국중고등학생대표자.학생회협의회 상임대표도 최준호 씨였다. 이외에도 과거 중고생진동의 대표지도선배도 최준호 씨였다. 서울고협 및 부산고협은 관련 정보가 부족해 알 수 없으나, 중고협의 로고에서 지역명만 바꾼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 계통의 단체임을 누구나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7개 시민단체와 중고생단체가 연합해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고 하지만, 정작 그 7개 단체 모두 최준호 씨가 직책을 맡고 상임대표 혹은 대표지도선배로 활동했던 단체이다. 연합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자신이 주관하는 조사에 자신을 후보로?
 
최준호 씨가 맡은 직책을 통해, 적어도 최준호 씨가 이번 조사에 깊숙하게 관여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자신을 후보에서 제외하고 진행하는 것이 조사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높일 수 있었음은 명백하다.
 
추진위 측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나이 39세 이하의 주요 정치 활동가 10인을 선정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자유롭게 응답을 받는 형식이 아니라, 10개의 보기를 응답자에게 주고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추진위 측은 한국 나이 39세 이하의 주요 정치 활동가 10인 중 하나로 최준호 씨를 선정한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사람에게 한국 나이 39세 이하의 주요 정치 활동가 10인을 물었을 때 최준호 씨를 선택하는 사람은 매우 적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10명의 후보 중 최준호 씨와 함께 조사 대상에 오른 인물을 보면 이준석 전 최고위원, 류호정 국회의원, 장경태 국회의원, 천하람 전 국회의원 후보, 오영환 국회의원, 손솔 전 민중당 공동대표, 장혜영 국회의원, 박성민 최고위원, 김근태 전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 등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해 나름의 지지 기반이 있는 정치인들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런 쟁쟁한 후보들 속에서 자신이 직접 관여한 추진위원회가 아니었다면 후보로 선정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것처럼 최준호 씨가 정말로 한국 사회에서 39세 이하의 정치 활동가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관련된 추진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자신을 넣은 것은 누가 보아도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모의투표는 분명 좋은 시도, 하지만…
 
글의 도입부에서도 언급했듯이 청소년 모의투표를 진행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청소년의 참여가 가로막힌 선거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표현할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투표의 공정성 논란과는 별개로 이런 투표를 기획한 것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의투표 안에 차세대 리더 지지도 조사를 넣고 그 후보로 자신을 세운 것은 누가 보아도 공정하지 않다. 여론조사 업체 사장이 자신을 여론조사에 포함한 채로 여론조사를 시행해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면 그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번 모의투표에 참여한 정 아무개(17, 서울 노원구) 씨는 "참여단체들이 각각 같은 대표를 가지고 있고 그 대표가 선택 항목에 있는 것을 보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결과를 보고 나니, 막상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기로 몰린 것을 보았을 때 이건 정확한 집계 자료가 아니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모의투표에 참여한 정 씨뿐만이 아니라 젊은 정치인 차세대 리더 2위로 최준호 씨가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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