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

이별까지 열흘간의 기록

검토 완료

배기홍(inalover)등록 2021.03.12 10:47
17년동안 늘 곁에 있던 첫째가 떠났다. 벌써 반년이 넘었다.
이제야 진짜 곁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날의 기억을 정리해본다.

7월 13일
늘 거실에 앉으면 도도가 다가온다. 궁둥이를 두들겨 달라고 옆에 붙는다. 
그날도 옆에 붙기에 좀더 편하라고 방석위에 앉혀주고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버린다.
배가 고픈가? 하고 생각하며 일어 서려는데 옆이 흥건하다. 실례를 한것이다.
나이가 든 탓인지 평소에도 화장실까지 갈때 힘들게 왔다갔다 하곤 했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실례를 했다. 그 뒤로는 방구석에 들어가서 안나온다.
마나님 차가 고장나서 아침 출근길에 수리센터에 맡기고 작업용차로 사무실에 모셔드렸다. 집으로 오는길에 마트에 들러서 배변시트를 샀다. 혹시나 방에서 또 못 나오면 그냥 치울 수 있게 방석위에 깔아 줄까 하는 생각이었다.
 
7월 14일
밥을 안먹는다. 그나마 스프로된 유동식은 먹기에 그걸로 챙겨줬다. 방에 보니 또 실례를 한듯하다. 배변 시트를 깔아놔서 치우면 되지만 팔다리도 젖는듯 해서 기저귀를 찾아봐야 할것같다. 물티슈로 몸을 닦아준뒤 다시 밥을 챙겨줘보았다. 밥은 잘 먹질 않지만, 그나마 물은 많이 마셔서 다행이다. 
아무래도 거실에 있는 정수기까지 가기 힘들어 하는듯해서 물그릇을 옆에다 뒀다. 찾아서 잘 마신다.
일을 마치고 기저귀를 사서 집에 들어오니 그래도 울어주는게 아직 괜찮은가 싶었다.
 
7월 15일
오후에 일을 마치고 와선  기저귀를 갈아주고 사료를 주니 또 안먹는다. 유동식을 짜서 주니 그마나 먹는다. 월요일날 배변시트를 살때 혹시나 싶어서 유동식을 좀더 사온게 도움이 되었다.
 
7월 16일
일을 쉬는날이라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걷는건 많이 힘들어 한다. 다리를 부들 부들 떨면서 겨우 앉아서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다 잠이 들고, 깨어나면 물을 마시는 일과가 반복되었다. 간혹 유동식을 먹기도 하지만 그것도 하나를 다 못먹는다. 걱정이다.
 
7월 17일
그나마 일이 오전에 끝나서 집으로 일찍 돌아왔다. 불러보니 고개를 든다.
다행이다. 아직 별일이 없구나. 그러나 이제 영 힘이 없는지 몸을 잘 가누질 못한다. 입안이 아픈지 음식을 먹을때마다 쩝쩝 거리면서 입맛만 다신다. 그래도 물은 잘 마시니 아직은 안심을 했다.
 
7월 18일
입안에 혹시나 구내염이나 이런게 있어서 밥을 못먹나 싶어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 신부전 진단을 2년전 받았지만 약과 치료를 극도로 거부해서 신부전 치료는 중단했었다.
한편으로는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게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계속 연명 치료만 하다 떠나신 아버지 생각에  여기 있는 동안에라도 맛있는거 많이 먹고 마음 편하게 있길 바래서였다.
의사선생님도 오래전 이에 대한 우리의 결정 사항을 아셨기 때문에 신부전 처방부분은 별달리 조치를 않으셨다. 입안이 좀 부은듯한데, 닦아주고 잇몸 치료제를 처방해주셨다. 열심히 닦아 주고 잇몸약을 발라주니 입안이 좀 덜 부담되는듯 해보였다. 눈꼽도 심하게 끼던게 덜해지니 다행이었다.
 
