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관광특구를 추진하는 마포구, '쌍팔년도 행정'같은 수준에서 언제 벗어날 것인가?

[홍대관광특구반대 연속기고①] 한번 실패한 관광특구 사업, 시간 지나 재탕 추진

검토 완료

김상철(nilblue)등록 2021.03.24 09:03
*'쌍팔년도 행정'이라는 표현은 마포구가 관내 인디뮤지션들의 공연에 대해 이미 사문화된 규정을 가지고 단속하면서 '칠순잔치 같은 공연'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패러디입니다.

<지난 2016년에 이어 2020년 12월말, 마포구가 다시 홍대 지역 중심의 관광특구 지정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에 발족된 홍대관광특구 대책회의가 생각하는 홍대관광특구의 문제점과 홍대 앞의 미래에 대한 목소리를 연속 기고에 담아 공개하려 한다>

마포구청이 2020년 12월 30일 자로 서울시에 홍대 앞 관광특구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의 내용에 따르면 마포구가 관련 연구용역의 중간보고를 한 것은 11월 초로 보인다. 즉 중간보고 이후 한달 여 만에 연구보고서도 아니고 관광특구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관광특구 지정에 반대해온 지역 주민들과 예술인들, 지역단체들은 '전년도 관광객 50만명 이상'이라는 특구 지정요건을 맞추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알다시피 코로나를 경유한 현재 관광산업은 과거와 같이 외래관광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정책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포구가 부린 절차상의 꼼수는 사실 코로나 이후 관광정책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보면 하수 중에 하수로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사실 관광정책은 내세우는 명분이고, 다른 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즉 관광객이 오던 안오던 관광특구이기 때문에 이익을 보는 자들이 있다면 말이다. 이럴 경우 마포구는 무능의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위법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 셈이다.
 
'관광특구 지정사업'의 공익성

도시계획 상 특별구역이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한 공익상의 이익이 제시되어야 하며, 이는 당연히 해당 특별구역을 통해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유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특례 조항을 통해서 해당 특별구역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리하도록 선택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관광진흥법> 제2조에 따라 " "관광특구"란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 촉진 등을 위하여 관광 활동과 관련된 관계 법령의 적용이 배제되거나 완화되고, 관광 활동과 관련된 서비스ㆍ안내 체계 및 홍보 등 관광 여건을 집중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는 지역으로 이 법에 따라 지정된 곳을 말한다"로 정함으로서 목적과 대상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광특구 사업은 일차적으로 관광활동의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통해서 해당 편익이 관광사업자 뿐만 아니라 해당 관광지의 지역주민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는 예측가능한 성과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
현재 법에 의해 지정된 관광특구는 2019년까지 31개소인데(현재 기준으로는 32개소임) 이 중에서 관광객 방문수가 줄어서 기준이 미충족하는 곳이 16개, 비관광토지 비중이 10% 넘는 곳이 19개, 기준 요건이 분리되지 않을 것을 준수하지 못하는 지역이 8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국적으로 관광특구라고 지정되어서 실제 관광객이 늘어난 곳보다는 외려 관광객이 줄거나 아니면 관광을 빌미로 하는 지역개발사업이 남발되었다는 뜻이다.

 

현재 지정된 관광특구들은 지정 이후 다수의 지역에서 당초 보다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 김상철

 
이는 한국의 관광특구 사업, 특히 서울시내의 주요한 관광특구가 사실상 상업지역+도심중심지구 중심으로 지정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관광특구가 지역 발전에 제한적인 혜택만을 제공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마포구청이 형식적이나마 관광특구로 인해서 추가로 징수하게 되는 세수의 규모나 이로 인해 신규로 발생할 일자리 등에 대한 지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자료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실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에서도 그 흔한 목표 관광객의 수나, 이를 통해서 나타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하지만 마포구의 곤란함은 이해할 만 하다. 왜냐하면 관광특구 개발계획에서 제시된 정량적 지표가 달성된 지역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 실제로 서울지역 관광특구 중에서 관내 건물주나 대규모 자영업자를 제외하곤 해당 사업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특구를 위해 조직까지 신설했나?
 
특히 마포구청은 2016년에 한 차례 관광특구를 추진하려다가 지역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전력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미 실패한 관광특구를 별다른 조건의 변화도 없이 마포구청이 추진하게 된 맥락을 짚어 보는 건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 단서를 보여주는 것이 2020년 6월에 작성한 <추진계획>의 경과인데, 여기서는 2016년 관광특구 지정 신청 보류 이후 등장한 것이 2019년 3월 4일에 진행된 서교동 동정보고회시 관광특구 지정이 건의된 것 밖에 없다. 하나의 동에서 건의한 내용이 뒤이어 9월 4일 관광특구 관련 민관 합동회의체 회의가 개최되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바로 전까지 서울시의원을 했던 곳이 마포3지역구인데 여기에 서교동이 포함되어 있다. 2016년의 관광특구 추진이 서울시 시의원일 때 본인 지역구 역점 사업이었다면, 2020년에 구청장으로 등장한 이후에 추진되는 사업 역시 이 연장선 상에서 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해당 동정보고회가 전통적으로 지역 내 직능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관변행사에 가까운 자리로 이곳에 참여하는 인사들이 지역주민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런 과잉대표된 지역 여론보다 한술 더 뜨는 것은 마포구의 행정조치다. 이를테면 관광특구를 조성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개편까지 진행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하반기에 관광일자리국이 신설되는데 해당 행정기구 개편안이 다루어진 구의회에서는 아예 '관광특구과'로 신설할 것을 제안하는 등 사실상 관광특구를 위한 조직개편임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는 조직구조에서도 그런데, 관광일자리국은 관광과를 주무과로 운영 중에 있다. 2020년 1월에 진행된 <2020년 주요업무 계획> 자료에는 관광특구 추진과 관련한 사항이 보고되지 않으며 이후에도 관광특구 관련 사항이 구의회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포구에서 조직개편의 결과로 만들어진 관광일자리국은 흥미롭게도 관광과가 주무과인 조직구조를 보인다 ⓒ 마포구의회

