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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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이 역린이라니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집니다.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칩니다.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이환우 검사의 글 중 일부
200여 명 이상의 동료검찰들이 댓글로 화답했던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의 글은 단순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은 실패했으며, 법적·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장을 뒷받침해야 할 명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인사, 지휘,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느낌'이다. 찍어 누르려는 권력의지도 본인이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증명되지 않는 주관적 느낌을 나열하고 그 판단을 시그널로 확대해서 검찰개혁이 실패했다고 단정하는 것,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주장에서 중요한 건 객관적 사실이나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재판에 선 검사가 느낌과 시그널로 죄의 경중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추 장관이 행사한 인사·지휘·감찰권은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행위를 남용이라 할 수 없다'라거나 '검찰의 독선을 막기 위한 적법한 조치다'라는 주장도 얼마든지 있다. 찍어 누르겠다는 정권의 의지보다 검찰의 개혁 가로막기가 더 문제라는 시각도 넘친다.
'전교 1등' 홍보물을 만들어 퍼날랐던 예비 의사들과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주장에 일선 검사들이 동조하는 것, 많이 닮았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잡고 의사 수 늘리기를 온몸으로 막아섰던 의사 집단과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지키려고 검찰개혁을 막아선 검사들. 국민들이 끼어들기 힘든 공간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비난하고 밥그릇과 권력 지키기 의지를 다지는 그들이 안타깝다. 의사 고시를 거부한 의대생이 다수라도 재시험이 가능하지 않듯,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있다 해서 검찰개혁이 중단될 수는 없는 일이다.
'커밍아웃검사 사표 받으십시오!' 청와대 국민청원이 11월 6일 현재 44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를 밝혔다고 해서 사표를 받으라는 주장이 타당한가 논란도 있지만,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의 시국선언에 정치적 중립 위반의 죄를 물었던 검찰을 생각하면, 검찰이라고 특별히 다른 잣대가 적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국민청원은 대통령에게 임면권을 행사하라는 요구라기보다는 검찰 각성과 개혁 동참을 촉구하는 성격이 강하다. 죄를 증명해내는 게 아니라, 만들어서 억울한 사람들을 옥살이시켰던 과거 검찰. 권력자들의 명명백백한 죄를 덮어 면죄부를 주고 반대급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키워왔던 과거 검찰. 납득할만한 고해성사나 통렬한 반성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냐고, 그래놓고도 검찰개혁은 실패했다고 연판장 돌리듯 하는 게 맞는 처사냐고 따져보고 싶어서 국민청원에 몰리는 것이다.
MB와 김학의 유죄 판결을 보라. 당시 검찰이 있는 죄를 덮는데 급급한 잘못만 저지르지만 않았어도 MB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김학의 성범죄 의혹이 공소시효를 넘기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 체제 하에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시민단체의 숱한 고발도 무시했던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관련 의혹이 훗날 검찰의 또 하나의 흑역사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는가. 라임 관련 수사가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같은 기획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만 확신할 수 있나.
윤석열과 프랑스 혁명