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고유한 빛깔을 찾는 게 중요하답니다

미래에 대한 부모의 불안이 아이와의 현재 관계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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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수(grajiyou)등록 2021.02.23 11:26
다른 주제의 대화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아이 양육에 관한 문제에서는 어떤 부모라도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양육은 어렵고 힘들다. 따로 배운 적도 없는데다 워낙 많은 변수가 양육의 현장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많은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 줄 솔루션을 담은 책, <육아고민? 기질육아가 답이다!>의 저자 최은정 대표를 온라인으로 만나 보았다. 최대표는 아동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하며 현재 위드유치료교육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청소년기에 자신의 기질에 대해 궁금해 했으며,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기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책 전체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다음은 최은정 대표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 머리글에 보면 '부모의 사랑은 현재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이 문장이 참 깊이 와닿더라구요. 심리학에서도 '지금-여기'를 많이 강조하는데, 부모가 가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아이만의 아름다운 빛깔을 믿지 못하는' 거잖아요.
사실 저도 부모이지만 모든 부모님들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많으신데요. 그래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가 어떤 빛깔을 가진 존재인지, 충분히 관찰하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먼 미래를 생각하고 염려하기보다는 아이가 자기의 빛깔을 어떻게 내어가고 있는가를 관찰하면 아이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을까요.
- '아이의 부모는 무의식 중에 아이가 자신들과 안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특별해지고 싶어하는 반짝이는 아이의 마음을 놓쳐버린다.'라고 책에 쓰셨는데요.
아이에게는 자신을 세상에 발현하고자 하는 힘이 있는데, 그게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의미있는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아요. 엄마와의 대화나 아빠를 부르는 외침 속에서 반짝하고 드러나는데, 우리가 그 찰나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가 그 반짝이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아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어요.
- 책 내용 중에 '아이에게 맞는 해결 방법은 이미 아이가 보여주고 있다.'는 부분이 있는데, 예를 들어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저희 첫째는 억제성 기질이고 둘째 아이는 지속성 기질인데, 지속성인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지속하려고 하죠. 그 지속성이 아이의 기초자원인데, 부모가 보기에 '얘가 한 곳에만 꽂혀 있으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억지로 끌어당기려고 하면, 아이는 지속성이라는 경향성으로 더 파고 들어가게 되거든요. 또 억제성 기질인 아이는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경향성을 타고 난 건데요. 제가 측은히 여기고 안쓰러움으로 바라본다면 이 아이가 자신의 고유한 경향성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걸 억지로 바꾸려고 한다면 아이의 타고난 빛깔을 살리지 못하는 거죠. (혹시 대표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다 제 경험이죠 (웃음) 
- 기질을 9가지 요소로 분류하셨고, 이것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따라 순응성, 억제성, 지속성, 민감성 네 가지 기질 유형으로 나누셨고요. 이 핵심 기질 요소를 활동성과 사회성에 따라 세분화하여 16가지 기질 유형으로 분류하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새로운 심리검사를 만드는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처음부터 '기질검사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던 건 아니고요, 제 자신과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이웃들을 잘 이해하는 데 필요했었어요. 아동심리치료사라는 전문가의 위치에서 유아교육이나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중재전문가로서 아이들의 기질을 좀 더 명료하게 찾아야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의 기질과 현재의 발달 수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하면서 '경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기질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 16가지 기질 유형 중 '활동성이 높은 억제성 기질'(완벽을 추구하는 아이들)에 대한 설명에서, "활동성이 높은 억제성 기질의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이를 수용하면서도 부정적인 정서가 '짜증'으로 나타난다." 결국 같은 정서의 발현이라 해도 그 원인은 아주 다양할 수 있는데, 부모가 이것을 세밀하게 알아차리지 못하면 "쟤는 왜 저렇게 짜증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할 거 같아요.
이런 기질의 아이들은 활동성이 높으면서도 억제하려고 하는 양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이 들 수밖에 없어요. 높은 내적 욕구와 그것을 억제하려는 경향성의 내적 싸움에서, 질서를 만들지 못할 경우 '내가 원하는 것만큼 채워지지 않았어'라고 생각하면서 자주 짜증을 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 진로를 정하실 때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억제성 기질인데 그래서 인정이 중요했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편인데,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칭찬과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미술을 공부하기로 선택했고, 제 진로의 첫 시작은 저의 상처와 어려움을 잘 해결하고자 하는 고민에서부터였어요. 상담과 치료로 진로가 정해지고 기질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거기에서 출발한 거에요. 지내오면서 선택이 필요할 때 제 고민은 항상 '사람'이 먼저였어요.
- 진로와소명연구소와 콜라보로 온라인에서 <양육의 지혜: 실전편>을 진행하고 계시는데, 어떤 방식으로 학부모들을 만나고 있는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육아책은 시중에 참 많잖아요. 그런데 실질적 문제를 해결해 주면 좋겠다 싶어서 정은진 소장님과 시작했고요, 4명 정도의 그룹 안에서 내 아이와 해결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들어오세요. 3주 동안 매주 한 번씩 만나면서 아이의 기질을 분석해 드리고 해결할 지점에 대해 고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그런 어려움이 나에게만 있지 않고 전문가인 우리들도 동일한 고충을 겪는다는 데에서 위로를 받으시더라고요.
- 인세 전액을 보육원 아동지원 및 교사교육 지원비로 사용하신다고 하는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양육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접해 보시고 좋은 일에도 동참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도 편안한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기사에 미처 싣지 못한 자세한 인터뷰 내용 전체를 최은정 대표님의 동의를 받고 저의 유튜브 채널 마만남(https://www.youtube.com/channel/UCnt4lRPehsH-nPdd4n7BuPA)에 업로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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