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정성헌 전 회장과 이진순 와글 이사장 ⓒ와글
와글
명패 없이 심은 기념 식수 천 그루
- 갑작스레 물러나신 것에 대해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력이 없어 밀려난 거지(웃음). 정치검법에 무심검법(無心劍法)으로 대응하다가 졌어요."
- 새마을운동 안에서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던데요.
"얘기하다 우는 사람도 있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요. 날 좋게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모처럼 두 발로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게 꺾였다는 무력감이나 좌절감 때문인 것 같아. 실무자들한테 '우리가 변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뭐가 변했냐?'고 물으니까 그래요. '전에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기후위기고 뭐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라고."
- 스스로 주체라는 자부심이 생겼군요.
"예전엔 누가 '어디 근무하냐?' 물어서 '새마을 중앙회 다녀' 대답하면, '그게 아직도 있어? 거기서 뭐하는데?' 한대요. 그럼 '그냥 밥이나 먹자' 하면서 말을 돌렸었는데, 이젠 자꾸 설명을 하고 싶어진다더군. 기후위기가 어떻고 생명 위기가 어떻고. 그러면 대부분 '아, 좋은 일 하네.' 그런대요. 새마을운동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내부적으로도 있었는데, 생명운동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그런 자부심이 생긴 거죠."
- 3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어떻게 그런 변화를 이루신 건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거든. 보통 개혁주의자들은 마음이 급하잖아. 개혁이란 단어에 얽매여서 개혁, 개혁 하면, 겉으로만 말을 듣지 속으론 승복을 안 해요. 논리로만 해서 통하는 거면 세상이 벌써 천국이 다 되었게? 내가 3월에 취임했는데 보통 4월에 나무를 심잖아요. 역대 회장들이 기념식수 해 놓은 게 있어요. '회장님, 기념식수 안 하세요?' 묻길래 '해야지' 그랬어요. 근데 방식이 다른 거지."
- 어떻게 달라요?
"보통 기념식수는 향나무나 주목 같은 거 몇십만 원짜리 한 그루 사다가 구덩이 파놓고 두 삽 퍼서 덮으면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하잖아요."
- 하얀 장갑 끼고 나무 옆에 이름 적힌 명패 박고 사진 찍고요.
"내가 나무를 좀 아는데, 20~30년생 된 나무를 옮겨 심으면 새로운 토양에 적응하느라 한 2년간 나무가 몸살을 앓아요. 이산화탄소 흡수를 제대로 못 하는 거지. 근데 작은 나무를 심으면 빨리빨리 크느라고 CO2 흡수량이 커지거든. 나물이나 약으로 쓸 수 있는 2천~3천원 짜리 묘목들이 좋은 게 많아요. 큰 소나무 한 그루에 1억씩도 하는데, 작은 거 천 그루를 심는 데 이백만 원이면 돼. 게다가 작은 나무는 작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죠. 큰 나무는 중장비 회사가 다 하는 거고."
- 그래서 직접 직원들과 천 그루를 심으셨어요? 명패는요?
"안 하지. 세울 필요가 없지(웃음). 자기 이름 남겨서 뭘 하게? 그냥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건데."
- 관사에서는 혼자 생활하셨습니까? 식사는 어떻게?
"아, 내가 해 먹지. 집사람이 가끔 오긴 했지만 밥하는 덴 내가 도가 튼 사람인데. 인제에 있을 때도 손님 오면 내가 밥해줘요. 직접 기른 채소나 산나물 뜯어다가. 우리 교육 방침 첫 번째가 '좋은 밥을 대접해야 한다'거든. 좋은 밥을 대접하는 마음이 있어야 서로 통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