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유등천준설로 하상과 호안이 바뀐 유등천 복수교 구간
최수경
다음날 정오쯤 지인이 다급하게 "선생님의 유등천 기사가 다음 메인에 떴어요"라고 알려왔다. <오마이뉴스> 대전충남판 메인에 올랐고, 다음 포털은 메인 톱 둘째 줄에 올라 있었다. 한밤중 감정이 조금 격앙된 상태서 쓴 글이었는데, 제목도 나의 격앙을 반영하듯, '유등천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로 바뀌어 있었다. 독자를 유인하는 기사 제목도 참 절묘하게 잘 뽑았다.
그런데 조회가 많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댓글이 3백여 개가 넘는데 '내 고향 유등천이 반갑다', '생태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이 잘못이다'라고 하는 글도 있었지만, 상상할 수도 없는 악플도 많았다. 악성 댓글을 더 읽다가는 내 영혼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 더 읽지 않고 덮어 버렸다. 나는 소심하기 그지없는 소문자 a형이기에 논쟁 기사로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차츰 기사 쓰기에서 멀어져 갔다.
시간이 흘러 나도 나이를 먹은지라 웬만한 댓글에는 이제 무감각해진 것 같다.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했고, 주 관심사인 4대강과 관련해 쓴물 단물을 수없이 마셔서 그런가 보다. 십 년 만에 쓴 태양광 관련 기사가 다시 메인 톱에 올랐을 때, 정독도 하지 않고 쓴 악성 댓글에는 얼굴이 화끈거리지도 않았다.
나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연재에서 어떤 글을 쓸까 설명한다는 것이 서론이 길어졌다. 어쨌든 나는 환경교육을 하는 사람이라 환경 이야기가 가장 잘 맞는다. 우리에게 지구온난화와 지속가능한 삶이 분리될 수 없음에, 환경과 인간의 관계성을 화두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깝게는 작년 여름 섬진강댐 하류와 용담댐 하류에 엄청난 수해가 발생했고, 올겨울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이 이어졌다. 금방 끝나리라 여겼던 코로나19가 변종 바이러스까지 출현해 팬데믹이 장기전이 되는 지금, 이 모든 것을 지구온난화와 연결 짓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화두이고 과제라는 것이 자명함에도,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너무 멀고 어려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