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와 그의 새책 '넥스트 프레지던트'.
김종철
그는 다소 억울해 했다. 말을 이었다.
"보세요. 지금 지난 20년 동안 영남 출신 대통령이 4명이었어요. 좌우파가 각각 10년씩 정권을 잡았는데, 미래지표가 나빠지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좋았어요. 청년실업률이나 자살률은 오이시디(OECD) 회원국에서 1위고, 초저출산에다가 젠더부분에선 반여성, 폭력문화가 여전하잖아요. 양극화는 더이상 말할것도 없고. 패거리 정치와 정쟁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죠."
김 교수는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있다"라고 했다. 정치리더들이 토론과 타협으로 문제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갈등과 증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오래된 생각이다.
그가 민주적 리더십과 화해·포용·대타협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은 정치가 나서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는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대중 대통령 시절요?
"그래요.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고,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남북관계 역시 가장 좋았어요. 한미, 한일관계 역시 그 어느 시기보다 협력과 소통이 잘 됐던 시기였죠. 북미수교까지 갔었는데… 아쉽게도 미국에 부시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가 엇박자가 나버렸죠."
- 노무현 정부도 초기에 대북 송금특검으로 남북관계가 만만치 않았고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 정부에서 야당의 요구를 들어주면 안됐죠. 이후 노 대통령도 탈권위와 보수기득권에 맞서 '새시대의 맏형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훗날 '구시대의 막내가 되고 말았다'고 탄식했잖아요. 이후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퇴행의 시대로 가버렸고..."
- 문재인 정부도 이제 1년정도 남았네요.
"시민들의 촛불로 태어난 정부였잖아요. 그만큼 기대가 컸죠. 문재인 대통령 역시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잖아요. 또 새시대의 맏형이 되겠다고 했는데… 물론 남북관계를 비롯해 코로나19 방역 등에서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죠. 대통령 탄핵과 촛불이라는 급변하는 정치환경 속에서 보다 준비된 정부와 대통령이 절실하죠."
"신 DJP가 필요하다"
- 그러고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호가 '준비된 대통령'이었죠.
"그래요. 김 전 대통령은 대권 삼수를 하셨잖아요. 자연스레 준비가 됐죠.(웃음) 그럼에도 대선 승리는 혼자 할 수 없었잖아요. 김종필씨와 대연합이라는, 디제이(DJP)연합을 통해 대권을 잡았는데, 화해와 통합이 무엇인지를 몸소 실천하신 분이죠. 그리고 디제이노믹스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복지혜택을 확대하고… 아마 다음 대선에선 또 다른 새로운 대연합, '신DJP'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신 DJP요?"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다음 대선으로 흘러갔다. 화해와 대통합. 그의 오래된 생각이었다. 물론 시대정신을 갖춘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김 교수는 "정말 앞으로의 5년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 골든타임,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 분야에서 많이 듣는 단어죠.
"코로나19 위기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잖아요.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와 복지 사각지대 등,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듯이, 위기를 드러내놓고 고쳐 나가야죠.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죠. 우리의 미래잖아요."
- 청년 일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은 대표공약인데.
"요즘 청년들은 우리시대의 청년과는 전혀 다르죠. 청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구조적으로 왜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않는지를 제대로 고민해야죠. 예를 들어 청년 창업가들에게 2년동안 월급을 지원해준다든지, 글로벌 디지털 전문인력을 10만명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운용해보던지… 사실 그동안 대책들은 많았죠. 제대로 실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죠. 교수께선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만.
"(잠시 생각한 후) 맞아요. 사실 서구 여러 나라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처럼 '기본소득'을 많이 거론하는 곳도 없어요. 독일·프랑스 등을 보면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해요. 사회보장제도를 가장 앞장 서 확대해온 독일 중도좌파 정당 사민당의 총리 후보인 올라프 솔츠 재무장관은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반대'라고 해요. 보수우파인 마카롱 프랑스 대통령도 마찬가지고요."
- 독일도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또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은 이른바 '한국형'이라면서 차별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독일 실험은 말 그대로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실험'일 뿐이에요. 우리보다 소득이 3배 가까이 많은 스위스도 국민투표를 통해서 부결시켰잖아요. 핀란드도 그렇고요. 우리보다 훨씬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나라들이 왜 기본소득을 반대할까요."
- 왜 그렇죠?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할거냐는 거예요. 이것을 두고 이런저런 세금을 거두거나, 기존 재원을 조정한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아요. 5000만 명에게 월 100만 원씩 주려면 1년에 600조 원이 필요해요. 이걸 어떻게 만들어요? 우리에겐 기본소득보다 사회보장제도를 좀 더 강화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보는 거죠."
이낙연-이재명 vs. 홍준표-김종인 그리고 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