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산에서 생활한 송인효는 양희은의 ‘한계령’을 불러 심사위원 김윤아씨로 부터 극찬을 받았다.
엠넷
분명 방송 덕분에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주변 분들이 즐거워했고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심사위원들 말대로 기교가 부족한 인효 스스로 경선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노래에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점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촌놈이 난생 처음 협찬사 양복도 빼입어 보고, 방송을 통해 낯설고 재밌는 경험도 많이 했지만 앞에서 잠깐씩 불만을 언급했듯이 아쉬운 점 또한 많았습니다.
가난한 뮤지션들에게 교통비라도
얼마 전 인효에게 포크송 경선을 통해 친분을 쌓았던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하게 된 전화였습니다.
"그 친구 보기에 헐렁헐렁해도 노래 참 좋은데 경선 떨어지고 머 한다냐?"
"공사판에서 막노동하고 있대."
그 친구뿐 아니라 인효를 비롯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딛고 힘겹게 노래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하답니다. 막노동을 해가며 자신의 노래를 희망으로 삼고 있는 가난한 뮤지션들, 내 아들의 친구는 내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 친구의 열악한 상황은 인효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 친구들이 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노래를 부르는지 뮤지션을 둔 애비로서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경선에 나온 뮤지션 중에는 대학생이나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친구들도 많지만 시급 아르바이트나 막노동을 해가면서 노래 부르는 친구들도 많다고 합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무대는 말 할 것도 없고 일자리도 찾기 힘듭니다. 인효처럼 소속된 단체가 없거나 일정 소득에 못미치는 뮤지션들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프리랜서 지원금조차 해당 사항이 되질 않습니다.
"예전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뮤지션들 얘기 들어보면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하데. 그땐 수고비는 고사하고 단 한 줄의 김밥도 주지 않았다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방송 출연 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로 여기라는 것인가요? 문제는 이런 불공정한 사례들이 방송 연예계에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 어떤 방송 프로그램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히 음악 방송은 노래하는 뮤지션들이 없으면 방송을 내보낼 수 없습니다. 방송국이 먹고 사는 것은 그들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요즘은 유행처럼 방송국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아이템으로 노래 경선을 하고 있답니다. 하여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한마디 던지고 싶습니다.
거대 기업이 운영하는 방송국이 방송 출연하는 뮤지션들에게 교통비조차 제대로 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가요? 내가 사는 산막에서는 매년 단 한 푼의 정부 지원금이나 후원사 없이 '배부른 잔치'라는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 잔치에 참여한 관객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뮤지션들에게 하루 종일 먹고 마실 것을 제공하고 최소한의 교통비까지 챙겨 줍니다.(관련기사 /
모든 것이 무료, 배부른 잔치에 초대 합니다 http://omn.kr/1iofo)
방송국 관계자 여러분! 10만 원짜리 월세로 사는 이곳 산막살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방송국의 필요에 따라 십수 차례, 서울을 오가며 네 차례의 방송 공연에 3만원이 뭡니까? 어지간히 먹고 살만 하면 방송에 출연하는 무명의 가난한 뮤지션들에게 최소한의 교통비라도 꼬박꼬박 챙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