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예방접종 보급률이 낮았던 20세기의 연간 질병 발병률(왼쪽 수치) 대비 2010년의 발병률(오른쪽 수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
Leon Farrant (design)
그러나 백신 반대론이 확산되면서 예방접종률도 낮아지고, 발병률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10년 한 해 61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던 미국의 홍역의 경우 2017년 120건, 2019년에는 무려 1287건을 기록했다.
백신 반대자들
백신 반대자들의 세가 크게 확장되는 데는 가짜뉴스의 힘이 컸다.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백신이 자폐에 걸리게 한다'라는 슬로건이었다. 시작은 1998년 영국의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가 <란셋>지에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MMR(measles, mumps and rubella)은 홍역과 볼거리, 풍진의 혼합 백신이다. 이 논문 이후 영국의 2세 아이들에게서 MMR 백신접종률은 8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런데 2004년, 위 논문이 자기가 만든 홍역 백신을 특허 신청하려던 웨이크필드가 MMR 백신을 만드는 회사를 고소하려던 사람에게서 돈을 받고 쓴 가짜 논문이라는 게 밝혀졌다. 2010년 <란셋>지는 웨이크필드의 논문을 철회했고 영국 의사협의회는 웨이크필드의 의사 면허를 영구 정지했다. 뿐만 아니라 MMR이 자폐를 일으킨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결론의 수많은 연구가 쏟아졌다.
그런데도 MMR과 자폐에 대한 거짓말은 지금도 계속해서 떠돌고 있다. 2016년에는 웨이크필드가 감독한 영화 <백신을 맞으면>(Vaxxed)이라는 영화도 개봉이 되었다. 백신이 흑인 남아들에게서 자폐율을 높인다는 증거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은닉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대형 의약품 회사들이 백신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면역과 방역에 대한 관리를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해석하는 시각, 정부의 무능한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이 얽히면서 백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모호한 음모론성 루머들을 양념 삼아 백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대중에게 스며들고 있다.
성공적인 수많은 백신이 개발됐고, 이를 통해 많은 감염병이 감소해왔는데도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없어 전 세계가 신음을 하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지켜낸 백신 전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전염병의 감염 고리를 막는 것이 분명한 만큼, 백신이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 전체를 보호하는 일인 것처럼,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일은 개인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방역의 문제로 직결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것이 자기결정권이기만 한 것이 아닌 만큼, 백신 접종에 대한 결정권도 자기결정권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물론 백신의 안전성을 논의하고, 백신이 유통되는 과정을 함께 감시하는 일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백신에도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들이 맞게 될 백신을 정확히 이해하고자 하는 것, 특히 지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새로 개발되는 백신이 정말 안전한가를 따져보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여러 견해를 종합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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