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8석을 차지하는 소수 야당인 시민행동당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마리화나 합법화를 촉구하며 자명종을 선물했다.
Televisa 방송화면 캡처
계륵이 된 마리화나
1970년대와 80년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막 생겨나던 즈음에는 마리화나 생산과 유통이 그들의 주 수입원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콜롬비아에서 올라오는 코카인으로 갈아탔다. 2000년 이후에는 메탐페타민이나 암페타민 같은 화학 합성 마약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마약으로서 독성이 가장 강한 펜타닐류에 집중하고 있다. 마약 카르텔이 마리화나를 장악한 것은 맞지만, 마리화나가 마약 카르텔의 전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마리화나는 다른 마약류에 비해 부피는 크고 단가는 낮은 상품이다. 운반은 어렵고 마진은 적다. 게다가 멕시코에서 올라가는 마리화나는 미국 시장에서 중급 혹은 저급으로 분류되어 좋은 가격을 받을 수도 없다. 미국 내 최종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면 1그램 당 평균 15달러에 거래되지만 멕시코에서 올라가는 마리화나는 대부분 그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고급 마리화나는 미국 현지에서 시설재배 (비닐하우스나 실내)를 통해 생산되는 것들이다.
버리기는 아깝고 가지고 있기는 부담스러운, 딱 계륵 정도의 수준이다. 전체 수익 구조에서도 10%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그러니 그 중에서도 겨우 5%를 차지하는 국내 소비는 그야말로 있어도 혹은 없어도 그만인 셈이다. 마리화나 판매 대금 대부분은 적당한 아랫선에서 말단 조직원들의 활동비 정도로 유용된다.
백 번 양보하여 국내에서 유통되는 400톤가량의 마리화나만이라도 세원으로 확보하여 세금을 거둘 수 있다면 그나마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한 최소 실효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마약 카르텔이 작정하고 가격을 내리면서 치킨 게임을 시작한다면 과연 합법화된 마약이 버틸 수 있을까?
마리화나 합법화 이유 중 하나는 건전한 소비 시장 확보이기도 하다. 이번에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마리화나 전매청'이 국가 기관으로 신설될 것이고 마리화나 관련 모든 사안은 그 곳을 통해 관장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까지 관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다. 마리화나 소비가 합법화된다 해도 새로 유입되는 소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와 연구기관의 발표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합법화 이후의 소비자 대부분은 이미 불법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 과정에서 합법적 시장에 머물기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불리하다 싶으면 어느 순간이라도 다시 불법의 영역으로 넘어갈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미성년자들은 오히려 더 위험하게 불법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암매장된 시체가 쏟아져나오는 나라에 관광을?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볼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는 어떤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겠으나 치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무리 마리화나 흡연이 합법적이라 한들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멕시코에 가장 많은 관광객을 보내는 미국이 수년 전부터 멕시코 일부 주들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이후 캐나다와 일본 그리고 유럽 다수 국가들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는 중이다.
마약 합법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멕시코 제2도시이자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관광도시 과달라하라 인근에서 시신 113구가 암매장된 구덩이가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