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일 필리핀에서 반송된 쓰레기
독자 제공
필리핀에서 배를 타고 온 컨테이너 박스에서 왜 제주도 쓰레기가 나온 것일까? 경기도 평택시에 소재한 A사가 싼 값에 제주도 쓰레기를 처리해주겠다며 가져갔다. 그러나 이 업체가 가져간 쓰레기가 향한 곳은 국내 폐기물 재활용처리장이 아니었다. 필리핀 민다나오 섬이었다. A사는 제주 쓰레기를 포함해 2018년 7월에 5177톤, 9월에 1211톤 등 총 6388톤을 민다나오 섬에 불법 수출했다.
A사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임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이라고 속여 수출했다가 필리핀 당국에 적발되었다. 민다나오섬에 방치된 제주도 쓰레기 더미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침출수가 흘러내렸다. 심지어 화재가 수시로 발생하여 연기가 민다나오 섬을 뒤덮었다. 제주산 쓰레기가 멀리 필리핀 민다나오섬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것이다.
2018년 11월, 견디다 못한 필리핀의 환경운동 단체들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에서 "쓰레기를 한국으로 가져가라"고 시위했다.
한국의 쓰레기가 국제문제로 커지자 환경부는 2019년 2월 필리핀 항구 컨테이너에 있던 1211톤의 쓰레기를 한국으로 반송해와 소각처리 했다. 그러나 2018년 7월에 수출된 5177톤의 쓰레기는 여전히 민다나오 섬에 남아 있었다.
지난 2020년 2월 2일 평택항으로 돌아온 쓰레기는 필리핀에 남아 있던 5177톤 중 800톤을 컨테이너 50개에 담아 한국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이 쓰레기는 환경부, 평택시, 제주도의 협의에 따라 30개는 평택시가 처리하고, 20개는 제주도가 처리했다.
필리핀에 남아 있는 5177톤의 쓰레기 중에 약 1800톤이 제주도 쓰레기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와 평택시가 35:65 비율로 비용을 분담해 소각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환경부는 필리핀에 남아 있던 4300톤의 쓰레기를 총 6번에 걸쳐 들여와 2020년 12월에 처리를 완료했다. 경기도는 평택 쓰레기를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했고, 제주도는 울산 소재 소각장으로 가져가 처리했다.
왜 '쓰레기 섬'으로 전락했나
그동안 우리는 제주도를 청정 섬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착각에 불과했다. 제주도는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조차 못할 만큼 '쓰레기 섬'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지난 2020년 2월 평택항에 들어온 쓰레기는 너무 끔직했다. 제주도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기에 제주도 쓰레기가 필리핀까지 불법 수출되는 일이 벌어졌을까? 제주도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2020년 4월말 제주도로 날아갔다.
봉개매립장에 흰색 비닐로 말아 쌓여 있는 쓰레기 눈사람은 평생 처음 보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제주도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날이 2018년 7월인데, 내가 제주도를 찾은 2020년 4월말에도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21년 2월 7일 현재, 놀랍게도 쓰레기는 더 늘어났다. 쓰레기를 치우기는커녕 시간이 흐른 만큼 쓰레기를 쌓아 놓은 면적이 더 늘어났다.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울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