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으로 본 광화문광장 사업, 바뀐 것 하나 없는 공론화의 실체 드러난다

[광화문광장, 이렇게는 안된다②] 문제 제기된 사업들은 쪼개고 분리해서 개별 추진, 타당성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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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nilblue)등록 2020.12.22 14:15
예산은 말장난으로 속일 수 없는 증거다. 말로는 아무리 보행광장이니 뭐니를 떠들어도 예산이라는 구체적인 행정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 없다. 또한 서울시가 그렇게 자랑해온 300번의 공론화 과정에도 2019년부터 추진한 사업에 변경이 하나도 없다면 그 공론화는 행사의 횟수일 뿐 실효성이 있는 과정이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관리하기 위해 선심성 예산이 사용되었다면, 21세기 서울시의 행정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2021년 서울시예산안을 심의 중인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바람막이가 아니라 서울시민의 바람막이라면, 적어도 현재까지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사업을 하면서 보이는 의혹들을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지적되는 사항들은 사실 서울시가 먼저 밝히고 현재 예산안을 심사하는 서울시의회가 시민들을 대신해 지적하고 다시 시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문제들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원인 재정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서울시도, 이를 감시해야 할 서울시의회도 그런 역할엔 딱히 관심이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이후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예산을 둘러싼 몇 가지 사항들은 밝혀 놓을 필요가 있다.

① 고 박원순 시장의 사업중단 선언은 '말 뿐인 수사'에 불과했나?

2019년 9월은 고 박원순 시장이 광화문광장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던 시기다. 사실상 시민들과의 공론화를 통해서 방향을 완전히 새로 잡겠다고 선언한 것이기도 했다. 과연 해당 시기 진짜 사업이 중단되었을까? 'GTX광화문역사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사업'은 공론화가 한참이었던 2019년 11월 6일에 기성금을 지급하였다.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은 2019년 9월 18일에 기성금을 지급하였고 그해 12월 30일에 세 차례의 기성금을 2020년 7월에 2차례의 기성금을 지급하였다. 이 말은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대한 시민 공론화를 다시 하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광화문광장추진단의 공무원들은 기존에 하고 있던 대로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박원순 시장이 사업중단을 선언하고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있을 시기인 2019년 9월에서 12월까지 서울시가 내부적으로 추진한 계약은 '광화문 일대 보행환경 개선사업 기본 및 실시계획 용역'(10월 3일, 태조엔지니어링),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 교통대책에 따른 영향지역 자원조사 및 상생방안 수립 용역'(10월 11일, (주)다른도시) 등이 있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공론화 과정이 의미가 있다면 2019년 1월에 발표된 국제현상공모작과 이후에 추진된 기본계획, 그리고 실시계획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 사이에 각각 공론화의 결과가 어떻게 수렴되었는지를 밝힐 수 있다면 분명해진다. 안타깝게도 이미 완료했다는 실시계획의 내용을 서울시만 알고 있을 뿐이다.
 
② 예산서에도 없는 사업이 일방적으로 집행되기도 했다
 
게다가 아예 예산서에는 보이지도 않는 계약을 한 것이 확인된다. 이를테면 <서울계약마당>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공개되고 있는 계약현황을 보면, 서울시 광화문광장추진단은 2020년 1월 8일에 '광화문 일대 도시 활성화를 위한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2억 8천만원에 수의계약을 한다. 하지만 해당 항목의 사업명은 2019년 예산서 어디에도 확인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상황에서도 이미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전인 2020년 9월에는 '광화문역 연결 지하보행 네트워크 조성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4억원에 계약한다.
 
시장은 사업 중단과 공론화를 선언했는데, 서울시 내부적으로는 중단된 사업이 하나도 없었다. 서울시 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것 역시, 시기를 조정했을 뿐 변경이 없이 오히려 예산을 증액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서울시는 2020년 10월이 되어서야 사업 재추진을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런데 그 전에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눈을 속일 수 있는 것들은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공사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으니 발표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사업을 하려면 적어도 정확한 결재권자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2020년 4월까지 고 박원순 시장은 사업 백지화까지 고민했을 정도 였다는 것은 확인된다. 그러면 위에 말한 저 사업들은 누가 결재를 하고 추진한 것인가?
 
③ 논란이 되었던 GTX, 지하도연결 사업,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었나?
 
서울시가 300회가 넘는 공론화 과정을 강조할수록 그곳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당사자들은 자괴감만 든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적어도 참여한 만큼 협의되고 조정이 되었다면 그 횟수가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지나친 예산낭비 사업인 GTX(광역급행철도) 광화문역 개설은 거의 모든 전문가가 반대한 사항이었다. 백지화가 되었나? 그렇지 않다. 2019년부터 2021년 예산까지 계속 추진 중이다. 급기야 타당성 조사 보고서는 2020년 7월에 완료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 서울시가 GTX민간사업자에게 얼마만큼의 재정을 주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또한 서울시가 추진했던 광화문역 주변의 지하보행네트워크 조성 사업은 오히려 광장의 보행성을 해치는 사업으로 지적되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지상부에 보행중심 광장을 만들고 지하에 보행로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건 상식에 부합하지도 않을 뿐더러, 낮에도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지하 공간을 넓히는 건 기후위기 시기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그런데 해당 사업 역시 축소되거나 조정되는 일 없이 계속 추진 중이다. 이를 '도시활성화과'에서 변경없이 추진 중이고 총사업비가 107억원이나 소요된다. 고작 종각역과 광화문역을 지하로 연결하는데 드는 비용이 그렇다. 시의회의 감액을 비웃듯이 공사비를 높여 총사업비를 높인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도 코미디지만 서울시가 자랑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어떤 사업 하나도 변경된 일이 없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것도 코미디다.
 