 
결국 현재 서울시로 넘어간 마포구 관광특구 계획(안)은 구청장과 일부 구의원들이 공식적인 공론 절차를 우회해서 형식적인 요식요건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졸속계획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2020년 7월까지 구의회 회의록에서는 관광특구에 대한 논의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준비는 하고 있나?
 
2019년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외래관광객 조사를 보면 마포구를 방문하는 외래관광객들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데, 여성-젊은 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또한 에어텔 방식의 방문이 많으며 교육목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용 통계정보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조사에서 '교육'이란 어학프로그램이나 단기 연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신촌/홍대주변의 외래관광객은 대학 등 해당 지역 주변에 형성된 대학가를 매개로 하는 유입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학생이 위주라면 별도의 관광유발 효과가 발생하기 어려운데, 국적만 외국인일뿐 실제 생활양태는 내국인 학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조사해 발표하는 외래관광객 조사는 관광분야의 조사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된다. ⓒ 한국관광공사

 
이와 별도로 마포구청이 2019년에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론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2020년 4월에 '도심관광협의회'를 구성하면서 공개된 구의회의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면 방법론 자체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해당 용역에서는 모바일 정보를 통해서 확인했다고 하는데, 아래와 같은 사항은 구태여 모바일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종로구에서 마포구로 오려면 중구를 거쳐서 와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사이에 신촌을 거치면 서대문구를 거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즉 관광유입의 경로를 보려면 그보다 더 넓은 지역 간 이동경로를 고려하여 추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단순히 사람이 오가는 정보만으로 '관광사업 활성화'를 말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상이다.

 

마포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의 결과인데, 유입과 유출 경로에서 이동 목적에 대한 분류가 없어 이를 전체적으로 관광수요로 간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 마포구청

 
앞서 말한대로 통상적인 개발사업의 가장 중요한 근거 중 하나인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정보로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데, 통상적인 산업연관표에 따른 파급효과 산식에 의거한 계산이라면 그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관광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직접지표와 간접지표로 구분하여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즉, 직접지표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간접지표를 통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마포구가 관광특구 지정을 신청하는 과정에 이런 내용들이 확인된 바 없다.

 

관광산업의 파급효과는 크게 직접지표와 간접지표로 구분된다. ⓒ 김상철

 
서울시가 진행한 서울지역 관광특구의 파급효과에 대한 자료를 보면, 이것 자체도 방법론 상 보정계수가 과도하게 사용된 측면이 있으나 논외로 하고, 업종별로 관광 진흥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상이하다. 즉 홍대앞 관광자원 구조의 변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테면 음식점/영세업종 중심의 구조는 관광진흥정책과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음식점 업종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의 측면에서도 취업의 측면에서도 다른 업종에 비해 파급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업종별로 상이한 파급효과를 보이는데 홍대앞 상권에 특히 밀집되어 있는 음식업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의 측면에서도 고용의 측면에서도 높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 김상철

 
까놓고 토론하던지 아니면 퇴화하던지
 
코로나19 상황에서 지금까지 홍대 앞에 뿌려진 각종 거리개선사업 등의 공적 자금을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했다면 더 큰 경제적 효용감이 있었을 것이다. 홍대 앞의 상권발전이 구체적으로 마포구민들의 경제적 삶과 조건을 얼마나 좋게 만들었는지, 또한 그 편익이 골고루 나눠졌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을 진단하게 위해서는 진솔한 사회적 토론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마포구청이나 이를 추진하는 지역의 상인조직들이 그럴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까지 홍대앞의 발전이라는 것은 대학가 주변의 자생적인 문화적 힘에 의해, 그리고 마포구나 서울시의 인위적인 지역개발에 의해 촉진되어 온 것이지 지역의 상인들이 무언가 노력해서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상인회가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의 오디션을 보겠다고 나선 소위 '버스킹 논란'을 보더라도 오히려 거리를 사유화하는 경향이 크면 컸지 문화적 다양성이나 관용을 보여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말 공적인 의무나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지역 상인회들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해온 성과들을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고, 마포구청 역시 관광특구 추진근거를 다 내놓고 투명하게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관광환경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관광특구 사업을 적용한다는 것은 오히려 노골적인 공공적 수단을 통한 사익추구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관광특구로 지정해 공적 재원을 뿌리고 각종 규제완화를 할 때 이익을 보는 쪽은 명확하다. 그런데 이들은 마포구 시민들의 대표도 아니고 크게 영향력이 있는 이들도 아니며 무엇보다 공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돌봐야 하는 취약계층도, 문화예술인들처럼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이들도 아니다. LH 사태에서 보듯이 이제 특혜가 권리인 것처럼 행세하는 시대는 끝났다. 마포구청이 공적인 토론을 할 생각이 없다면 조용히 물러서는 것이 맞다. 이제 공은 서울시로 넘어왔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이를 다룰 것이다. 지금까지보다 더 눈을 키우고 귀를 세워 관심을 두어야 할 때다. [끝]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