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오른쪽)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신설제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 전국 83만호 주택 부지를 추가로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과연 이번 대책은 정부의 의도대로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고,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까?
재개발 구역은 낡고 노후한 주택지다. 노후한 주거지역을 전면적으로 철거하여 새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재개발 사업의 골자다. 자동차의 통행이 곤란한 골목길, 경사가 오르락내리락하고, 학교나 공공시설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 노후하고 열악한 주거지역을 싹 밀어내고, 이곳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쾌적한 새집으로 바꿔 돌려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새 아파트를 건설하는 데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열악한 주거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곧 무너지기 직전의 낡고 위험한 주택이지만 재개발·재건축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성이란 바로 낡은 집을 철거하고 새집을 지어놓았을 때 돈 있는 사람들이 유입되어 그 비용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여력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사업성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건축비를 감당할 만큼 분양가가 충분히 높아야 하고,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유입되어 새 아파트를 사주거나,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추가분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고,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추가분담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정작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철거가 시급한데도 재건축을 할 수 없는 곳이 있는 반면, 아직 고쳐서 쓸만한 짱짱한 아파트인데도 몽땅 때려부수고 재개발·재건축을 하기도 하는 아이러니가 왕왕 일어나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은 '사업성'과 결부지어 생각해야만 한다.
재건축·재개발, 이렇게 부동산 가격 높인다
서울 변두리 노후한 연립주택의 현금청산을 위한 감정평가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2011년 무렵 재개발을 위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나, 줄곧 사업성이 없어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주로 10~20평 전후의 작은 규모의 노후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이었다. 재개발 사업 이전에 주택들은 주로 1억원 미만으로 거래되었는데, 재개발·재건축 바람이 불고 2020년 주변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도 재개발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종전 자산 1억원 다세대주택 소유자는 조합원 분양가 5억원, 즉 추가 분담금 4억원을 납부하여야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 소유자 A씨의 경우 4억원의 대출을 받으면 원금은커녕 이자도 납부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었다. 그는 현금청산을 선택하였고, 1억원을 현금으로 보상받고 집을 넘겨야 했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 공공성을 전제로 하므로 개발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이 배제되고 현금청산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는 7억원이 되고, 프리미엄이 붙어 8억~9억원으로 뛰어올랐다. A씨는 당연히 홧병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불 능력이 없는 사람들 중 현금청산을 선택하지 않고 종전 주택가격 1억원에 프리미엄 2억~3억원을 붙여 입주권, 즉 '딱지'를 양도한 사람들은 그나마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 됐다. 1억원 짜리 낡은 주택 소유자 중 누군가는 개발이익이 배제된 1억원을 보상받고 떠났다. 누군가는 장래의 가치 상승분, 소위 프리미엄을 붙여 매도하고 떠났다. 새 아파트는 분양가 7억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중산층 투자자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수많은 재건축과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낡은 주택지는 새 아파트로 변신하면서 돈 많은 사람들의 자산을 더 크게 불려왔다. 분양가를 최대한 높여야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건설사들은 인근 아파트 시세를 만들어내고, 신고가를 경신한 높은 실거래가는 언론과 전문가들에 의해 대서특필된다. 진위가 불분명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실거래가 데이터로 한국부동산원은 부동산 통계, 즉 공시가격 데이터를 생산한다. 여기에 온갖 장밋빛 전망과 분석이 더해지면서 손이 바뀔수록 프리미엄은 점점 더 커져간다.
현금청산의 위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