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이트 ebay에 올라온 버니 인형. $20,300에 낙찰됐다. 인형 수익금도 자선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베이캡처
젊은이들에게 영감 주는 여든 노인
작년엔 코로나19 때문에 기회가 없었지만 2016년 대선 경선 때 나는 여러 번 버니 샌더스 유세를 직접 봤다. 2016년 3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시작으로 내가 사는 뉴욕 인근에서 그의 연설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시간을 내 찾아가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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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내공에서 나온 감명 깊은 연설과 현장의 뜨거운 에너지,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였다. 1941년생이면 내 아버지보다 많은 나이였지만 그는 오랜 세월 단련된 쉽고 명료하고 깊이 있고 유쾌한 언어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상사 시큰둥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Z세대 10대, 20대 젊은이들을 뜨겁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This is Democracy. 이게 바로 민주주의야."
지역 한 주립대에서 질서 있게 버니 샌더스를 기다리던 젊은이들이 외치던 '민주주의' 구호를 들었을 때 난 좀 감동했다. 미국 땅 젊은이들에게서 광화문 촛불광장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21세기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연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엄혹한 60년대, 전쟁 반대와 흑인 인권을 외치다 경찰에 끌려가던 20대 청년이 머리 하얀 상원의원이 되어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연설의 아우라로 빛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전설을 보는 듯한 젊은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 민주당의 샛별이라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의원은 당시 버니 샌더스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처럼 그들 중 상당수는 지방과 연방 의회를 비롯해 각자의 자리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탄탄한 기반이 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버니 샌더스는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민주당 주류가 지지한 조 바이든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러자 그는 기꺼이 트럼프 연임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쳤다. 그를 위해 유권자 집 대문을 두드리던 젊은이들은 조 바이든을 찍자는 캠페인에 동참했고, 결국 그를 46대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
"지금 민주당은 팬데믹으로 힘겨워하는 서민들을 위해 서둘러야 합니다. 대통령과 상·하원까지 민주당을 찍어준 유권자들을 실망시킨다면 2년 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주장할 겁니다. '것 봐, 민주당이 당신들을 실망시켰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우리를 찍어야 해!'라고요."
1월 24일 CNN에 출연한 버니 샌더스는 92년 클린턴과 2008년 오바마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2년 뒤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선 사례를 제시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에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