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가 잎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상추 잎 따는 것도 아래부터 기술적으로 따야하는 것을 알았다. 하얀 진액은 생명의 젖줄과 같다.
최수경
♧ 5월 중순, 풍성한 밭
남편이 추동한 주말농장이라 처음엔 씨 뿌리고 모종 심고 하더니, 아주 자연스럽게 장인·장모에게 넘겨버렸다. 어르신들이 워낙 재미나게 가꾸시니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사공이 여럿이면 안 되니까.
부모님은 밭에 다녀오실 때마다 상추, 아욱 등을 딸들 집 현관에 매달아 놓았다. 연한 열무로 담근 심심한 김치를 일주일 건너 한 통씩 담가 주셨다. 한 달 동안 아욱국이 떨어질 날이 없고, 상추가 식탁에 떨어질 날 없다. 지겨울 법도 한데, 아욱은 된장 덕분에 질리지 않고, 상추도 함부로 할 수 없으니 먹어 치운다. 넘치면 같은 층 현관에 한 줌씩 매달아 놓는다.
열 평도 안 되는 밭에서 우리 집, 동생네, 엄마네의 식탁이 이렇게 풍성해질 수 있다니. 부모님은 자투리땅도 놀리지 않고 무엇인가를 심으셨다. 시골길 가다 도랑가에 콩대를 빽빽하게 심는 어르신들의 심정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