7월 19일
이제는 유동식도 안먹는다. 그래도 뭔가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냉동실의 곰국이 생각났다. 해동해서 끓인뒤에 식혀서 주사기를 꺼내서 고기 국물을 넣고 먹여본다. 싫어하지만 그래도 억지로 먹여봤다. 오랜만에 주사기로 먹였던 먹이는 도중에 손가락을 물렸다.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쳐다보니 손가락이 아픈거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7월 20일
고기국물을 하루에 세번씩 먹여본다. 마침 일이 없어서 늘 집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4시경이면 부스럭거린다. 일어나서 보면 기저귀가 젖어있다. 기저귀를 벗기고, 몸을 이리저리 닦아 준뒤에 기저귀를 다시 채워준다. 앙상한 다리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7월 21일
기저귀를 갈아주고, 잘 닦은뒤 다시 기저귀를 입혀주는일이 반복되고 있다.
가끔 물을 마시고 싶어하는듯 움직일때가 있다. 이제는 걷지도 못하기에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닌다. 물그릇을 가까이 주면 허겁지겁 들이 마신다. 물은 아직 많이 먹는편이다.
 
7월 22일
물을 주면 코를 박고 멈춰 있는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가 보다. 주사기를 씻어서 물을 넣고 입안에 흘려준다. 강하게 거부를 하지만 그래도 먹여본다. 
저녁에는 점점 힘이 없어하더니 그냥 그대로 늘어져있다. 한참을 안고 을렀더니 기운을 좀 차리고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자리에 뉘이고 내일 다시 볼 수 있기를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7월 23일
물도 마시질 못하고, 고기 국물도 거부를 한다. 그래도 억지로 먹여본다. 이거라도 먹어야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챙겨서 먹여본다.
매일마다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운다. 그래도 크게 고통이 없어 하는걸 보니 다행이다.
가끔 울어서 나를 부른다. 물이 먹고 싶은가 보다. 접시를 가까이 다가 대자 또 코를 박고 정지해 있는다. 주사기로 물을 먹여본다.
 
7월 24일
새벽에도 부스럭 거리면서 깼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 다리 관절이 굳어가는것이 아무래도 오늘이면 떠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시부터 기저귀를 갈아준뒤, 물을 먹이고 조용해진 아이를 쳐다보면서 마나님이 깰때까지 계속 쳐다보고만 있었다. 

깨어나신 마나님이 지켜보다가 도저히 못나갈것 같다고 회사에 연락을 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생일이어서 9시가 넘어서니 누님들의 축하 문자가 연신 온다. 아무래도 내가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다고 도도는 생각했던지 일부러 꼭꼭 챙기라고 오늘 기어이 떠날 모양이다.

헉헉거리다가 다시 호흡이 조용해지면서 잠이 들었다. 잠깐 잠깐씩이지만 잠이 든다. 머리를 들고 쳐다보기에 불러보니 뭔가를 이야기 하고 싶은 눈동자를 들어서 쳐다본다. 조용하게 울기도 하면서 쳐다 보기에 옆에 같이 누워서 토닥여 주었다.

같이 누워있다 어느 순간 깜박 잠이 들었던가 보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돌아누우려는가 싶어서 돌아 뉘여주는 순간 토하기 시작했다.

품에 꼬옥 안아서 두들겨 주었지만, 토하고.. 또 토하고....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걸 직감했다.

괜찮아.. 오빠랑 언니는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떠나도 돼... 괜찮아. 괜찮아.
뭔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안은채로 연신 쓰다듬기만 했다. 그렇게 30여분이 흐르고.. 천천히...천천히..... 머나먼 길로 떠나버렸다.

큰 고통이 없이 떠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는분이 소개해 주셔서 화장 시설에 연락했다.....
연락을 기다리는데... 그렇게 순식간에 차가워 질줄 몰랐다..... 혹시라도...혹시라도.. 다시 깰까 싶어서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냥 식어가고 있었다.
 
화장 시설로 가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보냈다. 생각보다 담담히 보내주었다.
훨훨...하늘로 보내고 집으로 왔다.

마나님을 졸라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도도에게 잘가란 소리를 하곤 한잔의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집으로 왔다.

이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에 앉았다가... 도도가 떠난 구석 자리가 보였다....
왈칵하고 쏟아지는건 뭘까.... 꺼이 꺼이 소리를 내면서 울었다. 그 빈자리가 사무치게도 아팠다. 한참을 울었다. 머리가 아플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요람의 방석을 붙들고 울었다.

너무 보고 싶다.
생각이 날때마다 눈물이 난다면 아직도 보내지 못한것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나는걸 보니 나는 아직도 도도를 보내지 못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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