문제는 서울시가 말하는 공론화 과정 어디에서도 GTX 광화문역사 사업과 지하보행네트워크는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9년 1월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계획에는 언급된 사업인데도 말이다. 그러니까, 필요할 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 붙이고 불리할 땐 별도의 사업인 것처럼 눈속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저 두 사업은 그 자체로 타당성이 확인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④ 투자심사의 사전 조건인 '활용계획'은 어디에 있나?
 
광화문 시민광장 조성 사업은 2019년 5월 투자심사 당시, 광장 활용계획을 우선적으로 수립한 후에 추진할 것이라는 조건부 승인을 받은 사업이다. 그런데 현재 서울시는 광장 활용계획을 확정한 상황인가? 사실 어디를 봐도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가 시민소통을 위해 만들었다는 <광화문광장> 누리집에는 어떤 정보도 없어서 그렇다. 광장 활용계획이 나왔을까? 안타깝게도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도 개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서 광장 활용계획을 검토하고 승인을 했을지 의문스럽다. 행정안정부가 제정한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행정안전부령 제200호) 제5조에 따르면 조건부추진에 대해 '사업의 타당성은 인정되나 선행절차이행 및 재원조달대책 등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사업추진이 가능한 경우'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한다면 조건부의 내용인 '활용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공개한 적이 없으니 서울시의회가 이를 확인해야 할 테지만 실제로 확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서울시가 2020년 10월과 11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 어디에도 조경계획이나 시설계획 외에 활용 계획이 제시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⑤ 2021년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총사업비 534억원, 타당성 조사 대상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이라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의미할까?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서울시는 그와 같은 종합계획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광화문광장추진단의 총사업비는 <서울재정포털>(http://openfinance.seoul.go.kr/)의 공개자료를 기준으로 총 12건의 사업에 388억원으로 나타났고, 2020년에는 15건 사업에 653억원으로 나타났다. <예산서> 기준으로 보더라도 2019년에 광화문광장추진단의 예산은 316억원이었는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 대한 단위 사업은 없이 월대 등 문화재복원에만 266억원이 반영되었다. 최소한의 기본계획 확정 전에 문화재발굴예산을 반영한 것인데, 이는 월대 복원을 위한 사업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문화재청 사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020년 예산에는 기존 예산안의 684억원이 대폭 줄어들어 확정예산으로 427억원으로 편성되었다가 3차 추경에 다시 37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적어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위해 설치한 부서이므로 광화문광장추진반의 사업비가 넓은 의미에서의 총사업비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더 좁혀서 서울시가 실제 단위사업으로 관리하는 수준에서는 어떻게 될까?
  
   

2020년, 2021년 서울시 예산상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 설명서 2020년, 2021년 서울시 사업별 설명서에 나온 단위 사업으로서 '새로운 광황문광장 조성사업'에 대한 자료다. 본 자료에는 총사업비를 포함하여 추진계획에 대한 세부적인 내역이 명시되어 있다. ⓒ 김상철

   

*각 년도 서울시 사업별 설명서.
 
서울시는 '광화문 시민광장 조성'이라는 단위사업의 총사업비로 2020년 사업설명서로 487억원을 제시했다. 그런데 2021년 사업설명서로는 동일한 단위사업인 '광화문 시민광장 조성'이라는 항목의 총사업비가 534억원으로 제시되었다. 동일한 단위사업명을 가진 사업의 총사업비가 1년 사이에 47억원이나 인상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적어도 2020년 사업설명서와 2021년 사업설명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업내용은 광장면적만 약간 변했을 뿐 큰 차이가 없다. 도대체 사업내용도 거의 바뀌지 않은 광화문광장 조성사업비가 1년 사이에 47억원이 늘어날 수 있는가?
 
단서는 500억원이라는 숫자에 있다. 만약 서울시가 올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를 추진하고자 했다면 투자심사 전에 타당성 조사를 했어야 했다. 현행 <지방재정법> 제37조에 의거하여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투자심사 대상이 되는 신규사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2019년 당시 하나의 광장처럼 내세웠던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을 분리해, 각각의 사업비가 500억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1년 만에 시민광장 만으로도 500억원이 넘어선 것이다. 만약 물가상승률 등 자연적인 증가가 아니라 2019년 당시에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에서의 증액이라면 의도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회피하기 위하여 꼼수를 쓴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 역시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쉽게 해결이 된다. 그런데 서울시는 아직 기본계획도 실시계획도 그에 수반되는 연간 사업추진계획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런대도 사업을 진행한다.
 
가장 기본적인 예산의 원칙은 예측가능성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사업에서 어떤 사업까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 포함되는지 알 길이 없다. 또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의 사업 역시 총사업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적어도 서울시가 좀 더 개방적이길 기대했다. 소위 시민거버넌스라고 불리는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라도 정보가 시민들에게 흐르도록 애를 써줄 줄 알았다. 아니, 시민의 대표라고 불리는 서울시의회가 관련 의구심을 명확하게 해소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의혹들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명확한 사실을 아는 이들이 밝혀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도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어쩌겠는가, 결국 감사원의 힘을 빌리는 수 밖에는 없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의 연재 후속 기사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98713&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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