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없는 선거 행복하십니까

[주장] 청소년 참여 가로막는 공직선거법은 악법

검토 완료

안승민(mingoodnice)등록 2021.03.30 10:54
 

민주사회, 민주적 선거에서는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유롭게 그 견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공직선거법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 1항에 의해서 그 견해를 표현할 수 없다. 이런 법, 이런 사회는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부합할까? ⓒ 픽사베이

 
나는 4.7 재보궐선거를 맞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들의 청소년 관련 공약을 짚어보는 기사를 두 차례에 걸쳐 쓰려고 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청소년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지만, 이 정도는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혹시 있을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 관계법 질의'를 통해 가능한지 질의해보았다.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담당자와 전화를 해 보았다.
 
내 질의를 들은 담당자는 공직선거법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소개하면서,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내가 '후보들의 공약을 짚어보는 것은 선거운동인가?'라고 질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내가 쓴 글도 '모든 후보자에게 공정해야 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다면 선거운동으로 판단한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너무 헷갈려서 '그렇다면 A 후보의 이러이러한 공약이 마음에 든다'라는 표현도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더니 '한 문장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고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특정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이 있으면 선거운동이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글을 쓸 때마다 선관위에 보내 확인을 해야 하는지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저 '선거운동이 원래 애매한 부분이 있다'라는 답변만 듣고 전화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처벌이 약하면 법 한 번 어겨볼까 해서 처벌을 물었더니 공직선거법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세상에 맞서는 건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데 법적 처벌은 솔직히 두려웠다. 결국, 이번 재보궐 선거 후보들의 청소년 관련 공약을 짚어보는 글쓰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이 공직선거법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공직선거법에서 청소년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선거운동의 자유를 막는 것이다. 정치적 견해가 형성된 사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것만큼 민주적이지 않은 선거가 어디에 있는가?
 
이런 법을 어겼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도 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다른 선택 다른 사회, 노동당과 함께!'라는 피켓을 들었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노동당 김찬 당원의 경우가 그렇다. 비록 김찬 당원은 어리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으나 노동당 부산시당 배성민 위원장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저렇게 적극적으로 악법에 맞서는 분도 있는데 나는 무서워서 포기했으니 죄송한 마음도 없잖아 있다.
 
공직선거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공직선거법 60조, 청소년의 선거운동을 가로막는 것이 공정하지 않게 행하여지는 것이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이며,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정치적 견해가 형성된 사람에게 선거 기간 동안 입을 다물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불공정한 선거이고, 선거와 관련된 부조리이며 민주정치의 발전에 반하는 행위가 아닐까?
 
비록 나는 공직선거법에 가로막혀 재보궐 선거 후보들의 청소년 관련 공약을 짚어보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나도 다음,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청소년 관련 공약을 짚어보고 공약이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할 것이다. 정치적 견해가 형성된 내가 선거운동을 못 한다는 것만으로도 공직선거법이 얼마나 비민주적인지 알 수 있다. 어른들, 청소년 없는 선거, 비민주적인 선거 행복하십니까.
덧붙이는 글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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